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들은 눈물 흘리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한다”
  • 임지영 기자
  • 호수 131
  • 승인 2010.03.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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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들의 대모’ 조성애 수녀는 요즘 말을 아낀다. 매번 그랬다. 김길태 사건 등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그녀의 묵언은 계속되어 왔다. 매번 그래서 익숙해질 법 한데 답답한 가슴은 억누를 길이 없다. “며칠 전에도 전화로 몇 마디 한 게 보도가 돼서” 팔순을 앞둔 수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최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사형제 존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사형수를 보듬은 대모는 이럴 때면 감정 섞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피해자 가족이면 사형제를 반대할 수 있겠느냐’라는 힐난이다. 조 수녀는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에요. 얼마나 가슴이 시립니까. 가해자들이 당연히 나쁜 짓을 했죠. 가장 먼저 피해자들을 헤아려야 합니다. 나는 사형수들만 만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와 피해 가족들도 만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꽉 막힌 마음 속 멍울을 털어내 듯 그녀는 수십 번도 더 피해자를 헤아리자고 말했다.

   
조성애 수녀
그러면서 기자에겐 최근 봤다는 영화 ‘하모니’를 권했다. 하모니는 여자교도소 성가대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재소자들 캐릭터가 다양합니다. 어느 집단에 가나 다양한 군상이 있듯이 교도소 안도 똑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순간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거지, 이 일을 저지르면 사형을 받고말고 생각하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요즘 전국에 있는 사형수 57명은 어떨까? 교정 직원들 사이에는 사형장 한 군데만 청소하기 위해 빗질을 해도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 사형수들이 숟가락을 놓고 잠을 못 잔다는 말이 회자된다. 최근에는 지난해 사형 집행을 계획했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힘들다는 얘기도 안 합니다. 내가 아는 사형수 몇은 눈물 흘리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해요. 베갯잇을 적실지언정 그런 이야기 입 밖으로 내지 않아요.” 지난해에만 두 명의 사형수가 자살을 했다. 흉악범이 붙잡힌 뒤 으레 높아지는 사형제 찬성 여론, 이에 편승하는 공직자들의 사형제 찬성 발언. 사형수 대모는 즉각적인 여론몰이보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바랐다.

3월23일 기독교교회협의회도 기자회견을 열어 사형제 집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와 정상복 정의평화위원장은 “지금은 사형 집행 여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김길태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국민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 받는 현실에서 지금 정부는 ‘입이 100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세를 가지고 국민 생명 보호와 사건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폭력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대처하지 못한 치안 당국의 과실을 사형 집행 논란으로 덮으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성애 수녀가 경기도 광탄에 위치한 천주교 종로성당 공원묘지에 안치된 사형수들의 묘지를 살피고 있다.
유엔은 지난 2007~2008년 모든 회원국들의 사형제 폐지를 목표로 ‘사형제도 글로벌 모라토리엄’ 총회를 열었다. 현재 192개 회원국 중에서 25개국만이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사형제와 관련된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는 EU가 사형집행국가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하지 않겠다고 한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라며 문장식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상임대표는 주장했다.  

최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논평을 통해 ‘이 장관의 발언이 흉악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답하기보다 국민적 분노를 이용해 사법개혁의 성과들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했다. 김길태가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살았음에도 흉악범으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 치료 프로그램 중심의 교정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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