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쓰레기가 쌓인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EPA
지난해 3월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쓰레기가 쌓인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EPA

지난 1월4일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는 ‘한국은 바이오 폐기물 분리수거 챔피언’이라는 특별방송을 내보냈다. 기자는 20년 넘게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행해온 한국은 수거율이 거의 100%에 달한다고 밝히며 식당, 아파트, 분리수거장 등을 방문해 어떻게 수거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보도했다.

프랑스의 이런 관심은 2024년 1월1일부터 적용된 ‘바이오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화’에서 기인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0년 ‘순환 경제를 위한 폐기물 방지법(AGEC)’과 2018년 유럽 ‘폐기물 기본 지침’에 따라 가정 및 모든 종류의 사업장에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프랑스 국민은 일반 쓰레기봉투에 음식물 쓰레기를 함께 버려왔다. 환경에너지청(ADEME)이 2022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프랑스인 1인당 연평균 83㎏을 배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에너지청은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 및 소각되고 있다”라며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및 재활용을 통해 연간 80만t 이상 온실가스를 방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프랑스 환경법에 적시된 ‘바이오 폐기물’은 “정원 및 공원에서 나오는 무해한 생분해성 쓰레기, 가정·사무실·식당·도매점·구내식당·요식업소·소매점에서 나오는 음식 및 부엌 쓰레기, 식료품 공장에서 나오는 유사 쓰레기 등”을 통칭한다. 한국과는 달리 과일이나 달걀, 해산물 껍질, 고기 및 생선 뼈, 차나 커피 찌꺼기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프랑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소각이 의미 없는 바이오 폐기물을 소각로나 매립지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 ‘제로 웨이스트 프랑스(Zero Waste France)’ 대표 쥘리에트 프랑케는 지난해 12월31일 언론 인터뷰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침출수까지 생산할 수 있다”라며 바이오 폐기물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바이오 폐기물을 재활용해 퇴비를 만들거나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교통수단 연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생활 쓰레기 처리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프랑스 환경부가 발표한 바이오 폐기물 처리 법안에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정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바탕을 두고 의무화할 것”이라는 전제가 담겨 있다. 각 지자체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배출하고 재활용할지 결정하고 시민들에게 배출 방법을 홍보해야 한다. 프랑스 환경에너지청이 시행한 여론조사(2020년 5월20~28일, 1105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55%가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및 비료화 시스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 21%가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이유로 ‘분리수거 시스템 결여’를 꼽았다.

“목표는 대단하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

1월4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새로 설치된 바이오 폐기물(음식물 쓰레기)통.ⓒAFP
1월4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새로 설치된 바이오 폐기물(음식물 쓰레기)통.ⓒAFP

일부 지자체는 이번 법안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시행해왔다. 지난해 9월27일 지역 일간지 〈웨스트프랑스(Ouest-France)〉와 인터뷰한 환경에너지청 바이오 폐기물 담당 엔지니어 뮈리엘 브뤼셰는 “낭트시는 비료화 도구를 살 수 있는 보조금을 지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바이오 폐기물 분리수거를 촉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3 TV 채널에 출연한 스트라스부르 지역 생활 쓰레기처리 담당 부대표 파비엔 바스는 “한 해에 1인당 12㎏ 정도를 수거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이미 평균 15㎏을, 몇몇 지역은 18~19㎏ 가까이 모였다”라면서 최근 2년간 시행한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했다. 남동부 대도시 리옹은 지난해부터 개인 분리수거통 9000개를 제공했고, 향후 2만 개를 추가로 배포하기로 했다. 브뤼노 베르나르 리옹 시장은 지난해 12월9일 경제 일간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환경 및 경제적 이유로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는 (리옹시) 주요 정책의 중심에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책에 대한 반발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부 투렌 지역 환경단체 ‘제로 데셰 투렌(Zéro déchet Touraine)’의 세바스티앙 모로는 지난해 12월23일 프랑스3 TV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목표는 대단하지만 이번 법안의 영향이 어떨지는 현실을 봐야 한다. 서부 앵드르에루아르 지자체가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지 6년이 됐지만 현실은 아직도 멀었다. 2024년 1월1일이 된다고 해서 프랑스 국민 한 명 한 명이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할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환경부는 “몇몇 지자체는 아직 투자해야 할 부분이 있다”라며 전 국민의 40%에 해당하는 2700만명이 2024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해결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분리배출 방식도 비판 요소 중 하나다. 프랑스에서는 분리배출 방식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건물마다 분리배출통을 배치하는 방식과 거리에 띄엄띄엄 공용 분리수거함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부 로리앙 지역은 각 가정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제공하고 1층 수거함에 쓰레기를 모으면 쓰레기 차가 건물마다 들러 수거해 가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파리의 경우 거리 특정 구역에 공용 음식물 쓰레기통을 설치하는 방식을 시행하기로 했다. 파리시는 “집에서 3분 거리에 음식물 쓰레기통을 배치해 분리수거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파리시 보좌관 에마뉘엘 그레구아르는 일간지 〈뱅 미뉘테(20 Minutes)〉와의 인터뷰에서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를 텅 빈 채로 돌게 할 순 없어서” 공용 배출 방식으로 통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보도에 등장하는 한 시민은 “어리석은 일이다. 집 밑에 내려가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게 훨씬 쉽다. 오래 놔두면 벌레가 생겨 이틀에 한 번은 분리수거해야 하는데, (공용 배출함까지) 200m나 이동해야 한다면 (분리배출을 하러) 가지 않을 것이다”라며 파리시의 이 같은 정책에 반발했다. 파리시는 분리배출된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하는 정책을 택했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분리배출 참여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12월23일 여론조사기관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 지역 주민의 82%가 바이오 폐기물을 분리배출한다고 답했다. 한편 파리와 파리 근교 지역은 33%에 그쳤다. 한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이 일상 속에 자리잡았지만, 오랜 관습과 도시의 폐기물 수거 시스템 전반을 고쳐야 하는 프랑스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