쉼터에 온 다음 날, 그녀를 중개했던 결혼중개업체 관계자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당황한 중개업자의 손이 떨렸다. 남편 쪽의 의견은 180도 달랐다. 그녀가 결혼 이후, 부부관계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은 정신 장애가 아니라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정도라고 했다. 중개업자는 또 그녀 몸에 상처가 없다며 진짜 맞은 건지 의심스러워했다. 텟빼이 씨는 이 중개업자를 아빠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를 찾으라는 의미에서 한국 아빠가 됐다. 그녀는 아직 이름 정도밖에 한국말을 모른다. 김은정 소장은 “쉼터에 있다보면 끔찍한 사례들이 많다.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보면서 집에서 아예 옷을 못 입게 하는 남편, 2년 동안 남은 음식만 주며 굶기는 남편 등등. 하지만 일부 사례라 조심스럽다. 사례별로 다르다. 최근에는 브로커가 있어서 여자들이 단지 한국에 머물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다. 텟빼이의 경우 정황을 좀 더 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학대 사건이 늘면서 이들 여성이 긴급히 피난할 수 있는 쉼터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이주여성 쉼터는 전국 18곳에 불과하다. 15명 정원의 청주이주여성쉼터에는 20명 가까운 여성이 짧게는 1일, 길게는 2년까지 머물고 있다. 이곳을 찾는 연간 100~120명 중 80% 이상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이주여성단체들은 법무부에서 국제결혼한 이주여성의 집 주소만이라도 지역 단위 단체에 넘겨주면 소재 파악이나 보호가 훨씬 쉬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 발로 찾지 않는 한, 이주여성이 지역 안에서 커뮤니티를 갖기 어려운 구조다. 이주여성 쉼터의 위치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1000만~2000만원을 들여 신부를 데려온 남편들이, 집을 탈출한 여자들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