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성당을 10년째 지켜온 김영례(왼쪽)·손인성 부부. ⓒ시사IN 신선영
팽목성당을 10년째 지켜온 김영례(왼쪽)·손인성 부부. ⓒ시사IN 신선영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항(옛 팽목항)은 유해가 수습되고, 가족들이 오랜 시간 머물던 곳이었다. 2023년 새로 문을 연 진도항 여객터미널에서 300m가량 떨어진 주차장 부지에는 여전히 낡은 컨테이너로 된 팽목 기억관, 식당, 강당 그리고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손인성(76)·김영례(72)씨 부부는 10년째 매일 이 팽목성당을 지키고 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팽목항에 성당을 세운 2014년 4월20일부터 저희도 이곳에서 미사를 시작했어요. 그때는 팽목항에 수백 명씩 오가던 때였어요. 처음에는 며칠 안에 해결이 되어서 기도가 끝날 줄 알았어요. 시간이 길어지니까 이곳 사람들도 침묵하고 매우 어두운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팽목항은 위로와 슬픔을 나누는 장소이기도 했죠. 처음에는 가족 대기실 옆에 성당이 있었어요. 텐트 형태로 되어 있을 때는 바람이 심하게 불면 무너지기도 했고요. 저희는 진도에 사니까 매일 기도하러 오면서 비가 오면 비닐을 씌워주고, 줄을 매곤 했어요. 10년 동안 할 일을 제쳐두고 매일 여기를 온다는 건 저희 둘의 욕심만으로 절대 할 수 없어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희생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유가족에게도 힘이 되는 거니까 저희가 이곳을 지키는 거예요.” (손인성씨)

“여기 처음 왔을 때 막 여기저기 울음소리가 나고, 가는 곳마다 슬퍼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기도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때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서서히 빠져나가는 게 보였어요. 저희는 매일 오전 11시쯤 이곳에 와요. 2019년인가 평소처럼 둘이 운전해서 오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폐차할 정도였다니까요. 저희는 차에서 겨우 빠져나왔어요. 이렇게 살아 있는 걸 보면 희생자들을 위해 더 기도하라고 하느님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방문객이 줄긴 했지만, 유가족들도 종종 오고, 팽목 기억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들르기도 해요. 바다에서 나온 희생자들이 가족들을 만나기 전, 광주대교구 가톨릭상장례봉사자(장례지도사) 분들에 의해 말끔히 수습되던 곳이 지금 기억관이 위치한 자리예요. 요즘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기억관과 성당에 물이 들어차요. 저는 이곳이 성지처럼 꾸려지면 좋겠어요. 앞으로 기억관이 제대로 세워지고, 성당도 제대로 만들어져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갈 수 있길 바랍니다.” (김영례씨)

팽목성당 내부에 걸린 칠판. ⓒ시사IN 신선영
팽목성당 내부에 걸린 칠판.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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