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힌 정치인 성대모사가 그와 함께 돌아왔다. 정치·시사 콘텐츠를 즐겨 보는 이에게 이상민 크리에이터(30)는 낯익은 사람이다. 유명 정치인 얼굴 사진이 달린 부채 하나만 있으면, 이상민 크리에이터는 순식간에 그 사람이 된다. 감초 역할을 한다.
방송 출연이 흔치 않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따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캐릭터가 강한 정치인도 이상민 크리에이터의 성대모사 레이더에서 빠지지 않는다.
방송에서 시의적절하게 그들의 입장에서 할 법한 말을 성대모사해 전한다. 이를테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뜨거워지는 정치 토론 중에 그가 윤석열 대통령 얼굴 사진 부채를 들고 이렇게 한마디하는 식이다. “에, 그 뭐, 우리 정부 입장에서, 좀 시행착오가 있지만, 좀 지켜봐주시면은, 아니 뭐, 해결이 가능하지 않겠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성대모사는 단순히 목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내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 자체를 모사하는 것이다. 따라 하는 말에는 해당 정치인의 습관, 생각, 더 나아가 가치와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에서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적확한 타이밍과 맥락에 따라 해당 정치인이 할 법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치 기사와 정치인 연설집 및 책 등을 읽는다. 내용을 장악하기 위해 끝없이 공부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상민 크리에이터는 정치인의 토론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바람이자, ‘정치인 복사기’ 역할로 먹고사는 생활인으로서의 당부다. 보고 따라 할 재료가 많아져야, 내놓을 성대모사 메뉴도 다채로워진다. 정치인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이상민 크리에이터에게 교보재다.
“방송에서 저를 왜 부르겠어요? 양당이 서로 대화하지 않으니까, 저를 통해 가상 대담을 시키는 거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적극 만나고 본인 의견을 밝히면, 저 같은 사람이 대중의 상상력을 만족시켜드릴 필요가 없죠.”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가장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상민 크리에이터가 다음 성대모사 대상으로 삼을 정치인은 누굴까.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건 대중이 정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음 대선 1년 전에 알게 되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가 열심히 따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누굴 따라 하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그 정치인의 인지도와 민심을 얻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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