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10분만 걸어가면 그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전엔 몰랐다. “서식지: 남아프리카, 아르헨티나, 남태평양”이라고 적힌 사자, 코끼리, 바다사자가 서울 광진구 능동에 모여 있다. 수십 년 전엔 자국의 동물과 함께 끌려온 콩고 주민도 있던 그 자리에 그랜트 얼룩말 ‘세로’가 있었다. 펜스 바깥 호모사피엔스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이들의 발톱이 몇 개인지, 임신 기간이나 수명은 얼마인지 같은 것들. 나는 다른 이야기를 알고 싶다. 서식지에 맞게 수만 년 동안 진화해온 그들의 눈과 코, 다리는 무엇을 보고 어떤 냄새를 맡고 어떻게 달리기를 원하는지, 누구를 사랑하고 어떨 때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지, 펜스를 힘껏 뛰어올라 난생처음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 그의 심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그리고 그가 몸으로 하는 말을 들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러니까 그들이 얼마나 존엄한 존재인지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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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탈출 그 후,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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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기자
‛여우사’라는 표지판이 없었다면 누가 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시야에 보이는 건 우거진 수풀과 바위뿐이다. 발걸음을 돌리려던 차 먼발치에서 붉은여우 ‘김서방’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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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에 코끼리가 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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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기자
김정호 수의사는 팔이 긴 진료복을 입고 있다. 수의복은 원래 반팔인데 야외 활동이 많아서 직접 맞췄다. “공공 영역이 아니면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을 진료하고 싶어서” 수의학과에 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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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와 ‘세로’의 집, 동물원의 딜레마 [금요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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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기자·김진주 PD·최한솔 PD
충북 청주동물원 산자락에는 작은 추모 공간이 있습니다. 수달 ‘달순’ 표범 ‘표돌이’ 삵 ‘꼬꼬’ 등 동물원에서 일생을 살다 간 동물들의 위패가 걸린 곳입니다. 추모 공간 안내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