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는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장식했다.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온스테이지의 마지막 무대는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장식했다. ⓒ네이버 문화재단 제공

‘온스테이지’가 끝났다. 2010년 11월 네이버 문화재단이 인디 뮤지션 창작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지 꼬박 13년 만의 일이다. 온스테이지의 마지막은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장식했다. 313번째 출연자로 등장한 이들은 ‘뉴 히피 제너레이션(New Hippie Generation)’ ‘21세기의 어떤 날’ ‘행운을 빌어요’를 불렀다. 페퍼톤스가 20년 넘게 활동하며 쌓은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희망차면서도 애틋한 노래들이었다. 마지막 곡 ‘행운을 빌어요’의 가사를 곱씹으며 몇 번이나 마음이 울렁였다. ‘빛나기 시작한 별/ 세차게 부는 바람/ 눈물은 흘리지 않을게 굿바이/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물론 이 글을 읽는 사람 가운데에는 온스테이지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아마 첫 문단을 읽고 ‘뭐길래 이렇게 호들갑을 떠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에게 혹시 주위에 한국 대중음악을 좋아하거나 음악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지인이 있다면 온스테이지를 아느냐고 한 번쯤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좁게는 들어본 적이 있거나, 넓게는 관련된 추억 몇 개는 당연하다는 듯 돌아올 것이다.

온스테이지는 한국 대중음악에 그런 존재였다. 음악가 총 650여 팀을 소개했고, 음악 영상 콘텐츠 2700여 편을 남겼다. 매주 새로운 음악을 라이브 영상으로 제작했고, 이 외에도 다양한 음악 콘텐츠를 기획했다. 숨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온스테이지의 취지를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로 확장한 ‘디깅클럽서울’이 대표적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숨은 음악’을 캐치프레이즈로 김현철, 윤수일, 혜은이, 모노, 장필순, 나미, 황치훈, 시인과 촌장 같은 멋진 옛 가수의 명곡이 지금의 음악가들에 의해 다시 불렸다. 한국 대중음악의 빛나던 한때는 ‘뉴트로’라는 날개를 달고 젊은 층에 새로운 바람을 만들었고, 이 같은 재조명에 힘입어 김현철은 2019년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신인 음악가에게야 말할 것도 없이 소중한 플랫폼이었다. 이제 막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들 가운데 온스테이지 출연을 목표로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온스테이지로 촬영한 라이브 영상이 음악가에게 ‘명함’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초기 기획자들의 의도도 기분 좋게 맞아 들어갔다. 2010년대 들어 ‘보는 음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고, 잘 찍은 라이브 영상 하나의 힘은 공들여 만든 노래 하나만큼이나 컸다. 특히 온라인 및 해외시장의 확대와 함께 음악가의 라이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업계 관계자나 잠재적 팬층에 온스테이지의 영상은 무엇보다 좋은 참고 자료였다. 최근에 업로드한 영상일수록 늘어나는 다국어 댓글 비중도, 세계를 무대로 성장한 음악가들의 출발점을 확인하려 세월을 거슬러 영상을 찾은 팬들의 반응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정성스럽게 새 음악을 소개할 수 있었던 건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 콘텐츠에 사랑과 진심을 쏟았던 제작진의 노고 덕분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시대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 앞에 장사가 없었다. 온스테이지가 서비스를 종료한 데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변수였다. 서비스 초기인 2010년만 해도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음악가에게 양질의 라이브 영상이란 감히 엄두도 못 낼 존재였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누구나 손쉽게 영상 콘텐츠를 찍는 시대가 되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도 급속도로 다변화되었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는 동안 온스테이지의 둥지도 한 차례 이동했다. 2020년 네이버 뮤직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바이브로 자리를 옮긴 온스테이지는 더 이상 플랫폼의 중심에 놓여 있지 않았다. 모기업인 네이버의 기반도 웹에서 모바일로 바뀌었다. 13년이 참 길었다.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

안타까운 건 서비스가 종료된 지금도 온스테이지를 처음 시작하던 때의 근본적인 고민이 크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온스테이지가 양질의 영상으로 음악가들에게 명함을 만들어주고자 했던 건 그들이 명함을 바탕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커다란 품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끝내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하고자 함이었다. 즉 온스테이지는 잡아서 입에 넣어주는 고기가 아닌, 고기를 잡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였다. 이제 막 내 것을 시작한 재능 있는 이들에게 어떤 도구를 어떻게 쥐여줄 것인가. 분야를 불문하고 영원히 반복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숨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온스테이지의 취지를 한국 대중음악사로 확장한 ‘디깅클럽서울’.
숨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온스테이지의 취지를 한국 대중음악사로 확장한 ‘디깅클럽서울’.

이 고민은 결국 한국의 대중음악 생태계에 대한 논의로 수렴한다.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많은 이들 가운데 음악가의 목소리가 가장 절실한 건, 현재 이들이 처한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는 방증이다. 어느새 ‘전 세계가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성장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한편에서 자신의 음악을 뚝심 있게 해나가는 이들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의 모든 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강화되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시대정신 속에서, 신(scene)의 다양성에 최소한의 관심을 두던 미디어조차 온통 한곳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이 생태계의 중요한 한 축이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경계 없이 새롭게 태어나는 음악은 신의 튼튼한 뿌리이며, 성공 신화로 찬양받는 음악가들은 신의 열매다. 열매를 다 따먹은 뒤 어김없이 찾아올 다음 계절에 우리는 어떤 나무를 만나게 될까. 온스테이지 종료는 그런 현실을 냉정하게 비추는 거울이자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다. 더 좋은 콘텐츠도, 더 좋은 플랫폼도 나올 수 있겠지만 13년 동안 64만여 구독자가 보낸 깊은 신뢰는 그 누구도 쉽게 거둘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 뒤로 다만 귀한 깨달음 하나가 남았다. 진심으로 만든 콘텐츠는 기필코 좋은 파장을 만든다. 오랜 시간 멋진 음악을 성실하게 소개해준 좋은 음악 친구에게 모두를 대신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안녕, 온스테이지. 정말 고마웠어요.

기자명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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