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은 사형집행 한다는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 임지영 기자
  • 호수 132
  • 승인 2010.03.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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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4일 사형제를 반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천주교주교회의,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인권·학술·종교 관련 16개 단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자주 보지 말아야 하는데”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 참석자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 자체가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김길태 사건 이후 사형을 집행하라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하지만 흉악범죄에 대한 분노가 사형제 집행 찬성으로 이어지는 국민정서를 알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장유식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사형제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금의 정치지형에서 사형제 폐지 자체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거꾸로 가려는 시도들은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 그는 최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재개 의지를 그렇게 해석했다. 사형제도 폐지는 어렵더라도 당장 집행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시사IN 임지영
사형제 집행에 반대하는 16개 시민 사회 단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장변호사는 “국제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이 집행 발언을 한 것은 정치적 의도로 이해된다. 구체적인 검토 없이 여론 떠보기의 형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형태 변호사(사형폐지범종교연합 집행위원장)는 유럽과 맺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근거로 사형집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유럽평의회와 범죄인도인조약을 추진하며 유럽평의회 회원국에서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로 서약한데다 범죄 후 유럽으로 도피한 범인은 사형집행을 면하고 국내에서 범한 동종의 범죄자에게는 사형을 집행한다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라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흉악범죄 억제를 위해서는 사형집행 보다는 교정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했다. 박진 활동가는 “김길태 인생 33년 중 11년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는데 결과가 어떠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0년 간 23개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했다. 2009년 유럽에선 구소련을 통틀어 사형집행이 한 건도 없었다. 실제 사형집행국은 20개국 미만이다.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사형폐지국이 특정 지역과 관계없이 늘고 있는 것은 경제 상황과는 무관하게 사형제 폐지가 인류발전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형제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유럽연합은 결의안을 채택했고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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