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은씨(53)는 세월호 참사 후 몇 개월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참사 이후 정씨는 숨어 지냈다. 자신과 같은 유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활동에 참여했다. 근래에는 ‘4·16공방’과 ‘4·16희망목공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아 생일이 4월10일이에요. 수학여행 가기 전에 생일상을 차려줬어요. 미역국을 주면서 주아에게 그랬어요. ‘오래오래 살라고 미역을 자르지 않고 주는 거야.’ 저는 아직도 21세기에 이런 참사가 가능할까,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죽을 수 있나 믿기지 않아요.
이사할 때 주아 짐을 처음 정리했어요. 7년 만이죠.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각자 상실의 슬픔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의 짐을 정리하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 없듯, 자식을 잃은 슬픔과 남편이나 부모를 잃은 슬픔은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죠.
세월호 참사 이후에 사건·사고 뉴스만 보면 가슴이 덜컥해요. 이태원 참사 유족들을 보면서 너무 속상했어요. 세월호 이후에 저희가 땅을 다지고 기초공사를 했으면, 거기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정부가 자꾸 방해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정권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다른 참사가 일어나도 저희가 다져놓은 곳에서 진상규명 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지금 정치를 보면 책임자가 처벌받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요. 지금은 4·16생명안전공원(화랑유원지 추모공원) 건립이 빨리 진행되면 좋겠어요. 희생된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기를 바라죠. 얼마 전에 한 분이 제 뒤에서 ‘저쪽 아파트는 세월호 때문에 틀렸다’고 하더라고요. 생명안전공원으로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큰 상처가 돼요. 세월호 부모들은 항상 다른 부모들을 걱정해요. 당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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