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26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끝난 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기 중인 미군들. ⓒ주용성
2023년 9월26일,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이 끝난 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기 중인 미군들. ⓒ주용성
서울시청 교차로에 진입하는 K21 보병 전투차량. ⓒ주용성
서울시청 교차로에 진입하는 K21 보병 전투차량. ⓒ주용성

시월의 광화문광장. 근엄한 표정의 ‘킹 세종’ 앞에 ‘유에스 솔저’들이 열중쉬어 자세로 비를 맞고 있다. 물론 이곳은 세계 최강대국 미합중국의 대사관 앞이며, 세계 최분단국 대한민국의 정부청사 앞이기도 하다. 슈미트와 검퍼와 듀티와 맥컬핀은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일을 하다가, 지금 이 자리에 섰을까.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맞으며 무슨 생각을 추적했을까. 10년 만에 부활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었다. 102억원이 깔린 길바닥에 군인 4000여 명과 장비 170여 대가 오와 열을 맞추며 행진했다. 국군의 뿌리라며 우러르던 독립투사들을 호적에서 파낸 해였다. 해병대 장군의 욕심에 휩쓸려 순직한 병사를, 그 죽음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던 장교를, 그 누구도 아닌 군 스스로 죽인 해였다. 대한민국 국군의 날을 기념하려고 서울 도심에 우뚝 선 주한미군의 기이한 풍경을 가로지르며 국군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광화문 연가가 장송곡처럼 흐른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구경하는 사람들.ⓒ주용성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구경하는 사람들.ⓒ주용성
2023년 9월26일, 건군 75주년 기념 국군의 날 시가행진.ⓒ주용성
2023년 9월26일, 건군 75주년 기념 국군의 날 시가행진.ⓒ주용성

 

기자명 사진 주용성·글 노순택(사진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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