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양승태 1심 전부 무죄? 귀신이 재판 개입시켰다는 말인가… 상식에 반하는 판결”
“재판 개입 피해자 여전히 존재, 양승태가 ‘몰랐다’고 해서 없는 일 될 수는 없어”
“대법원 수사 의뢰로 진행? 한동훈은 꼭두각시인가? 검찰 항소 포기는 권한 남용”
“사법농단의 본질은 재판받는 당사자를 국가가 배신한 행위”
“윤석열의 격노가 일선 판사들에게 전달된다면? 사법농단 반복될까 봐 두려워”
“김명수식 적당주의 개혁의 후폭풍… 조희대에게 고속도로 깔아준 것”
“법원행정처에 다시 판사가? 재판 개입의 통로, ‘‘탈 판사화’ 입법으로 해결해야”

■ 진행자 / 양승태 1심 판결, 전부 무죄로 나왔습니다. 한 줄 평을 먼저 해주신다면?

■ 이탄희 / 그럼 귀신이 시켰다는 말이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판결문을 다시 봐도 ‘명백한 재판 개입이다’ 이런 표현이 곳곳에 등장해요.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몰랐다는 거잖아요. 그럼 누가 시킨 거죠? 법원행정처가 재판 개입을 했는데,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 조직이거든요. 저도 거기에 인사 발령을 받아서 갔다가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고 사직서를 제출했던 건데요. 제가 이의제기했던 부분들은 컴퓨터 포렌식을 통해서 다 사실이 확인된 상태고요. 서른 명 넘는 비서 판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몰래, 이렇게 오랜 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재판 개입을 했다는 게 가능한가요?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 진행자 / ‘재판 개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법농단은 없었다’는 논리가 나왔죠.

■ 이탄희 / 재판 개입은 있었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몰랐다는 건데. 더 나아가서 일부 보수 언론은 ‘사법농단 없었던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거죠.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진행자 / 1심 선고 다음 날인 1월27일 〈조선일보〉 1면 기사 제목이 정확히 그 내용이었습니다. ‘사법농단 없었다… 양승태, 47개 혐의 모두 무죄’.

■ 이탄희 / 양승태 대법원장이 무죄일 뿐이지 재판 개입으로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있잖아요. 재판 개입도 있었고요. 대표적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할아버지·할머니들과 유족들은 지금 민사 소송도 제기 중입니다. 재판 개입으로 인해서 그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받았어야 될 승소 판결을 보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신 분들이 되게 많은 거예요. 재판을 일부러 지연시키고 했던 그 과정들이 이번 양승태 대법원장 판결에서도 다 인정이 됐어요. 임종헌 차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피해자들이 빨리 승소하지 못하도록 지연시키기 위해서 외교부랑 소통을 하고, 또 일본 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를 양승태 대법원장이 몇 번이나 접견하잖아요. ‘외교부 쪽에서 압박을 넣어야 되는데 이게 잘 돼야 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잘 되겠지’ 이런 얘기들이 다 확인된 거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사법농단이 없을 수 있습니까? 양승태 대법원장이 1심 판결대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법농단이라고 하는 사건은 있었던 거죠. 피해자도 여전히 있는 거고요.

■ 진행자 / 그런데 왜 ‘사법농단 없었다’ 류의 보도가 나온다고 보세요?

■ 이탄희 / 억지 쓰는 거죠. 덮고 싶은 거겠죠. 사법농단은 공적으로 확인됐다는 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임성근 판사를 국회에서 탄핵 소추했잖아요.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 판단을 했는데, 다수 의견은 임 판사가 중간에 퇴직했기 때문에 각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그럼에도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다시는 있으면 안 된다’는 내용을 판시했어요. 그게 결정문에 그대로 남아 있고, 이 결정문은 영구 보존되는 문서입니다. 사법농단의 실체가 있었다는 것을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공적으로 확인한 거죠. 오히려 실체가 없었다는 게 허위 보도입니다.

■ 진행자 /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맡았던 사건인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의 수사 의뢰로 진행됐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 이탄희 / 그래서 본인은 꼭두각시였다는 겁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는 건가요? 그럼 본인이 지금까지 수사해서 기소했던 수많은 사건은 어떻게 된 건가요? 무책임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요. 이 사건은 사실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비판했던 사람 중 하나고요. 저는 계속해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식은 판사 탄핵과 징계라고 말해왔죠. 왜냐? 이건 헌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우리가 상상도 못 해서 형법에 금지한다고 미리 법도 못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정공법으로 탄핵으로 징계 책임을 묻는 것이 맞지,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돌아가는 길이고 오히려 쟁점을 왜곡할 수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판결 자체가 납득이 안 됩니다. 검찰의 문제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판결이 정당화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 진행자 / 심지어는 검찰이 항소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잖아요. ‘1심 무죄 났으니 사법부를 괴롭히지 마라’는 취지로 들려요.

■ 이탄희 / 양승태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얘기겠죠, 사법부가 아니라. 면죄부를 달라는 거고요. 검찰이 항소 포기하면 권한을 남용한 것에 불과합니다. 지금 사법농단 관련 하급심 판결들이 서로 엇갈리고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이규진 판사 판결을 보면요, 이규진 판사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공모한 걸로 판결문에 적시 돼 있어요. 그렇게 공모한 게 인정된 명백한 증거도 있습니다. 이규진 판사의 업무 수첩에 보면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 CJ(Chief Justice·대법원장) 보고 괄호 열고 ‘(강경 대응 주문)’ 이렇게 업무 수첩에 나왔어요. 그게 공모로 인정돼서 유죄 받은 판결도 있고, 양승태 1심 판결처럼 공모 안 했다, 몰랐다고 판결한 것도 있고 두 개가 동시에 있어요, 지금. 그러면 당연히 통상적인 업무 처리 절차라고 한다면 항소해서 상급심에서 뭐가 맞는지 결판을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항소를 포기한다? 그건 명백한 권한 남용이죠.

■ 진행자 / 결국 우리가 짚어야 할 건 사법농단 사건의 본질일 텐데요.

■ 이탄희 / 재판받는 당사자들을 국가가 배신한 행위입니다. 법원이 배신한 거예요. 진짜 피해자는 재판받은 국민들이지 양승태가 아닙니다. 양승태는 지금 마치 자기가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데요. 검찰과 양승태 사이의 싸움은 그냥 기득권들의 싸움입니다. 가짜 싸움이고요. 진짜 피해자는 재판 거래, 재판 개입으로 인해서 피해를 본 강제징용 피해자들, KTX 승무원들, 그리고 세월호 7시간 판결과 관련해 입막음 당한 언론인, 또 세월호 유가족 이런 분들이 피해자인 거예요. 그분들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지 않고 엉뚱하게 양승태와 검찰의 싸움, 마치 게임인 것처럼 그래서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편들고 있는 모습 정말 답답하고요. 지금이라도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일이 반복될까 봐 참 두렵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성정을 봤을 때요, 앞으로 해병대 채 상병 사건처럼 어떤 수사 결과나 재판 결과를 봤을 때 그걸 접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해서 ‘이게 뭐냐, 뒤집어라, 가만두지 마라’ 이렇게 얘기할 가능성이 꽤 있거든요? 그게 일선 판사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하면 법원 판결도 이제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정말 끔찍한 거는 그런 일이 있어도 밝히기가 너무 어려워요. 우리가 모른 채로 그냥 지나갈 수 있어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재판이 뒤에서 배후 조종될 수 있고, 부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미 국민들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 불안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위험성이 상존해 있는 상태로 계속 사법 시스템이 존속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참 큽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진행자 / 사법농단 사건을 겪은 사법부는 어떤 반성과 성찰, 혹은 변화가 있었을까요? 법원행정처가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 이탄희 / 전혀 반성이 없는 거죠. 김명수 대법원장이 소위 말하는 적당주의 개혁을 한 후폭풍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 있을 때 했던 얘기가 있는데요, 중요한 개혁 요구가 있을 때 그 개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정말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해요. 영혼 없는 개혁하다가 나중에 패가망신하는 경우 정말 많습니다. 역사가 어떻게 기록할까요?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느 정도 중도적인 입장에서 조화롭게 해보려고 한 사람이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함으로써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고 기록될까 걱정이고요. 사법부의 반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 이후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거든요. 지금 조희대 대법원장 들어와서 사법부가 완전히 거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퇴행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법원행정처 판사를 늘리고 있는 거고요. 난로 옆에다 화약고를 쌓는 겁니다. 터질 수 있어요.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 비서 조직이고, 재판 개입하거나 할 때 대법원장이 일선 판사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죠. 비서들 통해서 연락하게 되는데 그 비서들 연락 받았을 때 1심 판사들, 일선 판사들이 왜 흔들리느냐? 같은 판사가 전화해서 흔들리는 거거든요. 엊그제만 해도 내 옆에서 같이 재판하던 판사들이고 같은 법관 신분의 사람이 전화해서 이렇게 저렇게 요구하면 무시 못 하고 영향받는 거예요. 그래서 그 통로를 차단하려고 법원행정처에서 판사를 뺀 거거든요. 소위 말하는 ‘악마의 다리’를 끊어낸 겁니다. 근데 그 끊어낸 다리를 지금 다시 복구하고 있는 거예요. 조희대 대법원장이 해병대 채 상병 사건처럼 어떤 재판이나 판결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한다면 그게 대통령실과 법원행정처를 통해서 1심 법원에 전달될 수 있고, 그 통로들이 지금 구축되고 있는 거고요. 그게 전달이 돼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거죠.

■ 진행자 / 한 차례 폭로되었지만 바로 잡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더 다음번에는 사람들이 입을 다물 거라는 이야기인 거죠?

■ 이탄희 / 맞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이런 부분도 있어요. 인사권 남용과 관련해서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사실을 법원에서 인정했어요. 그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그냥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거죠. 이 정도는 해도 됩니다. 판사를 험지로 보내고, 한직으로 보내고, 그 정도만 해도 판사들이 다 영향받습니다. 근데 그거 해도 된다고 지금 판결문에 써준 거잖아요. 이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당사자인 측면도 있고 해서 기회 될 때마다 제 역할을 앞으로 더 하겠습니다만, 이제 앞으로 법원 내에 남아 있는 양식 있는 젊은 판사들, 또 이 사건을 취재한 언론인들, 그외 많은 법조인과 22대 국회에서 활동하실 모든 분이 협업해서 이 부분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조치들을 이제부터라도 해나가야 합니다. 이 부분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법원행정처 탈판사화 문제도 입법으로 해야 해요. 이렇게 되면 다른 방법이 없어요. 22대 국회에서 여러 정당이 힘을 합쳐서 법원행정처라는 조직에 판사가 들어올 수 없게 법을 만들어야 해요. 그 법을 민주당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또 언론과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이 법원을 장악하려고 한다’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할 거예요. 거기에 방어하고 맞서기 위해서라도 여러 정당이 연합해서 해야 해요. 그래서 이것도 정치 개혁과 연결됩니다.

■ 진행자 / 안 그래도 선거제 관련한 시청자 질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이탄희 / 병립형으로 퇴행하는 것이 최악입니다. 우리 미래까지도 다 넘겨버리는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식 증오 정치의 판을 깔아주는 겁니다. 위성정당은 2024년에만 어떻게 대처하면 되지만 병립형은 2028년, 2032년, 2036년까지 다 넘겨주는 겁니다. 우리가 법원에 대해서 조직 논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고 이야기하는 만큼 정치에 대해서도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정치의 목적이 뭔지, 민주당 정치의 목적이 뭔지 이런 것들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최한솔 PD, 김세욱·이한울 PD(수습)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변호사), 이탄희 민주당 의원, 이은기 기자, 조현욱 보좌관(조응천 개혁미래당 의원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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