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한 건널목에 걸린 국민의힘 현수막. ⓒ시사IN 박미소
경기도 김포시 한 건널목에 걸린 국민의힘 현수막. ⓒ시사IN 박미소

갑자기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걸 추진한단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수도를 전방 지대로 만드는 일이다. 가뜩이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안보 불안정성을 안고 있는 서울의 리스크가 더 커진다. ‘코리아 리스크’를 서울이 다 떠안게 될 것이다. 역대 정부가 우려했던 바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면 수도 안에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이 존재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서울은 더 이상 자유와 창의력이 충만한 역동적인 도시가 아니다. 안보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안보 불안을 초래하는 발상이다.

정치인 김대중이 행정수도 이전을 처음 제기한 때는 1969년이다. 김대중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도 균형 있는 국토개발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강조했다. 박정희 정권이 수도를 담보로 안보 위기를 조성한다는 공세도 했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이 안보를 떠들면서 강북 쪽에 인구 600만~700만명을 밀집시켜 놓은 것은 스스로 안보 위기를 조성하는 행위가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1977년 2월 박정희 대통령은 서울시 연두 순시 과정에서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핵심적 이유가 안보 문제였다. 이때 세운 계획이 ‘수도 이전 백지계획(백지계획)’이다.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수도를 세운다는 의미였다. 백지계획은 1979년 10·26사태로 사라지고 말았다.

백지계획에 따르면, 서울이 안보에 취약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전방과 가깝다는 점이다. 서울은 군사분계선에서 60㎞ 떨어져 있어 북한 미사일 공격권 안에 위치한다. 북한으로부터 3분 이내에 공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전쟁 제1선이 된다. 국가의 중요 기능과 국방의 최고 통수 기관이 전쟁 제1선에 근접해 있어,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전쟁 지도 능력을 정상적으로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이 군사분계선과 가깝기 때문에 북한으로 하여금 수도 서울만 장악하면 한국 전체의 중추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도발 유혹을 갖게 만든다. 수도 서울의 위치 자체가 전쟁 억제 능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장애가 된다고 백지계획은 지적했다.

백지계획에 따르면, 수도를 이전하고 서울을 평화 도시로 만들면 북한이 수도를 공격할 유혹이 줄어든다고 보았다. 북한이 엄청난 희생과 국제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평화 도시인 서울을 공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 이전 고민한 박정희와 김대중

남북이 치열하게 군사적으로 대치하던 1970년대에 이런 발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분명한 것은 수도 서울이 그 위치 때문에 북한의 전략적 공격 목표가 되고, 수도를 이전하면 북한의 도발 유혹을 약화시켜 전쟁 억제 능력이 향상된다는 박정희의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결국 수도 서울이 안고 있는 안보상의 불안정성 때문에 김대중이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박정희 정권이 김대중 제안 때문에 백지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그 기원이 ‘김대중 아이디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비록 백지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수도 서울에 대한 김대중과 박정희의 고뇌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노태우 정권 시절 8차례 진행된 남북 고위급회담 때 정부는 수도 서울의 안전보장 문제를 북한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남북 기본합의서에 구체적 실천안이 담기지 않았지만, 그 정신만은 이어져왔다. 역대 정부가 염려했던 수도 서울의 안전보장 문제는 문재인 정권 때 남북이 합의한 9·19 군사합의서로 결실을 보았다.

9·19 군사합의는 역대 정부가 추구해왔던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전문에 명기했다. 이를 위해 지상·해상·공중에서 충돌 완화 장치를 마련했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평화는 정전협정으로 유지되어왔다.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전협정이 일종의 안전핀 역할을 해온 것이다. 물론 안전핀 기능이 부분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지점도 있었다. 또 남북은 서로 정전협정을 수십만 번씩 위반했다고 비난해왔다.

그동안 정전협정은 기능이 다소 느슨해지더라도 골격은 유지되면서 평화를 관리해왔다. 남북 모두 정전협정 자체를 파기하지 않는 인내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정전협정을 보완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바로 9·19 군사합의다. 9·19 군사합의는 박정희 대통령이 염려한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운 수도 서울의 안보 취약점을 보완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을 금지했다. 공중에서는 서부 지역의 경우 군사분계선 20㎞ 구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이러한 조항을 준수하면서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면 항구적 평화 공고화와 수도 서울의 안전보장을 이룰 수 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현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대통령실 제공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현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대통령실 제공

11월22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11월21일)하자 9·19 군사합의 제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그런데 우리 군은 11월30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한다. 2025년까지 고해상도 중대형 군사위성 5기를 발사하는 ‘425사업’의 일환으로 그 첫발을 떼는 것이다. 우리 군사위성의 정찰 능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 그래서 북한 군사위성 발사를 9·19 군사합의 파기로 대응하는 것은 황당한 발상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북한이 하마스식으로 공격할 우려가 있어 정부 당국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게 불과 얼마 전이다.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면 김대중과 박정희, 그리고 노태우가 염려했던 ‘서울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면 수도 서울은 군사분계선도 없는 상태로 북한과 마주하게 된다.

김포는 반도의 모습을 띠고 있다. 북쪽 면이 한강하구 수역과 접하고 있는데, 정전협정 제5조에 따르면, 이 지역은 민간 선박에도 항행(航行)이 개방된 지역이다. 한강하구 수역에는 경계선인 군사분계선도 없고,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도 없다. 한강 양쪽에 있는 육지만 남북 양쪽이 통제할 뿐이다. 지금은 오랫동안 출입이 없어 모래가 쌓여 있고, 유엔사가 관할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유항행도 어려운 상태다.

한강하구 수역에서 남북 사이의 폭은 1㎞에서 3㎞에 달한다. 한강하구 수역 자체가 천연 방어물이지만, 한국전쟁 때도 북한군 6사단이 개전 바로 다음 날부터 김포 반도에 상륙했다. 자주포와 탱크를 앞세워 사흘 만에 김포 반도를 점령해버린 쓰라린 아픔이 있는 곳이다. 김포 반도는 이렇게 민감한 지역이다. 이곳을 서울에 편입시키면 박정희가 염려한 북한의 도발 유혹에 불을 붙이는 셈이다. 김대중이 염려한 안보 위기 조성 상황이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

11월16일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이 국회 의안과에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1월16일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이 국회 의안과에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경계와 방어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해병대 상륙 능력도 증강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경계선도 완충지대도 없는 한강하구 수역 양쪽에서 남북의 군사능력이 첨예하게 부딪치게 된다. 군사 안보적으로 김포를 편입한 수도 서울의 모습이 이렇게 바뀔 것이다. 박정희는 안보 위협 때문에 수도를 이전하려 했는데, 그 발상과 정반대로 수도를 전방으로 밀어넣어 안보 위험지대로 만드는 꼴이다. 김대중의 염려대로 일부러 위기 상황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김포 반도에 설치된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처리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민통선은 군사작전을 위해 동쪽의 고성에서부터 서쪽의 백령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접경지역에 설치한 통제선이다. 김포의 경우 유연하게 운영한다 하더라도 수도에 민통선이 설치되어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면 서울의 안보 불안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민통선을 해제하면 북한과 접한 한강하구 수역에서 군사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 혹여 사고가 나면 그 자체로 수도 서울이 안고 있는 안보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북한과 맞닿은 접경지역은 각종 규제로 개발이 더디게 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왔다. 김포만 민통선을 해제한다면 다른 접경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불이익을 외면하는 셈이 된다.

김포는 민감지역이기 때문에 지금도 해병대 2사단과 육군 17사단이 주둔하고 있다. 모두 수도군단 소속이다. 해병대 2사단은 해병대 사령부 소속이지만 김포가 민감지역이라 육군 수도군단 작전통제를 받는다. 해병대 2사단 임무는 김포와 강화도 방어 그리고 상륙작전이다. 육군 17사단 역시 인천과 김포의 경계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10월23일 인천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10월23일 인천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대통령실 이전이 떠오르는 졸속 편입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수도군단에 편제된 해병대 2사단과 육군 17사단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에 배속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국군조직법에는 ‘국방부 장관은 사령부의 임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군 및 공군의 부대와 경찰을 사령부에 배속시킬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수방사는 수도방위, 특정 경비구역의 경비, 재해 지원 등이 주요 임무다. 특정 경비구역 경비란 수방사의 원래 설립 취지인 대통령실 경비를 뜻한다. 해병대 2사단과 육군 17사단을 수방사에 배속하면 이 두 개 사단이 담당하는 인천 지역 방어와 경계에 구멍이 뚫린다. 수방사의 임무에 인천 지역 경계를 포함하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수방사가 김포만 관할하든 인천까지 관할하든 수방사의 변경된 관할구역에 맞는 작전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 부대 배속과 작전계획을 변경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이래저래 수도권 방어는 짜깁기가 되고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며 연쇄적으로 일어났던 사고가 반복될 수도 있다.

수도권 방어를 수도군단과 해병대만 맡은 것은 아니다. 파주, 일산은 1구단이 관할한다. 이 지역도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게 꼬여 있어 지휘관계가 불분명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7년 강화도 해병대 총기 탈취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도군단과 해병대 사령부 사이에 혼선이 생겼다. 사후에 보완 조처를 했지만, 북한이 반잠수정이나 잠수정으로 한강하구 수역을 도발할 경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김포는 경기도이지만 인천과 접해 있다. 한강신도시가 생기면서 서울을 생활권으로 한 인구가 유입되어 인구 구성도 변했다. 과거에도 김포를 인천에 편입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또 경기도를 북도와 남도로 분할할 경우 김포의 선택에 따라 갈등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김포 시민들의 정주권과 행복추구권을 위해서는 김포가 인접한 한강하구 수역을 평화의 수역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노력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김포 반도 북쪽 끝에서 북한 땅을 마주한 애기봉 통일전망대와, 한강하구 수역이 시작하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수로로 연결하는 상상력을 키워보자. 언젠가 그곳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G20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세계적으로 ‘경제’ 하면 ‘다보스’가 떠오르듯, ‘평화’ 하면 ‘김포’가 그 상징적 위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높아지는 김포의 브랜드 가치가 접경지역 김포를 안전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도시로 만들어주는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김포 반도에서 한반도 지정학에 따라 새롭게 도약하는 희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자명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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