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력(國力)은 이미 절정에 도달하고 만 것일까? 2021년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미국의 75.2%까지 치솟자 ‘수년 내로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글로벌 1위로 등극할 것’이란 예측이 파다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사회·경제지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단 인구(GDP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가 줄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 연속 감소했다. 2023년 말 중국 인구는 14억970만명으로 2022년보다 210만여 명 줄었다. 이 기간에 미국은 매년 150만여 명씩 늘었다. 지난해 중국에선 902만명이 태어났는데, 이 또한 2022년보다 50만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청년 실업률도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16~24세 인구의 14.9%가 실업 상태다. 이마저도 계산 방법을 바꿔 ‘마사지’한 결과다. 통계국은 지난해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을 사상 최고치인 21.3%로 집계했다가 이후 5개월 동안 발표를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 동력인 2023년 수출실적은 전년도보다 4.6% 하락했다. 실질경제성장률은 2022년(3%)보다 높은 5.2%로 발표되었으나 이 수치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초 성장 목표치를 5%로 제시했다. 공산당의 영도력에는 오류가 없는 것으로 가정되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28년까지 3.38%로 하락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디플레이션 징후다. 지난해 봄 이후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소비자물가지수 기준)은 줄곧 0~0.2%를 오가다가 10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14년 만의 최악인 -0.8%다. 소비자로서는 물가 인하를 반길 수 있다. 그러나 물가 인하는 경제 전반적으로 수요(소비와 기업투자)가 줄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물가 인하 국면에선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더욱 늦추는 경향이 있다. ‘오늘보다 내일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 하락→물가 인하→수요 하락→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이 일단 경제 체질(디플레이션)로 굳어져버리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이런 악순환에 빠진 이후 30여 년 동안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해왔다. 중국에게도 가능한 악몽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은행의 글로벌 GDP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2023년 GDP가 미국의 65% 수준으로 내려갔다. 2021년의 75.2%에서, 불과 2년 만에 10%포인트 정도 떨어진 것이다. 1월17일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예측에 따르면, 중국 GDP 성장률이 향후 10년 내로 미국보다 낮아지며 이후엔 하락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공산당의 말투를 빌리면, 이 같은 양상의 ‘기본모순’까지는 아니지만 ‘주요모순’에 해당되는 문제가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부문의 혼란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급속 성장한 부동산 부문에 쌓인 ‘부채 거품’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수많은 가계는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개발업체, 국유은행 등이 채권-채무자로 깊고 밀접하게 얽혔다. 거품이 폭발하면 중국의 주요 경제주체들이 상호 불신감에 휩싸이면서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투자자들은 중국의 미래를 더욱 믿지 못하게 된다. 중국 GDP의 25~30%가 부동산 부문에서 나온다.

중국의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하이난성 단저우의 인공섬 하이화다오(海花島)에 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AP Photo
중국의 초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하이난성 단저우의 인공섬 하이화다오(海花島)에 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AP Photo

중국에서 주택거래가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이전의 중국인들은 공산당이 제공하는 주택에서 살았다. 사고팔 수 없었다. 1990년대 들어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척되면서 공산당은 주택공급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결국 개인(개발업체)이 주택을 건설해 다른 개인에게 파는 시장 거래를 허용했다. 주택은 사유재산으로 전화(轉化)했다.

빈집 수백만 채가 양산된 이유

이후 중국인들에게 주택은 부(富)를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일단 사놓으면 가격이 올라갔다. 투기 수요가 폭발했다. 중국 정부 역시 부동산 개발(철강·시멘트·건자재·석유화학·가전·통신 등 연관 산업이 많은)이 국가경제를 쉽게 성장시킬 수 있는 부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부양정책을 펼쳤다. 이를 통해 ‘개인의 부(富)’가 엄청난 규모로 창출되었다. 인민들의 자산 가운데 주택의 비중이 어느새 70%까지 올라갔다. 국가가 통제하는 공공주택의 비중은 전체의 5% 내외로 쭈그러들었다.

개발업체들의 ‘과잉 투자’가 이런 경향을 주도했다. 이들은 주택을 끊임없이 지을 대규모 자금도 조달할 수 있었다. 특이한 분양제도 덕분이다. 중국의 ‘선분양’에서 피분양자(주택 수요자)는 집값의 30% 이상을 선수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를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빌려 개발업체에 낸다. 개발업체가 집을 짓는 동안 피분양자들은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해 나간다. 즉, 개발업체는 부지 매입, 공사비 등 건설 관련 자금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 돈은 피분양자의 주택을 짓는 데 사용해야 한다. 전용 계좌가 따로 있고 은행과 당국의 감독도 받는다. 그러나 개발업체로서는 ‘짓는다고 말만 하면 분양 계약과 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를 고지식하게 따를 필요가 없다. 업체들은 예컨대 A 단지에서 조성한 돈으로 B 단지 부지를 매입해 해당 피분양자들로부터 선수금을 받고, 이를 다시 C 단지 사업에 활용하는 식으로 건설을 늘렸다. 당연히 개발업체들의 부채가 폭증했다. 업체들은 수많은 건설사업을 동시 추진하면서, 넘쳐나는 ‘빌린 돈’을 전기차 같은 다른 사업에도 투자했다. 주택공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심지어 주거단지가 있지만 주민은 없는, 이른바 ‘유령도시’들이 중국 곳곳에 조성되면서 세계적 볼거리로 떠올랐을 정도다.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았다. 개발업체들의 과잉 투자로 부추겨진 ‘주택 열풍’과 집값 상승에 따른 빈부격차는 공산당의 정당성을 해친다. 피분양자와 개발업체 양측에 쌓이는 거대한 부채는 언젠가 금융위기로 폭발할 것이다. 그러나 ‘집은 주거의 대상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계도도 일단 돈맛을 본 시장엔 통하지 않았다. 2020년 8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시장에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부채비율이 높은 개발업체에 대해 은행 대출 또는 대출 연장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이 정책은 ‘지나치게’ 효과적이었다. 개발업체들의 돈줄이 막혔다. 새로운 사업은커녕 건설 중인 단지에 대한 공사 자금까지 고갈되었다. 대출금이나 채권 상환도 어려워졌다. 2021년 말, 중국 건설사 중 자산 규모 1위였던 헝다가 3000억 달러를 조금 웃도는 부채에 대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3000억 달러는 한국 원화로 환산하면 약 400조원이다. 한국 정부의 2024년 예산이 약 657조원이다. 헝다뿐 아니라 완다, 비구이위안 등 중국의 다른 대형 개발업체들도 비슷한 처지다.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채 위기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수많은 비상장 개발업체들의 부채는 제대로 집계되어 있지도 않다. 지난해 12월3일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인 가베칼(Gavekal)은 중국의 대형 개발업체들이 피분양자들에게만 7조 위안(약 1300조원) 상당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5년 동안 600만 채 공공주택 공급”

중국 정부로서도 깝깝한 일이다. 관련 금리를 낮추거나 개발업체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식으로 거품을 관리 중이나 이는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주택수요와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개발업체들의 자금 여력이 커져 빚을 갚을 수 있겠지만, 기대 난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수많은 주택단지들도 개발업체의 자금난으로 완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분노한 피분양자들은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누구도 주택을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EP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EPA

2월15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공산당은 (서방의 시각에선) 매우 급진적 대안을 내놓았다. 시장에 맡겨온 주택공급 능력의 상당 부분을 국가(공산당)가 되찾아오겠다는 것.

정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개발업체들이 추진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건설사업을 국가가 매입하는 방법. 국가가 인수한 주택들은 공공임대용으로 전환하거나 싼 가격으로 인민들에게 판다. 물론 이런 주택을 사려면 일정한 자격(빈곤층이거나 중산층)과 규정(‘되팔지 않겠다’)을 준수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직접 저소득층 및 중산층을 위한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런 ‘공공주택’의 비율을 현재 5%(중국 전체 주택 대비)에서 최소 30%로 늘리는 것이 중국 당국의 목표라고 한다. 당면 과제로는 ‘향후 5년 동안 600만 채 공공주택 공급’이 제시되어 있다. 연간 최대 2800억 달러씩, 총 1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공동부유론’과 ‘경제에 대한 당의 통제’를 슬로건으로 삼아온 시진핑 주석에게서 나올 만한 발상이다. 그러나 서방국가 투자자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방식에 몹시 회의적이다.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경제주체들이 각자 책임을 지고 합당한 손실을 감당해야 ‘시장 신뢰’가 회복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중국을 믿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3월4일부터 베이징에서 진행된다. 중국공산당이 부동산 위기 등 총체적 경제난을 해결할 만한 지도력을 이 행사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기자명 이종태 기자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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