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관한 기사를 쓸 때마다 벽을 느낀다. 사람들은 둔감하다. 한파가 몰아쳐도 폭염이 기승을 부려도 그때뿐이다. 올겨울 체감온도 영하 50℃를 기록한 미국의 한파, 몇 해 전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땅을 불태운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도 남의 나라 이야기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는 알아도, 이 나라가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굶주렸다는 이야기는 접하기 어렵다.

먹거리 이야기라면 어떨까. 시장과 마트에 갈 때마다 실체적 공포를 느낀다. 사과 한 알에 4000원, 쪽파 한 단에 1만원이다. 배춧값이 치솟으면서 김장을 포기한 집이 한둘이 아니었다. 식당에서 김치 한 접시 추가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는 오랜 주장이, 곧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 문제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내내 우리의 일상을 직격한다.

농업 연구자이자 기후변화 전문가인 저자는 말한다. 기후변화의 파괴력은 식량위기에서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고. 봄이 짧아지고 여름의 폭염과 장마가 점점 더 잦아진다는 것, 겨울이 점점 따뜻해지다가 또 어느 날에는 시베리아에서나 경험할 법한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다는 것. 이것이 뜻하는 바는 식량위기다. 2020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장마(54일)가 이어졌을 때 벼 수확량은 10% 감소했고, 여름 배추는 물러져 내다버려야 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을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입하는 질소비료는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이상기후의 창궐로 세계의 농업 강국은 식량을 점점 무기화할 것이다. 이미 식량 자급을 수입 농산물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지속 가능한 방향이 아니다. 저자는 “현 세대는 에너지 전환에 집착하지만 다음 세대가 직면할 위기는 생물다양성에서 촉발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2022년 출간됐지만 어느새 고전 반열에 올랐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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