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주재 외교관들로부터 “미국이 한 세대에 걸치는 기간 동안 아랍 세계 대중들의 공감을 잃게 될 것”이란 내용의 강력한 경고를 받았다고, CNN(11월9일)이 보도했다. 미국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혹한 군사 작전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CNN은 오만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본국으로 타전한 ‘외교 전문’(11월8일)을 입수했다. 이 외교 전문은 “신뢰할 수 있고 진지한 현지인들과 광범위한 대화”를 인용하며 “미국은 ‘메시지 전쟁’에서 참패 중”이라고 전했다. 이 전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미국의 강고한 지지가 중동 현지에선 “전쟁 범죄로 간주될 정도의 물리적이고 윤리적인 죄악”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 주재 미국 외교관 중 부책임자급의 관료가 이 외교 전문을 작성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에 보냈다.
CNN은 이집트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미국 정부로 보낸 외교 전문도 입수했다. 이 전문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잔혹성과 무시는 모든 미국 전임 대통령들을 능가한다”는 내용의 이집트 국영 언론 논평을 담고 있다.
백악관 주변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참상 항의 시위 매일 벌어져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ceasefire)까지 반대하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지해왔다. 휴전이 하마스에게 숨돌릴 기회를 제공해서 다른 대규모 테러를 준비하도록 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을 수용했다.
그러나 미국 관료 사회의 속내는 다른 모양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료들도 사석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도저히 옹호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휴전을 지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참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휴전 반대 등 이스라엘 정부 지지)과 피해 민간인들에 대한 공감 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11월9일, 백악관은 이스라엘 정부와 가자지구 북부에선 매일 4시간씩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피난할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편 백악관 부근에선 팔레스타인 민간인 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매일 전개되고 있다. 최근 ‘웨스트 윙(미국 대통령 관저인 백악관 서쪽 별관)’ 입구 중 하나에 붉은색(피를 상징하는)의 손바닥 자국과 함께 ‘학살자 조 바이든(genocide Joe)’이란 문구가 찍힌 사건이 발생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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