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날’로 정한 연방공휴일인 2월15일 아침, 대통령 정치고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민주당 상원선거대책위원장인 밥 메덴데스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상원 중도계의 선두인 인디애나 주 에반 베이 의원이 은퇴를 선언한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베이 의원의 은퇴 선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2009년 대통령을 세 번 만났던 베이 의원은 고용 창출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도, 상원의장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도 그의 제안에 동의했지만 의회의 당파적인 충돌 때문에 뜻을 펴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아예 정치계를 떠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거를 언급할 때마다 대통령은 베이 의원이 있기 때문에 상원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오바마의 심정적 측근이었다. 그런 그가 정계를 떠났다.

역사상 가장 당파적인 의회로 전락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의 다수당 수성이 어려우리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당선이 유력한 베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민주당과 대통령에게 큰 충격이다. 중간지대(오하이오·인디애나·아이오와·일리노이 주)의 민주당 표를 결속하고 확대할 수 있는 인물인 베이 의원은 오바마가 끝까지 부통령 러닝 메이트로 미련을 가졌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민주당 내 차기 대권주자 물망에까지 올랐다.

인디애나 주지사를 두 번 역임한 후 1998년에 연방 상원에 진출한 55세의 2선 의원이다. 그는 선거자금을 1500만 달러 모금했고 경쟁 후보를 2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음에도 은퇴를 선언했다. 베이 의원은 2월15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념과 당파적 이해관계로 갈라져서 민생법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다. 의회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다”라고 은퇴의 변을 토해냈다.

양당의 울타리를 허물고 위기의 미국을 구하자며 시작한 오바마 정부가 중간선거의 해를 맞이해서 허둥대고 있다. 오바마 캠프는 2007년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조지 맥거번’ 방식으로 당을 바꾸고 클린턴같이(중도파의 지지) 백악관을 접수해서, 레이건같이(초당적 정치) 미국을 살리자고 전략을 짰다. 당파를 초월한 국민의 대통령을 선언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은 직업 정치인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의회에서 초당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절대 다수의 자당 세력에만 의존했다. 오바마 정부 1년 만에 역사상 가장 당파적인 의회가 되고 말았다.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민주와 공화 양당으로 나뉘고 말았다.

2월15일 민주당 에반 베이 상원의원(앞)이 의회의 당파 싸움을 비판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오는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은 5개 상원의원 후보를 새로 내세워서 공화당의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미 5선의 크리스토퍼 토드(코네티컷 주)와 3선의 바이런 도건(노스다코타 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오바마 대통령 후임인 일리노이 주 롤랜드 버리스 의원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후임인 델라웨어 주 테드 카우프먼 의원이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현역 6명이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현재 지지율은 공화당 25%, 민주당 35%이고, 무당파가 40%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오바마는 민주당 15%, 무당파 40%의 지지(55%)로 권력을 쥐었다. 중간선거를 위한 오바마 캠프의 목표는 무당파를 의회로 끌어온다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당의 모자를 쓰든, 공화당의 옷을 입든 별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올해 중간선거는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의석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당파적인 의회의 정치전쟁을 중간선거를 통해 정화하겠다는 오바마 캠프의 전략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무당파의 의회 진출이다. 과연 2008년 방식이 다시 먹혀들까.

기자명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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