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을 받은 〈이대학보〉 백가은·윤민서·김아름빛 기자(왼쪽부터).ⓒ시사IN 조남진
제15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을 받은 〈이대학보〉 백가은·윤민서·김아름빛 기자(왼쪽부터).ⓒ시사IN 조남진

제15회 〈시사IN〉 대학기자상이 수상자 선정을 마쳤다. 2022년 12월부터 1년간 대학 내 매체에서 나온 보도물이 응모 대상이었다. 취재보도 부문 126편, 뉴커런츠 부문 15편, 방송·영상 부문 15편, 사진·그래픽 부문 19편, 특별상 2편으로 총 177편이 출품되었다. 〈시사IN〉 편집국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1심, 팀장급 기자들이 평가하는 2심을 거쳐 총 22편이 최종 심사에 올랐다. 〈시사IN〉 편집국장과 언론계·학계 전문가 4인이 참여하는 최종 심사에서 수상작 6편을 선정했다.

지난해 수상작들이 ‘배리어프리’ 이슈에 쏠려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응모 단계부터 주제가 겹치는 보도를 찾기 어려웠다. 대학 담장 안팎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가 기사화됐다. 이화여대 〈이대학보〉는 대학생의 전입신고 문제를 다뤄 대상을 받았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부산대 〈채널PNU〉, 한국외대 〈외대교지〉, 중앙대 〈중앙문화〉는 각각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외국인 유학생, 청년의 시간 빈곤 문제를 취재했다. 사진·그래픽 부문 수상자인 중앙대 〈중대신문〉은 지방의 철도 노선 폐지를 보도했다. 방송·영상 부문에서는 공익소송을 취재한 서울대 〈대학신문〉이 상을 받았다.

학내 언론의 위기가 일상이 된 어려운 시기, 높은 평가를 받은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대학기자상〉 시상 취지인 응원과 연대의 마음도 함께 보낸다.

■ 대상

집을 구했는데 전입신고 안 된다니

이화여대 〈이대학보〉 김아름빛, 백가은, 윤민서

기사는 김아름빛 기자(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22학번) 자신이 겪은 일에서 비롯됐다.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전입신고가 안 된다는 집이 많았다. 전입신고를 못하니 ‘서울 시민’이 아니었고, 서울시의 월세나 교통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투표도 불가능했다.” 주변 친구들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고 했다. 기획을 시작한 계기다.

취재는 3명이 3주 동안 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크게 벌릴 요량은 아니었다. 주택 관련 법이 예상보다 복잡했는데, 주민센터에 전화 걸면 담당자마다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기 위해 학교 주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대학보〉 다른 기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윤민서 기자(환경공학·23학번) 역시 “사례를 더 찾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 동참했다. 당시 취재부장이던 백가은 기자(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 22학번)도 “기획회의에서 진행되는 걸 보니 짧은 기사로는 아까운 부분이 많다고 여겼다”.

세 기자는 학교 주변 오피스텔 141채와 셰어하우스 12채를 조사했다. 일일이 매물을 찾았다. 인근 부동산에 전화를 걸고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했다. 오피스텔은 20%, 셰어하우스는 33%가 전입신고 불가 매물이었다. 적은 수처럼 보이지만 작은 문제가 아니다. 전입신고가 안 되는 집은 대개 보증금이 싸다. 당장 돈이 없고 전입신고의 혜택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혹하기 쉽다. 악조건은 또 있다. 학생 대부분은 기숙사를 선호하는데, 그 당락 발표 시기가 늦다. 서울 밖에서 온 학생 대다수가 기숙사 최종 발표를 기다린 뒤 급하게 집을 구해야 하는 셈이다. “개강하고 나서 기숙사 배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 (기숙사에 배정되지 못하면) 지방에 사는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전입신고 여부를 깊이 따지지 못하고 집을 구하게 된다(김아름빛 기자)."

학내 언론이라서 취재가 더 어렵기도 했다. 관련 법 전문가들을 섭외하려 했는데 학보사 기자라고 밝히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공인중개사들은 취재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친절하게 전화를 받았다가도 기자라는 말을 들으면 곧장 끊기도 했다. 집을 구하는 척 ‘잠입 취재’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건 비윤리적인 것 같아서 매번 취재 사실을 밝혔다.

그럼에도 세 사람은 이번 취재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백가은 기자는 “취재를 진행하면서 계속 새로운 주요 사실들이 튀어나왔다. 기사가 자꾸 틀에서 벗어나고 흐름을 바꿨다. 무언가를 탐색하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윤민서 기자는 “기사를 쓰다 보니 규모가 커졌다. 인터랙티브 기사를 기획하고 지도까지 들어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아름빛 기자는 “서울시청 관계자 한 명이 ‘이것까지 생각을 못했다. 제도 개편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친구 한 명도 ‘기사를 보고 전입신고를 했다’고 말해 뿌듯했다”라고 했다.


■ 대상 심사평

청년 주거 재조명, 대학 언론의 존재 가치 느껴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

대상 수장작으로 선정된 〈이대학보〉의 ‘“서울 살지만 서울 시민 아니다” 전입신고 못하는 청년들’은 집주인들의 요구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지방 출신 학생들의 처지를 다뤘다. 이러한 현상은 대학가 주변의 오피스텔과 셰어하우스 임대차 계약에서 주로 포착된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야 양도세와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집주인들의 속내가 반영된 것이다.

대학가 주거 문제는 기성 언론도 종종 다뤘지만, 주거비 등 비용 측면에서 제기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입신고를 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까지는 짚지 못했다.

〈이대학보〉는 임대차 계약에서 약자인 학생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불법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파헤쳤다. 주민등록 주소지를 서울시에 두지 않은 청년들은 서울시의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어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를테면 교통비와 청년 월세 지원 등을 받지 못한다.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기자들은 이화여대 인근인 아현역과 신촌역 사이에 등록된 오피스텔 매물 141개와 셰어하우스 12채를 전수조사했다.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오피스텔과 셰어하우스 매물의 20.6%와 33.4%가 전입신고를 못하게 한 실태를 고발했다. 이를 통해 기성세대의 금전적 이득 취하기 행태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 그로 인한 주거 불안 청년들의 소외 문제를 바라봤다.

변화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대학보〉의 보도는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를 웅변한 수작이었다. 청년들이 좌절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기자들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김아름빛, 백가은, 윤민서 기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박수를 보낸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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