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를 안다. 해녀를 모른다. 자신의 자비를 해녀와 나눈다. 자신의 공포도 해녀와 나눈다. 해녀에게 인간의 한계를 가르친다. 해녀는 바다가 가르치는 대로 한다. 해녀는 바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도 한다. 해녀는 바다를 안다. 해녀는 바다의 무서움을 알고 바다의 엄격함을 안다. 해녀는 바닷속에서 기쁘고 해녀는 바닷속에서 서럽다. 해녀는 눈물을 바다에 보탠다. 아무것도 모른다. 바다의 규율을, 바다의 몰이해를, 바다의 광활함을, 바다의 난폭함을, 바닷속의 마을을, 산호와 바위와 언덕과 해초들의 사계절을, 바다의 바다를, 바다도 모르는 바다를 해녀는 안다. 해녀는 바다로 나아가는 때보다 뭍으로 돌아오는 때에 바다를 더 사랑한다. 무언가를 움켜쥐는 순간보다 놓는 순간에 바다를 더 사랑한다. 해녀는 저승에서 일하고서 이승으로 돌아온다. 해녀는 그런 방식으로 바다를 사랑한다. 바다도 그런 방식으로 해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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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경관은 누구의 것인가?
제주의 자연경관은 누구의 것인가?
제주/사진 이명익 기자·글 김연희 기자
제주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한다. 관광객들은 들뜬 마음으로 창문 밖을 두리번댄다. 활주로 너머로 제주시의 야트막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그 위로 한라산의 능선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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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 뒷감당은 누가 하나
제주 제2공항 건설 뒷감당은 누가 하나
제주/글 나경희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열세 살부터 전복을 땄다. 남편도 같은 마을 사람이었다. 덕분에 평생 제주 신산리 앞바다를 떠날 일이 없었다. “여기로 돌고래가 넘어가거든. 한참 물질하고 있으면 돌고래가 옆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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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두심에게 제주섬이 건넨 말, ‘살다 보면 살아진다’
배우 고두심에게 제주섬이 건넨 말, ‘살다 보면 살아진다’
김다은 기자
영화 〈빛나는 순간〉은 70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서울에서 온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의 사랑이야기다.〈올드 랭 사인〉 〈알이씨(REC)〉 같은 퀴어 영화를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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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 해녀들이 모인 이유
뭉쳐야 산다, 해녀들이 모인 이유
부산·김다은 기자
“해녀로 돈벌이하려는 거면 우리는 인터뷰 안 할랍니다.” 부산시 기장군 연화리 신암어민복지회관에서 만난 김정자씨의 첫마디였다. 올해 일흔넷. 열 살부터 물질을 시작한 상군 해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