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8일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국회 운영위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1월8일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국회 운영위 인권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이태원참사가 5‧18 민주화운동보다) ‘더 귀한 참사’라고 발언하지 않았으며 ‘더한 참사’라고 발언했다”

“‘게이가 스스로 좋아서 항문성교를 하여 항문이 파열되어 기저귀를 차는 경우’가 있는 것은 객관적 과학적 진실이다”

“헌법 제33조에 규정되어있는 근로 3권은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다”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이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인권위 내부 구성원들에게 한 해명 중 일부다.

지난 7월26일 인권시민사회단체 74개는 이충상 위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위 단체들은 이충상 위원이 “HIV/AIDS 감염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했고, “노동권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가졌으며 “인권 감수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인 7월27일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이충상 위원에게 “낱낱이 해명하기를 바란다. 왜 위원의 반인권적 행위로 인해 인권위가, 직원들이 무력해져야 하나?”라고 묻는 글이 올라왔다. 이충상 위원의 발언을 두고 인권위를 향한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시사IN〉은 이충상 위원이 작성해 인권위 내부에 밝힌 답변을 입수했다. 지난 8월1일 이충상 위원이 인권위 구성원들이 볼 수 있도록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직접 게시한 내용이다.

이충상 위원은 자신의 발언으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상처를 받았다’라는 이야기에 왜곡 보도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나는 이태원 참사에 대하여 ‘몰주의해서’라고도 발언하지 않았고 ‘주의 안 해’라고도 발언하지 않았으며 ‘놀기 위해서’라고 발언했다. ‘더 귀한 참사’라고 발언하지 않았으며 ‘더한 참사’라고 발언했다.”

〈시사IN〉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제9차 전원위원회(전원위) 회의록’에 따르면, 이충상 위원은 ‘이태원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제정에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가 밀려 넘어져 발생한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명백히 국가권력이 중무장하여 시민들을 고의로 살상했던 5‧18보다 더 귀한 참사인가?”

당시 현장에서 회의를 방청했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이충상 위원의 말들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엄동설한 녹사평 분향소에서 극우 유튜버들이 저질렀던 2차 가해보다 훨씬 깊은 상처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이충상 위원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지난 5월21일 이충상 위원이 ‘군의 두발 규제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인권위 권고안에 반대하며 결정문 초안에 썼다가 삭제한 내용이 알려졌다. “기저귀를 차고 살면서도 스스로 좋아서 그렇게 사는 경우에 과연 그 게이는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며 인권위원회가 그것을 인식시켜줘야 하는가? 아니다.”

해당 발언에 대한 이충상 위원의 해명 중 일부다. “‘게이가 스스로 좋아서 항문성교를 하여 항문이 파열되어 기저귀를 차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객관적 과학적 진실이다. 다만 진실이라도 사회적 약자의 약점을 말하면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니까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충상 위원은 “노동권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가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충상 위원은 노동조합과 관련된 사안에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 지난해 12월28일 열린 제38차 상임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불법행위자 보호법’ 내지 ‘불법행위 조장법’”이라고 규정했다.

같은 회의에서 사용자 개념의 확대를 두고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원청업체와의 단체교섭권을 주는 것은) 하청회사의 근로자들에게 인심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에 대한 적대감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반인권적 사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충상 위원은 인권위 내부 구성원들을 향해 이렇게 반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 제30조 제1항은 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까지의 규정에서 보장된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행위를 하는 것을 위원회의 조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33조에 규정되어있는 근로 3권은 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헌법 33조)은 인권위 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2019년 12월 ‘쌍용차 노조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의견 표명, 2022년 12월 ‘노조법 2‧3조 개정’ 의견 표명 등 그간 “노동 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2019년 12월 인권위 보도자료)” 목소리를 내왔다.

이충상 상임위원 ‘기피신청서’ 접수돼

11월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인권보장 촉구 이충상 인권위원 규탄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11월6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인권보장 촉구 이충상 인권위원 규탄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이충상 위원이 노동 3권이 인권위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한 가운데, 최근 노동 관련 사건에서 그에 대한 기피신청이 접수되기도 했다. 11월6일 이충상 위원은 〈시사IN〉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에 대한 단수 조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꼭 각하해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9월1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는 인권위에 농성 중 단수 조치에 대한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긴급구제 결정이 나오지 않자, 10월17일 긴급구제 사건을 인권침해 진정 사건으로 전환했다. 이충상 위원은 이 진정 사건을 담당하는 침해구제 제2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이충상 위원은 10월30일 전원위에서 해당 진정을 기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충상 위원은 〈시사IN〉에 “근본적으로 근로권에 관한 진정이기 때문에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아니라서 각하이다…누가 담당해도 진정 각하이고 소위원회를 개최할 필요도 없다. 빨리 진정을 각하하는 것이 딱한 이 근로자분들을 돕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인권위법 제49조는 위원회 의결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진정에 대한 조사·조정 및 심의는 비공개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인권위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이충상 위원은 “객관적 진실을 공익을 위하여 말하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 진정인들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11월4일 진정인(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등) 측은 “조사 중이라 안건으로 올라가지도 않은 진정 사건에 대해 미리 기각 결론을 내고 심의에 들어간다면 공정한 심사가 될 수 없다”라며 이충상 위원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자명 이은기 기자 다른기사 보기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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