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한 빌딩에 저가 커피 전문점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시사IN 이명익
서울시 종로구 한 빌딩에 저가 커피 전문점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시사IN 이명익

변승혁씨(가명·34)는 2년 전 경기도 한 신도시 상권에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카페)을 열었다. 이제 막 개발된 지역이라 빈 상가가 넘쳤지만, 인근에 대형 쇼핑몰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 상권이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이미 5년 정도 카페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었다.

2년 뒤, 변씨는 공들여 일군 매장을 내놓았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월평균 매출은 2000만원을 넘겼고, 매달 순익도 300만원 넘게 남길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우수 매장으로 꼽을 정도였다. 손님들이 각종 플랫폼에 남긴 별점 후기도 평균 4점을 넘었다. 그러나 이 정도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몸을 너무 혹사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 탓에 함께 일하던 아내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설상가상 주변 빈 점포에 경쟁 카페가 늘었다.

변씨가 커피 전문점을 차리는 데 들인 돈은 약 1억4500만원이다. 상가 보증금 7000만원을 제외하고 순수 창업 비용은 7500만원 정도다. 변씨는 온라인 카페 직거래 플랫폼에 ‘권리금 4000만원만 받고 이 카페를 넘기겠다’고 올렸다. 들인 돈을 감안하면 3500만원 손해다. 초기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하기는 어렵더라도 아내의 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변씨의 사례를 들은 다른 카페 사장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거다.”

부부가 휴일 없이 매일 12시간 동안 매장을 운영하고, 순익이 월 300만~400만원 수준인 자영업자에게 ‘사정이 낫다’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카페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카페를 내놓고 싶어도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팔릴 가능성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장사가 되는 사람들만 카페를 내놓을 수 있다. 나머지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카페 창업 열풍이 문제인 까닭

카페가 치킨집보다 많은 시대다. 2024년 커피 전문점은 한국 자영업자들의 블랙홀이 되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2년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비알코올 음료 전문점’ 가맹점 수(2만9499곳)는 처음으로 ‘치킨 전문점’ 가맹점 수(2만9305곳)를 넘어섰다. 편의점, 한식 전문점과 함께 ‘3대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불리던 치킨집이 이제는 카페에 그 지위를 내어놓게 되었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67잔(2020년 기준)이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다. 언뜻 보면 한국에 커피 전문점이 많은 게 수긍이 간다. 그러나 현실은 수요 이상으로 공급이 넘친다. 프랜차이즈 외에 개인이 창업한 카페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전국에서 2만5608개 신규 사업자가 ‘커피음료점’을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가 필요하지 않은 ‘통신판매업’과 가장 대표적 자영업인 ‘한식 전문점’에 이어 3위다.

커피 전문점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게 왜 문제일까.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결정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팬데믹 동안 식음료를 중심으로 한 자영업 업종 대부분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영업을 중단해야 했고, 거리두기 시행으로 매달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유독 카페만은 손해가 ‘덜했다’. 인건비 비중이 낮고, 테이크아웃으로 판매를 이어갈 수 있어서였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업종’으로 분류됐다. 고 이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커피 전문점은 다른 자영업 분야에 비해 비교적 ‘쉬워 보인다’는 인식이 있다. 안 그래도 신규 창업의 문턱이 낮았다. 코로나로 인해 실직하신 분들이 창업에 나선 것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파이(수요)는 정해져 있지만 나눠먹는 점포의 수가 늘어나면서 출혈경쟁이 심해졌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에 신규 커피 전문점 개점률은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개점률(전체 가맹점 대비 신규 개점 비율)은 2020년 23.9%, 2021년 25.1%를 기록했다. 반면 폐점률(전체 가맹점 대비 계약 종료·해지 가맹점 비율)은 2020년 7.9%, 2021년 7.8%로 전체 업종 평균(2021년 12.6%)보다 낮았다.

특히 이 시점에 급격히 확산된 게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2000원’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브랜드다. 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신규 출점 수가 가장 많은 상위 4개 브랜드가 모두 저가 커피다. 2022년 한 해에만 컴포즈커피 573곳, 메가커피 417곳, 더벤티 269곳, 빽다방 258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현재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각각 전국 2000곳 넘는 매장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업계 1위였던 이디야커피(전국 약 3000곳)를 바짝 뒤쫓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 공실로 가득한 건물에서 유일하게 영업 중인 점포다. ⓒ시사IN 신선영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 공실로 가득한 건물에서 유일하게 영업 중인 점포다. ⓒ시사IN 신선영

업종 특성상 진입장벽(메뉴 제작 난이도 등)은 낮지만, 커피 전문점으로 돈을 벌어서 창업 비용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커피 전문점은 신규 창업 비용이 다른 업종과 비슷하지만, 매출은 낮고 브랜드·점포별 차별화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흔히 카페는 창업 비용이 저렴할 것이라 오해하기 쉽다. 커피를 내리고, 얼음을 담고, 재료를 보관하는 설비면 충분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카페 창업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공정위가 공개하는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통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이디야커피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인 BHC치킨의 창업 비용을 비교해보자. BHC치킨은 가입비·교육비·집기비 등을 포함한 ‘부담금’이 평균 8500만원, 인테리어 비용이 66㎡ 기준 평균 4500만원 소요된다. 점포 임차보증금, 점포 권리금 등을 제외한 ‘순수 창업 비용’이다. 그런데 이디야커피는 ‘부담금’이 평균 1억2900만원, 인테리어 비용도 66㎡ 기준 평균 4180만원 들어간다. 두 곳만 놓고 본다면, ‘카페 창업 비용이 치킨집 창업 비용보다 더 비싼’ 셈이다. 게다가 커피 전문점은 배달 중심인 치킨 전문점에 비해 점포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 더 높은 임차료·보증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커피는 원가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마진이 많이 남는다’고 주장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원가만 놓고 하는 말이다.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창업 비용뿐만 아니라 임차료·인건비·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엄청난 마진을 남긴다고 말하기 어렵다. 업종 특성상 매출액이 낮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커피 전문점의 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연간 약 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치킨 전문점이 1억1800만원, 한식과 제과점이 1억1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재료 비중이 낮더라도 절대적인 매출액이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난이도’도 상당하다. 울산광역시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점한 홍건부씨(가명·38)는 “카페는 카페만의 사정이 따로 있다”라고 말한다. 식당 같은 전통적인 자영업과 달리 커피 전문점은 수년간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씨는 “식당과 달리 카페는 ‘단골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공간, 새로운 카페를 매번 찾아다닌다. 소비자가 원하는 카페 트렌드도 너무 빠르게 변한다. 재작년에는 크로플(크루아상 생지를 와플기에 굽는 디저트)이 유행하더니 지난해 연말에는 슈톨렌(독일에서 유래한 연말 다과)이 유행하는 식이다. 개별 카페 사장님들이 매번 유행에 맞는 메뉴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유행을 좇기 위해 새 집기를 매번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설명했다.

트렌드는 메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제외하면, 커피 전문점은 ‘공간 장사’라는 특징이 있다. 자연스럽게 주기적으로 리모델링 비용이 투입된다. 프랜차이즈 카페 역시 리모델링 여부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서울에서 투썸플레이스 매장을 운영 중인 김광부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할 때 ‘리모델링’ 비용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 회장은 “본죽 같은 한식 전문점이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비자가 기피하진 않는다. 그러나 카페는 공간이 노후되기 시작하면 전체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진다. 보통 7년에서 10년 사이에 한 번씩 리모델링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목돈이 새로 들어가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간’이 계속 생겨날수록 기존 공간을 ‘낡았다’고 느끼기 쉽다. 커피 전문점은 이 변화가 유독 빠르다. 기존 점포 인근에 신규 점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소비자들이 비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격대, 점포 수)가 다양해진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카페 확산’은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출혈경쟁으로 내몰리는 사이에 이득을 누리는 쪽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신규 점포가 늘수록, 기존 자영업자는 피해를 보지만 가맹사업본부와 상가 임대인들은 이득을 챙기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신규 출점 과정에서 생기는 매출(가입비·인테리어비·설비비 등)’과 ‘가맹점에 재료 등을 납품하며 발생하는 매출’이 주된 수입원이다. 그런데 커피 전문점은 다른 식음료와 달리 재료 납품을 통한 이윤이 크지 않다. 가맹사업본부(본사) 입장에서는 기존 점포를 잘 유지하는 것보다, 신규 출점을 얼마나 일으키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의 모습. 사장이 직접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흥구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한 커피 전문점의 모습. 사장이 직접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흥구

카페 과잉의 수혜자는 따로 있어

대다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점포의 간격 유지를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치킨 전문점의 경우, ‘배달권역’에 따라 점포를 제한하는 식이다. 가맹점주들이 조직화되어 있을수록 이 같은 ‘점포 반경 조정’은 더 엄격해진다. 그러나 커피 전문점은 배달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권역 설정’이 무의미해질 때가 많다.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만 해도 중심 상권에 여러 매장을 운영한다. 서울 강남역 반경 300m 이내에 스타벅스 매장이 8개나 있을 정도다. 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총 390개였던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022년 852개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신규 출점이 곧 이익인 각 브랜드로서는 ‘다른 카페와의 간격’을 고려할 동기가 떨어진다.

건물주들이 커피 전문점을 선호한다는 점도 총량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는 “카페는 임대인들이 선호하는 업종이다. 음식점에 비해 기름때 등이 남지 않고 관리가 쉽다는 이유다. 상가 건물주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공실을 놀리는 것보다는 직접 점포를 운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공실 문제가 심각한 경기도 외곽이나 비수도권에서도 커피 전문점은 인기 있는 임차 시설이다. 하지만 카페를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는 일까진 이어지지 못한다. 오히려 임대인(건물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카페를 유치해 상권 전체의 커피 전문점 밀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호실별로 임대인이 다른 분양형 상가에서는 서로 다른 커피 전문점이 나란히 입점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출혈경쟁이 가속화되다 보니 신규 출점, 신규 브랜드에 대한 반발도 뒤따른다. 특히 메가·컴포즈·빽다방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브랜드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고장수 이사장은 “코로나19 전만 해도 카페 사장들 사이에서 ‘우리의 적은 스타벅스’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적은 노란 간판’이라고들 얘기한다”라고 말한다. 브랜드 컬러가 노란색인 메가·컴포즈·빽다방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특히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가격구조상 이들 저가 커피를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개인 카페 사장은 “원두 구매 과정에서 규모의 경제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구하는 가격에 원두를 구할 수 없다. 주변에 한두 군데만 있으면 모르겠는데, 팬데믹 이후 새로 생기는 커피 전문점은 대부분 저가 커피 브랜드다”라고 말했다.

저가 커피 전문점 점주 역시 나름 고충이 있다. 박리다매 구조로 영업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지 않다는 항변이다. 게다가 저가 커피 브랜드는 그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한 컴포즈커피 점주는 카페 직거래 플랫폼에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를 내놓으며 이런 설명을 달아두었다. “300m 바깥에 메가커피가 하나 있습니다. 저희 카페 반경 300m 안쪽으로는 (메가커피 추가 입점이) 불가능합니다.” 저가 커피 브랜드끼리도 신규 업체 입점에 대한 신경전이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인의 커피 수요는 이미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권 내 전체 커피 수요가 늘기 어렵다. 이미 최대치인 수요를, 끊임없이 새로운 커피 전문점과 나누어야 한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또 다른 위기감도 들려온다. 전북 지역 한 소도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시영씨(가명·43)는 “우리 읍내에도 드디어 메가커피가 들어왔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권에서 저가 커피 브랜드는 주로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으로 통한다. 임차료를 낮춰야 마진율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차료가 이미 낮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매장 크기가 66㎡를 넘는, 좌석을 상당수 갖춘 저가 커피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2월15일 서울에서 열린 카페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카페 창업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2월15일 서울에서 열린 카페 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카페 창업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적극적인 출점 규제 마련해야”

자영업에도 대세가 있다. 2020년대 커피 전문점은 2000년대 PC방·치킨 전문점, 2010년대 편의점에 이어 ‘대세 자영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치킨·편의점은 직장을 퇴직한 40~50대 신규 자영업자가 주축을 이루었다. 반면 커피 전문점은 20~30대 청년과 여성의 창업 비율이 높다. 커피 전문점 출혈경쟁은 자영업 문제가 더 이상 특정 세대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커피 전문점을 운영 중인 이들은 ‘난립을 막을 만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킨, 편의점과 달리 현 시점 ‘대세 자영업’인 카페는 출점 거리 규제가 딱히 없다. 이 점이 과거 자영업 열풍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편의점은 ‘담배 판매권(담배 소매인 지정)’이라는 억제장치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100m마다 거리를 두고 담배 소매인을 지정한다. 한 건물에 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점이 여럿 들어올 수 없다. 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편의점은 매출에 상당한 지장이 생긴다. 그 덕분에 담배 판매권이 편의점 난립을 막아주는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

과거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출점 시 거리 제한(500m)을 두는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2014년 이 규제를 철회했다. 현재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정부 차원의 출점 규제뿐 아니라, 건물 운영 주체 역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광부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카페 과잉 문제는 단순히 특정 브랜드의 탓이 아닌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다. 정부 규제 강화뿐 아니라 개별 상가 건물에서도 관리규약을 만들어 동종 업종의 입점을 제약할 필요가 있다. 각 가맹본부(본사)에서도 자기들 입맛대로 출점 제약 기준을 운영 중인데, 이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커피 전문점 출혈경쟁은 흔히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치부된다. 시장원칙에 따라 경쟁하고, 망할 사람은 망해야 소비자에게 이롭다는 논리도 쉬이 등장한다. 그러나 지금의 커피 전문점 쏠림 현상은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는 문제다. 피해는 모든 자영업자가 보지만, 이득은 일부에게 몰리는 구조다. 〈시사IN〉이 인터뷰한 커피 전문점 사장들은 하나같이 “절대 카페 창업을 주변에 권유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점 규제와 같은 허들이 없다면, 대다수 인구는 자영업으로 몰리고 그중에서도 커피 전문점 창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잠재적 카페 사장’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현재, 이 문제를 단순히 ‘그들의 사정’이라고 치부하기란 어렵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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