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호선이’는 올해 열여섯 살이다. ⓒ시사IN 조남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 ‘호선이’는 올해 열여섯 살이다. ⓒ시사IN 조남진

‛여우사’라는 표지판이 없었다면 누가 사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시야에 보이는 건 우거진 수풀과 바위뿐이다. 발걸음을 돌리려던 차 먼발치에서 붉은여우 ‘김서방’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동물을 맨날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기가 나오고 싶어야 나온다. 운이 좋으면 그때 볼 수 있다.” 김정호 수의사가 말했다. 충북 청주시 청주랜드동물원(청주동물원)의 진료사육팀장이다. 산비탈에 자란 수풀 곳곳이 붉은여우 다섯 마리의 은신처였다. 김서방을 봤으니 5월13일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청주동물원에서 전시와 관람은 후순위였다.

붉은여우 이름이 김서방이 된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2020년 3월22일 세종시의 한 복숭아밭에 여우가 출몰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내 자취를 감추더니 일주일 후엔 청주 시내에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정한 국내 멸종위기종일 수도 있었다. 당시 붉은여우를 찾아 헤매던 119 구조대원들이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나 다름없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생후 2~3년 된 수컷 여우였는데,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김서방은 북미 출신 붉은여우였다. 여우 농장에서 탈출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환경부에선 토종 붉은여우만을 보호하고 있었기에 김서방은 안락사될 위기에 놓인다. 그때 청주동물원이 김서방을 맡기로 결정했다. 수풀이 우거진 여우사 앞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이 붉은여우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붉은여우를 개인이 아무런 신고 없이 합법적으로 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붉은여우가 관리되지 않는 시설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2020년 3월 청주 시내에서 발견된 뒤 청주동물원 여우사에 살고 있는 붉은여우 ‘김서방’. 여우 농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IN 조남진
2020년 3월 청주 시내에서 발견된 뒤 청주동물원 여우사에 살고 있는 붉은여우 ‘김서방’. 여우 농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사IN 조남진

사연 있는 동물들이 많았다. 2017년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된 독수리 ‘하나’는 부리가 삐뚤어져 있었다. 야생으로 방사하면 먹이 경쟁에서 밀려 아사할 가능성이 컸다. 반달가슴곰 ‘반이’ ‘달이’ ‘들이’는 강원도 동해시 한 사육곰 농장 출신이다. 웅담 채취 목적으로 수입돼 키워지는 반달가슴곰이다. 좁은 철창에 갇혀 있던 곰들은 2018년 환경부와 녹색연합, 청주동물원의 도움으로 구조되었다.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수달은 원래 야생 방사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 ‘로드킬’ 사고가 늘면서 방사가 어려워지자, 좁은 수달사에서만 지내던 중이었다. 다양한 이유로 야생에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이 청주동물원으로 왔다. 일종의 ‘야생동물 보호소’다.

청주동물원에 사는 반달가슴곰 ‘반이’ ‘달이’ ‘들이’는 강원도 동해시 한 사육곰 농장 출신이다. ⓒ시사IN 조남진
청주동물원에 사는 반달가슴곰 ‘반이’ ‘달이’ ‘들이’는 강원도 동해시 한 사육곰 농장 출신이다. ⓒ시사IN 조남진

청주동물원은 멸종위기종과 토종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동물원이다. 2014년 야생생물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최근엔 삵과 산양을 위한 야생동물 방사훈련장, 야생동물 연구시설까지 갖추었다. “동물원은 ‘뒷공간’을 봐야 한다. 돈 좀 들이면 앞공간은 그럴싸하게 갖춘다. 하지만 뒷공간에서 뭘 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 동물이 죽으면 죽었다고만 나오지, 잘 치료받았다고 하는 기사 본 적 있나?(김정호 수의사)” 2019년 청주동물원을 소재로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영화를 계기로 관심이 쏠렸다. 국내에서는 드문 시도였다. 서울대공원과 용인에버랜드도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지만 여전히 관람이 우선순위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경우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라는 홍보 문구를 쓴다. 먹이 체험, 동물 먹방 쇼를 하는 곳도 많다.

포악하고 사나운 동물의 잘못?

1997년 설립된 청주동물원은 원래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동물원 중 하나였다. 청주시 산하 청주랜드 관리사업소가 관리하는 공영동물원이다. 산자락에 위치한 작은 동물원인 데다 예산도 부족했다. 개체수가 많을 땐 130여 종이 살았다. 2001년 청주동물원에 수의직 공무원으로 들어온 김정호 수의사는 “관람의 시대”였다고 말한다. 다닥다닥 붙은 방사장마다 늑대와 하이에나를 한두 마리씩 밀어넣었다. 가장자리가 움푹 팬 곰 방사장은 “똥 치우기 좋은 구조”였고, 시멘트 바닥을 서성이는 히말라야 타르 발굽엔 염증이 자주 생겼다. 좁은 방사장을 빙글빙글 도는 동물들의 정형행동은 일종의 정신이상 증세인데 관람객들은 움직임이 많다고 좋아했다.

리모델링 전의 청주동물원 곰 방사장 모습. 김정호 수의사는 가장자리가 움푹 팬 곰 방사장이 “똥 치우기 좋은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청주동물원
리모델링 전의 청주동물원 곰 방사장 모습. 김정호 수의사는 가장자리가 움푹 팬 곰 방사장이 “똥 치우기 좋은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청주동물원의 ‘기능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싶어서 수의사가 되었는데 너무 많은 동물의 죽음을 목격했다. “동물을 부검해보면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계속 질병에 걸리고 부상에 시달리는 근본적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얼룩말은 단체로 살아야 하지만 스라소니나 삵은 독립적으로 산다. 그런데 ‘혼자 있으면 외로울 것’이라는 인간의 판단으로 합사하거나, 정작 혼자 있지 말아야 할 동물이 고립되면서 숱한 문제가 발생했다. “동물끼리 서로 공격해서 죽는 경우도 있다. 좁은 우리에 가둬두면 당연히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동물이 원래 포악하고 사납다며 문제를 동물의 책임으로 돌렸다.” 동물의 질병과 사망, 그리고 번식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 ‘이건 폭력이 아닌가’ 되물었다.

청주동물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2020년 1월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발간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청금강앵무는 지속적으로 털을 뽑으며 자해했고, 경남 진주 진양호동물원의 호랑이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라 관람객이 자주 음식물을 던졌다. 대구 달성공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좁은 시설에 국내에서 가장 큰 수코끼리가 살고 있고, 대전동물원에는 곰 먹이 자판기가 있다. 상업 목적을 띠고 우후죽순 생긴 실내 체험형 동물원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2016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국내 동물원이 보유한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동물 가운데 77.2%가 자연사가 아닌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 혹은 사고로 사망했다는 의미다.

리모델링 전의 청주동물원 늑대 우리. 다닥다닥 붙은 방사장마다 늑대와 하이에나를 한두 마리씩 밀어넣었다. ⓒ청주동물원
리모델링 전의 청주동물원 늑대 우리. 다닥다닥 붙은 방사장마다 늑대와 하이에나를 한두 마리씩 밀어넣었다. ⓒ청주동물원

오는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다. 기존 등록제였던 동물원‧수족관이 허가제로 전환되고, 동물원의 환경을 점검할 전문검사관 제도가 도입된다. 또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쇼도 금지된다. 최초의 동물원인 창경원 동물원이 개원한 게 1909년이었음을 감안하면 114 년 만에 생긴 동물원 규제다. 법 개정을 이끈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2017년부터 전국의 동물원을 직접 조사했다. “야생동물을 가둬놓은 시설이라면 그 이유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최소한 이 동물이 왜 멸종위기에 처했고,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하는 역할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 열악한 동물원이라면 왜 운영해야 하는가.” 그는 동물원수족관법 시행을 계기로 열악한 동물원을 단계적으로 없애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입장에서 동물원은 필요 없다.’ 김정호 수의사도 언론 인터뷰마다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실제로 동물원을 없애는 건 다른 문제였다. 동물원에 살던 수만 마리 동물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환경부가 2022년 12월 발간한 ‘동물원 보유동물 서식환경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113개 동물원이 운영 중이다. 공영 동물원 20개를 제외하면 대부분 민간 동물원이다. 여기서 국제적 멸종위기종 6855개체, 천연기념물 468개체를 포함해 5만8348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시설인 ‘생추어리’ 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이들이 갈 만한 충분한 시설이 아직 없다.

동물원을 향한 복잡미묘한 시선이 터져 나온 건, 지난 3월 한 얼룩말이 서울시내 도로와 주택가를 활보하면서다. 어린이대공원에서 2019년 태어난 ‘세로’는 동물원 탈출 사건으로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부모를 잃은 뒤 일탈행동을 벌이다 울타리를 넘은 사연도 인기에 한몫했다. 방사장을 넓히고 여자친구를 데려오겠다는 어린이대공원 측의 발표 이후, 사춘기 얼룩말의 대소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듯했다.

2020년 8월 청주동물원 얼룩말 ‘하니’도 담장을 넘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은 홀로 남으면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시사IN 조남진
2020년 8월 청주동물원 얼룩말 ‘하니’도 담장을 넘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은 홀로 남으면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시사IN 조남진

동물원 관계자들의 견해는 달랐다. “세로가 탈출했을 때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사육사들은 매일매일 불안하다.” 마승애 교수(청주대학교 동물보건학)는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윤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방사장이 좁다는 데 있다. “동물의 숫자를 줄이고 방사장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서울시에 요청해왔다. 동물사 하나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하수관 하나를 묻더라도 동물은 사람 크기의 두세 배 크기의 면적이 필요하다.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그 큰 예산을 동물에게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동물원의 동물이 좀 덜 불행하려면 넓은 서식 환경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영 동물원을 넓히기엔 의지도 예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자주 발생했다. 2020년 8월 청주동물원 얼룩말 ‘하니’다. 함께 살던 얼룩말이 노령으로 죽은 뒤 한동안 힘이 없더니 결국 담장을 넘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은 홀로 남으면 외로움과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고 알려진다. 얼룩말사 탈출은 ‘사춘기’나 ‘반항’ 때문이 아니라 동물원의 불충분한 환경문제에 가까웠다. 다행히 하니가 동물원 밖을 나가지는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미니말 ‘향미’와 합사한 끝에 안정을 되찾았다. 어찌 보면 궁여지책이었지만 새로 얼룩말을 데려오는 것보다는 나았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얼룩말이 한국의 추운 겨울에는 좁은 내실에만 갇혀 지낼 운명이었다.

권혁범 사육사에게 얼룩말 세로 탈출은 남 일 같지 않다. 그는 2014년부터 청주동물원에서 일해왔다. “사실 늘 미안한 마음이다. 사육사가 아무리 행동 풍부화(야생성을 유도하고 최대한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활동) 도구로 자극을 준다 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건 사육시설을 변화시켜주는 것인데 그걸 해줄 수가 없다.” 그래도 세로는 천만다행이었다. 2018년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사살되었기 때문이다. 동물이 좋아서 사육사가 되었지만 무력감이 컸다. 청주동물원의 사정이 그나마 낫다지만 “다들 고만고만한 곳에서 분투하는” 수준이었다.

리모델링 후의 청주동물원 늑대 방사장 모습. 공간이 넓어지자 정형행동이 줄었다. ⓒ시사IN 조남진
리모델링 후의 청주동물원 늑대 방사장 모습. 공간이 넓어지자 정형행동이 줄었다. ⓒ시사IN 조남진

김정호 수의사는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동물원이 두드려 맞는다”라고 지적한다. “사실 동물원은 그 많은 동물에 대한 전문성을 갖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서울대공원만 해도 200종이 넘지 않나.” 공영 동물원을 관리하는 지자체에선 ‘시민 편의시설’쯤으로 여기는 탓에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전문지식이 쌓이기 어렵다. “지자체에서 체험 동물원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갑자기 시설이 만들어진다. 생긴 지 오래된 지자체 동물원을 이전하는 문제는 10년째 진척이 없다. 예산 책정에서 동물은 언제나 후순위다.”

동물원에 어린 동물만 보인다면

동물원을 바꾼 건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이었다. 청주동물원은 외래종 자연감소를 위해 중성화 수술을 시작했고, 방사장을 리모델링했다. 곰과 독수리 등 멸종위기종을 데려오는 대가로 받은 지자체 예산 덕분이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20억원. 다닥다닥 붙어 있던 방사장 벽을 허물고 늑대 우리를 네 배로 넓혔다. 조금이나마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정형행동이 확연히 줄었다. 좁은 수조에 살던 물개는 물개사가 비교적 크게 지어진 광주동물원으로 보냈다. 내륙지방에서 해양 포유류를 기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매번 바닷물을 넣어줄 수도 없었다. 점점 개체수를 줄여 현재는 70종만 남았다. 10~20종만 보유하는 것이 김 수의사의 목표다.

고속도로 ‘로드킬’ 사고가 늘면서 방사가 어려워진 수달도 청주동물원에 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고속도로 ‘로드킬’ 사고가 늘면서 방사가 어려워진 수달도 청주동물원에 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청주동물원 산자락 꼭대기에는 조그만 추모공간이 있다. 청주동물원에서 일생을 살다 간 동물들의 위패가 걸려 있다. 4월29일 숨진 시베리아 호랑이 ‘호붐이’의 위패는 아직 없다. 2007년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후로 보호자 겸 치료자였던 김 수의사는 마음이 아파 호붐이가 죽은 후 이름을 바로 써 붙일 수 없었다. ‘호붐이’란 이름은 그 당시 출연하던 방송 〈주주클럽〉에서 연예인 ‘붐’이 지어준 것이다. 동물원에서 새끼 맹수가 태어나면 플래카드를 걸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시절이었다. 정작 그 이후론 어떻게 살다가 죽는지 알려지지 않는다. 그런 동물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김정호 수의사는 동물원에서 일생을 살다 간 동물을 기억하고자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시사IN 조남진

“새끼 맹수들은 인기가 많다. 하지만 맹수가 커서 감당이 안 되면 뒷공간이나 좁은 방사장에 갇혀 지내다가 죽는다. 동물원에 어리고 건강한 동물만 보인다면 동물원의 뒤를 의심해봐야 한다.” 김정호 수의사는 동물원이 어떤 면에서는 전시 동물 생산업 같다고 자조했다. 올해 초 사망한 표범 ‘직지’가 살던 좁은 방사장에는 더 이상 동물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좀 더 넓어진 방사장에서 청주동물원의 동물들은 자연사를 꿈꿀 수 있을까.

뽀롱이, 세로 이후 동물원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국내 동물원 관계자와 동물보호단체가 청주동물원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승애 교수는 동물원을 없애라는 말 대신 ‘동물원을 제대로 하라’는 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해에 2000만~3000만명이 동물원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과 자연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그 귀한 마음을 동물원에서 잘 활용하고 있는가?” 마 교수는 동물원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여우의 피신처를 위해, 늑대가 뛰어다닐 공간을 위해 누가 비용을 낼 것인가. 해피엔딩만은 아니었던 ‘세로 탈출 소동’ 이후 남은 질문이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