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영화팀. 왼쪽부터 주현숙 감독, 한경수 프로듀서, 한영희 감독. ⓒ시사IN 박미소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영화팀. 왼쪽부터 주현숙 감독, 한경수 프로듀서, 한영희 감독. ⓒ시사IN 박미소

한영희 감독(50), 주현숙 감독(52), 한경수 프로듀서(51)는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서 기록을 해온 한영희 감독은 유품을 통해 떠나간 이들의 세계와 남아 있는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당신의 사월〉을 통해 당사자에서 목격자로 시선을 옮겼던 주현숙 감독은 이번엔 참사 현장을 마주했던 언론인들을 조명한다. 한경수 프로듀서는 〈뉴스타파〉의 세월호 참사 100일 특집을 비롯해 총 10여 편의 세월호 참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416기록단에서 활동해온 독립PD다. 그의 오랜 경험에 기반한 조언을 거치면 두 감독의 영화는 더욱 현장성이 살아 있는 이야기로 자라난다. 감독들에게 단단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사참위에서 기록을 해왔어요. 시간이 지나도 범인 찾기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 너무 답답했죠. 거대한 구조적인 문제 앞에서 10년이 지난 지금을 유가족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지 궁금했어요. 이분들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봐야겠다 싶었죠. 가해자와 피해자, 정치적 논쟁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한 사람만의 고유한 세계’를 세세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예은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써두었는데요. ‘유가족들의 시간과 공간은 다중적이다. 죽음 이전·이후의 시간과 공간이 모두 겹쳐져 있다’라는 말이에요. 유가족들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희생자와 함께 살고 있고, 미래를 꿈꾸기도 합니다. 이 말씀의 5%만이라도 구현할 수 있는 영화면 좋겠어요.”(한영희 감독)

“다시 세월호 이야기를 영화로 꺼낸 이유는 이태원 참사 때문입니다. 또다시 참사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해 다시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론인 인터뷰 중 인상 깊었던 것은 ‘기레기는 어떤 구체적인 사람이 아니라 어떤 순간이다’라는 말입니다. 다들 훈련되고, 자기 일에서 열심히 하잖아요. 몰입해서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넘었던 그 순간을 생각해볼 때, ‘과연 나는 거기서 자유로운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었어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고, 안전한 사회와 믿을 만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단순히 ‘기억하겠다’라는 구호를 넘어 개개인이 일상 속에서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이어나갔던가, 성찰하게 되었습니다.”(주현숙 감독)

“전체 작품들을 관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불화’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그걸 진정으로 사회적으로 애도하지 못하고, 진상규명도 안 되고, 오히려 무시하고 외면하고 공격하는 일들이 10년간 지속되어왔어요. 이 영화들은 1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보는 게 아니고, 지금까지 지나온 10년 세월의 두께와 무게를 살펴보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지금 현재를 제대로 진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전히 저는 운이 좋아 우연히 살아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희생자가 될 수 있었고, 유가족이 될 수 있었다는 마음이 계속 남아 있어요. 이 마음으로, 대체될 수 없는 빈자리들이 주위 사람들과 주변 공간과 시간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바라보고 싶습니다.”(한경수 프로듀서)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영화 제작팀이 2월6일 서울 마포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가편집본 시사회를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영화 제작팀이 2월6일 서울 마포구 연분홍치마 사무실에서 가편집본 시사회를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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