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검찰 내부 ‘제 식구 감싸기’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통제받지 않는 권력 검찰, 시대가 변하면 검찰도 변해야 하는데 여전히 낡은 모습”
“검찰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 윤석열 생각과 검찰 문화를 짐작게 하는 발언”
“기록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무속에 기대는 검사도 있어”
“채널A 사건 보고하려는데 병가로 출근 안 한한 윤석열, 병원 대신 자택 치료 의아”
“고발 사주 손준성 유죄인데 불구속? 실형 선고하면 원칙적으로 법정 구속해야”
“월급받으면서 일하는 데 특활비로 격려? 검찰은 현금이 도는 특이한 정부 조직”

■ 진행자 / ‘윤석열 검찰’의 심장부에서 일했던 분을 모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검찰의 심장부에서〉라는 책을 펴내기도 하셨죠.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님, 먼저 대검 감찰부장은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가요?

■ 한동수 / 검사 및 검찰 공무원 비위를 감찰하고 또 사무감사도 하고요. 예방 감찰의 일환으로 정보팀을 운영하는 부서죠. 또 필요한 경우는 수사로도 전환하고요.

■ 진행자 / 저는 검찰의 감찰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라임 술 사건’이더라고요. 검사들이 99만원어치만 술을 마셨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무죄를 받았던 사건인데, 그것도 감찰이 제대로 안 됐던 거잖아요. 국민들 인식에는 감찰은 결국 제 식구 감싸는 조직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한동수 /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비단 감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많이 알고 계신 ‘김학의 동영상’ 같은 사건도 검찰 조사 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그 과정들이 있었잖아요. 또 마땅히 수사로 전환되었어야 할 사건들, 예를 들어서 검찰 내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문화 때문에 희생된 검사 또는 직원들이 존재합니다. 상급 검사의 갑질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홍영 검사 사건이 대표적이겠죠. 또 피해자가 검사나 검찰 내부 식구인 경우에는 이를테면 성 비위라든가 갑질 행위가 비교적 엄정하게 처리되는 경향들이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반면 피해자가 국민 일반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제 식구 감싸기 영역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겪어보시기에도 제 식구 감싸는 경향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검찰의 심장부에서〉를 읽다 보면 굉장히 좋은 ‘외부자’로서 검찰을 관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판사 생활을 16년 하셨고,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5년 하시다가 검사로 지원하신 거잖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한동수 / 제가 지원할 무렵이 2019년 7~8월인데, 그 당시 우리 사회 분위기가 사법농단이나 국정농단 사건을 지나서 검찰 개혁을 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굉장히 무르익던 시절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와 경제 발전에 검찰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영역들, 앞서 말씀드린 김학의 동영상 사건이든, 검찰의 인권 침해 요소에 의문을 제기가 많이 이뤄지던 시점이어서 제가 검찰 개혁에, 검찰 자정 기능에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지원하게 됐죠. 법조인들이 〈법률신문〉 많이 보는데, 1면 하단에 지원 공고가 실려 있었는데 그게 반짝, 하고 빛이 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 길이다’ 하고 지원을 한 거죠.

■ 진행자 / 근무하셨던 당시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어요. 그러니까, 책 제목에 괄호 처리된 부분이 ‘윤석열 검찰’이기도 할 텐데요.

■ 한동수 / 검찰의 심장부는 서초동 대검일 수도 있고요, 거기에 모든 특수수사나 공안 수사,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사건의 어떤 의사 결정들이 이뤄지는 조직이죠. 또 검찰의 대검 감찰부도 조직의 기강과 숙정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도 볼 수 있죠. 저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구성원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갖고 있는 정보들은 부분적이지만, 저는 어떤 현장이 생기면 일신의 편안함 내지는 안전을 위해서 피해 가지는 않아서요. 물러서지 않고 조금 더 사안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하죠. 예를 들어서 ‘채널A 감찰 개시’ 안 받겠다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하고 돌아갔으면 제가 모르잖아요. 그런데 “아닙니다, 이걸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함으로써 그런 반응을 보게 됐고, 그 후 수사까지 이어졌지만 총체적인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는데요. 여러 이유로 그 일부들, 실상이 알려지게 되었다는 생각은 합니다. 내부적인 정보들, 자체 동향팀도 있고, 또 어떤 익명의 제보도 있을 수 있죠. 물론 언론인으로부터 온 정보는 없습니다(웃음). 대검 규정상 만날 수도 없고요.

2013년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운데)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을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시사IN 이명익
2013년 10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운데)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을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시사IN 이명익

■ 진행자 /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을 쓴 것이라는 의미일 텐데, 책을 읽으면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이 동료 검사라면 지나갔을 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부장님에게는 낯선 이야기여서 세세하게 기록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한동수 / 네, 그렇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수 있지 않나 싶은데요. 저는 법원 조직을 좀 경험하고, 변호사 생활도 해보고, 그래서 검찰의 특이한 지점이 눈에 쉽게 들어왔죠. 반면 오래 근무한 분들은 잘 모르잖아요. 예를 들어서 90도 인사나 내지는 검사장급은 지하철 타는 게 낯설다든가… 이런 것들이 검찰 조직 내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고, 또 이해되는 측면도 있죠. 모든 문화와 제도는 나름대로 합리성을 가지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시대의 환경이 변해가면 검찰의 부여된 역할도 변해야 하는데, 굉장히 낡은 모습이죠. 중요한 건 검찰의 어떤 수사 결정이 단독자의 관점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거든요. 내 의사가 있더라도 위에서 결재가 안 난다든지, 내지는 그와 다른 결정을 해야 한다든가, 아니면 더 중요한 자리로 가고자 하는 욕망과 유혹 속에서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결정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를 합리화시키고 정당화시키는 거죠. 국민 일반으로부터 통제받지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아주 유력한 보호를 받는 검사장급이라면 ‘누가 나를 기소할 수 있겠나’ 혹은 ‘누가 나를 감찰하겠나’ 이런 내적 자신감들이 있어 보여요.

■ 진행자 / 사실 건건이 다 놀라운 폭로인데요, 검사들이 실제 내부에서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말하는구나 하는 점에서요.

■ 한동수 / 시사IN 소속 기자라서 그렇게 느끼실 수 있어요(웃음). 예를 들어 알 만한 그런 신문… 더 많은 밤의 문화도 알 테고, 여러 내밀한 사적인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도 많이 있으리라고 보고요. 저는 뭐 폭로하겠다, 척결하겠다 이런 요소로 접근한 건 아니고요. 검사들 나름대로 제 앞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경우들도 있죠. 업무 과정에서 이런저런 아픔들이 있더라고요. 그걸 기록해 두고 또 국민들이 알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취지였죠.

■ 진행자 / 검사동일체 원칙도 생각나고, 위에서 결재가 안 나서 일선에서 일을 못 하는 이야기도 좀 생각이 나네요.

■ 한동수 / 캐비넷에 그냥 넣어놓으면 결재가 안 나는 거죠.

■ 진행자 / 캐비넷이요?

■ 한동수 / 모든 검사실에는 캐비넷이 있습니다.

■ 진행자 / 아, 보통 검찰의 ‘캐비넷’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일단 묻어두는 그런 이미지가 강해서 오해했습니다. 진짜 캐비넷 말씀이군요(웃음).

■ 한동수 / 저에 대한 많은 오해와 비난과 공격의 기사가 있어도 사실을 정정해 줄 수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추상적이고 은유적이고 비유적인 형태로 페이스북에 표현하곤 했는데요. 검찰총장 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캐비넷, 특활비 및 관련 장부가 들어있는 또 흔히 국민들이 말하는 내사 정보들이 있는 캐비넷은 어느 한 곳에 따로 보관하고 특정 장소에 있을 수는 없죠. 제가 확인하지 않은 것이어서 저도 추론과 생각을 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서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라고 휴대전화 포렌식하면 다 서버에 들어가잖아요. 그 자료들이 삭제가 안 됐다면 삭제하는 것이 맞는데, 그런 정보들도 일정 정도 있을 수 있죠. 또 옛날처럼 무슨 공안부에 캐비넷이 있는데 열어보니까 별 자료 없더라, 이런 이야기도 제가 들은 적 있고요. 그래서 이제 ‘범정(범죄 정보)’이라고 부르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중요한 거죠. 거기에 있는 수사관들, 정보요원(IO)들이 여러 곳으로 나갈 수 있잖아요. 국내 정보에 적극적으로 탐색 활동을 한다면, 그 정보들이 또 일정 기간 쌓이겠죠. 하여튼 제가 알고 있어도 밝히기가, 직무상 비밀일 수도 있어서요.

■ 진행자 /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회식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당시 같이 회식했던 다른 검사들은 기억을 잘못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분들은 그 단어가 인상적이지 않아서 넘어갔던 것 같고, 부장님은 그게 굉장히 낯선 이야기여서 오래 인상에 남고 또 기록으로 남겨놓으셔서 저희에게 전해주고 계시는데요. 제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020년 3월19일 회식 당시 했다는 말을 좀 읽어볼게요. “일제 때 태어났으면 마약 판매상이나 독립운동을 하였을 것이다” “만약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김종필처럼 중령이 하는 것인데 검찰에는 부장에 해당한다. 나는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검찰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을 때, 부장님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계셨던 거잖아요.

■ 한동수 / 네, 제가 왼쪽에 있었고 윤석열 총장의 우측에는 과수부장이 있었고요. 공안부장도 있었고요. 반부패부장하고 대검 차장은 없었어요.

■ 진행자 / 핵심 스태프는 다 있었다?

■ 한동수 / 우연히 어떤 여성 검사 가족 문상을 가려다가 코로나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마실 수 없어서 퇴근 무렵에 마련된 번개 모임 같은 건데요.

■ 진행자 / 그 자리에서 식사도 하고, 소위 말하는 ‘폭탄주’도 돌았던 거네요. 그런데 부장님은 술을 드시지 않아서 당시 상황을 더 기억하기 좋았던 상황인 것 같아요.

■ 한동수 / 네, 제가 주로 만나는 건 이제 검사장급 이상을 보게 되는데요. 어떤 분들은 ‘우리는 술 마시면 봉숭아학당 같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고, 중구난방식의 대화들이 오가죠. 저는 그 부분들에 대해서 굉장히 뭐랄까, 예사롭게 들리지는 않더라고요.

ⓒ시사IN 신선영
ⓒ시사IN 신선영

■ 진행자 / 위에 언급한 해당 발언들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가요?

■ 한동수 / 술 드시고 상당히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호기로운 상태랄까요. 제가 연결시켜 보면 당시에 채널A 사건에서 제보자 X라는 사람이 채널A 본사에 방문해서 물적 증거나 아주 유력한 진술을 털어놓기로 한 며칠 전이어서, 만약 한동훈 검사하고 그 자료들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회동인데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맞죠. 그런데 당시 말이 나왔는데, 〈조선일보〉 이야기를 하면서 “〈조선일보〉 사람들은 평안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고, 평안도 사람들은 결속력이 대단히 강하고 반공정신이 투철하다”, 그러면서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고 하는 거죠. 제가 생각하기로 이분은 특수통으로 살아온 분인데 공안적 시각을 이야기해서 생소하잖아요.

■ 진행자 / 당황스러운 말이기도 하죠.

■ 한동수 / 한국의 여러 갈등의 최종 지점이 또 그걸로 가잖아요. 그런데 이 시대의 검찰을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역사는 지금도 현재 계속되고 있고, 내가 미래에서 계승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잖아요.

■ 진행자 /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라는 말도 했어요.

■ 한동수 / 이런 이야기들이 수미쌍관, 기승전결로 되는 것이 아니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윤석열 총장의 어떤 생각과 사상, 문화들이 표현되는 대목들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서 적었던 것이고요. 어떤 때 보면, 대통령도 구속수사하고 대법원장도 구속해 보고 그러다 보면 권력의 정점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거든요. 손에 잡히는 거죠. 그러면 이 과정에서 ‘쿠데타를 할 수 있겠다’는 것은 예사롭게 나오는 얘기가 아니고, 의미가 있겠죠. 잇따라 나온 말이 “그때 김종필 중령급이 5.16쿠데타의 주역이었는데 검찰로 치면 부장이다” 이런 거죠. 추측의 영역이지만, 어떤 일이 내가 느끼기에 속도감이 부진하면 직접 선수로 뛰고 싶은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요. 검찰 오래 한 사람들 퇴임사를 보면 이런 대목들이 나와요. ‘내가 어떤 사실을 발견했을 때 많은 기쁨이 있었다.’ 물론 악을 발견하고, 척결하고 이런 부분은 많은 보람이 있고 검사의 사명이기도 하죠. 그런데 특수수사를 오래 한 분들은, 그러니까 인권 감수성이 뛰어나면 특수수사 못 한다는 얘기도 하거든요. 대통령을 비롯해 대기업 CEO도 내 앞에서 무너지잖아요.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오만해지는 거죠.

■ 진행자 /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회식 발언은 고발 사주 재판에서도 증언하신 바 있잖아요.

■ 한동수 / 고발 사주 재판에서도 말하고,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도 말씀드렸고, 국회 청문회에서도 증언했죠. 제가 메모를 해두어서 기록이 있는 거고요.

■ 진행자 / 고발 사주 재판에서 그 증언이 또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서 오늘 재판에서 징역 1년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판 결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 한동수 / 재판부 배포자료를 읽어보니까, 재판부에서 말하고 싶었던 거는 양형 이유에 있는 것 아닌가 했어요. 검찰이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검찰권을 남용한 것에 대해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이 무겁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대체로 충실한 심리 끝에, 판결 자체가 합리적이고 정직한 글이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듭니다. 아직 항소도 남아 있고, 무죄 추정을 받는 피고인의 입장도 있지만요. 조금 더 생각해야 할 지점은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가 났어요. 논거가 이겁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객관적인 징표나 표지가 없다’는 취지인데요, 대검에서 감찰 조사를 했을 때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의견을 드렸었고요. 이 부분에 대해 판단 기준을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는 총체적인 전체 사정을 고려해 봤을 때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겠고요. 하여튼 저는 1심에서 증언을 했으니, 저도 이제는 생업에 종사하고 싶고요. 다만 저는 (제가 판사일 때) 형사재판을 할 때 실형을 선고하면 원칙적으로 법정 구속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불구속으로 한 것이, 어떤 분들이 보기에는 심판이 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눈에 띄는 지점이었습니다. 비논리적이랄까.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1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1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

■ 진행자 / 판사 시절에 피고인의 신분에 따라서 법정 구속 여부를 나누지 않았다는 말씀이죠?

■ 한동수 / 인간은 평등하고요. 그만큼 검찰의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죠. 이게 일반인이 고발장을 정당에 갖다준 게 아니잖아요. 공직자가 갖다준 거거든요. 선거운동 기간에 그 지위를 이용해서요.

■ 진행자 / 책 뒷부분의 ‘무속’과 관련된 부분, 또 빼놓기 어려운 지점 아닌가 싶습니다. 고위직 검사일수록 무속과 친하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셨어요.

■ 한동수 / 제가 경험한 법원 조직이나 변호사 생활에 비해 검찰이 특징적인 것이, 현금이 많이 돕니다. 인사에 굉장히 민감하고요. 검사장으로 갈 거냐, 국회의원으로 갈 거냐, 혹은 전관예우 받아서 변호사로서 돈을 축적하느냐… 고위직에 올라간 검사일수록 이 지점을 고민하는 거죠. 과거에 대검찰청 청사 1층 로비에 외뿔이 나 있는 해치상이 있었어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그 뿔이 대검 집무실을 향해 있어서 검찰총장이 옷 로비 사건으로 구속됐다는 이야기가 돌아요. 어떤 서기관은 정말 그렇게 믿고 있어요. 검사를 그만둘 때도, 인사철에도 무속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검사가 기록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속인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 진행자 /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채널A 사건 보고를 하려고 했는데, 총장이 출근하지 않았던 때를 책에 이렇게 남기기도 하셨어요. “총장을 수행하는 김모 계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장이 출근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종기가 있는데 병원에 입원한 것은 아니고, 총장 자택으로 의사가 아닌 누군가가 와서 치료 중이라고 했다.”

■ 한동수 / 채널A 관련해서 워낙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대면 보고를 하려고 했는데, 연달아서 연가를 내시고, 안 그러던 분이었으니까 수행비서에게 전화했죠. 병원에 계시면 찾아뵈려고. 대면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병원이 아니라 방문하기 적절치 않다는 거예요. 대신 윤 총장이 지정해 준 대로 메시지 상으로 적법한 보고가 이뤄졌다는 판단을 나중에 감찰부와 했고요. 저는 중요 사안이라 보고하고 싶었죠.

■ 진행자 / 특활비 관련한 부분도 이야기 해주셨어요. “2020년 1월 인사 발령으로 부임해 온 대검 각 부장과 과장 등이 윤 총장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자 대검 연구관들에게 지급해 오던 특활비를 없애고 대신 그 돈을 윤 총장과 연수원 동기이며 사이가 좋은 각 고검장에게 매달 500만원씩 내려보낸 사실이다. 대검 모 부장은 그 부당함과 치사함을 소리 높여 비판했다”라고요. 특활비가 사사롭게 쓰인다는 지점에서 놀랐습니다.

■ 한동수 / 제가 판사 생활을 16년 했잖아요. 법원에는 기본적으로 현금이 없어요. 그래서 현금이 도는 게 너무 특이한 거예요. 더 나아가서 월급받으면서 사건을 처리했는데, 사건을 처리했다고 돈을 주다니 너무 낯설더라고요. 그런데 검찰에서는 그게 익숙한 거예요. 오랫동안 특활비 형태가 있었던 거죠. 돈은 힘이 있어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출발점은 돈이에요. 마찬가지로 돈을 받으면 수사의 공정성을 해치게 돼요. 돈을 준 사람에게 수사 속도와 방향과 영향을 받게 돼요.


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최한솔 PD, 김세욱·이한울 PD(수습)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변호사), 이탄희 민주당 의원, 이은기 기자, 조현욱 보좌관(조응천 개혁미래당 의원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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