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공의협의회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시사IN 박미소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공의협의회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근무지 이탈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절이 하 수상해,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읽었다.

히포크라테스 하면? 의학의 아버지다. 과학적·합리적 의술의 대명사로 통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모으고자 했다. 의학 자료를 최대한 긁어모은 〈히포크라테스 전집〉도 그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시대, 당대의 의학 지식을 모은 전집에 당시 가장 유명했던 의사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히포크라테스 혼자 쓴 게 아니다.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여러 버전이 있다고 한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하지 않다. 그 옛날 버전을 읽어보면, 첫 단락부터 무슨 말인가 싶다. 아폴론, 아스클레피오스 등 의학 관련 신들의 이름이 나오고, 그 앞에 맹세를 하는 식이다(한번 찾아 읽어보시길). 읽어봐도 내용이 딱 떨어지지 않는다. 이 옛 버전의 선서는 현재 의대 졸업식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현재 ‘히포크라테스 선서’라고 불리는 것은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의사협회가 발표한 ‘제네바 선언’이다. 나치의 비윤리적 인체 실험에 의사가 참여한 것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가령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나치에 협조한 의사들에 대한 반성이 담긴 표현이다.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그 유명한 항목도 이 ‘제네바 선언’에 나오는 내용 중 하나다(〈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

최근 상황을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무색하다. 2020년에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을 했다. 증원 이야기만 나오면 앞으로도 집단행동을 할 것인가. 일본·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대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의사들이 병원을 비우는 집단행동을 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의사가 병원을 비우는 건 시민들의 불편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일이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의사들의 좌담 기사를 내보낸다.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공공병원장, 의대교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의대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입장에서 왜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지 이야기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아쉬움, 부족하게 느끼는 점도 짚었다. 좌담은 300분 동안 이어졌다. 이 ‘보기 드문’ 좌담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시길 권한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