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 예약 서비스 ‘똑닥’이 9월5일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비용은 월 1000원, 연 1만원 수준으로 타 구독 서비스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병원에서 진료받으려면 반드시 똑닥을 정기 구독해야 한다는 데에서 반발이 크게 일었다. 편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제해야 하는 ‘반강제적’ 구독이기 때문이다.
똑닥은 2017년 출시된 모바일 앱으로,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미리 앱을 통해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다. 누적 가입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고 연계된 병의원만 1만여 곳에 달한다. 똑닥 사용처의 진료 과목이 한정된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는 일반적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이용할 때 자주 이 앱을 사용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아파 인근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데려가야 할 때 똑닥을 통해 진료 예약을 한다. 그래서인지 몇몇 언론사에서 똑닥 유료 전환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낼 때도 대체로 ‘맘카페의 반응’을 비중 있게 넣어두곤 했다(‘육아카페’라는 대체어가 있음에도 ‘맘카페’를 굳이 사용한 것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다. 비단 엄마뿐만 아니라 많은 이가 양육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육아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맘카페’가 아니라 ‘육아카페’라고 지칭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은가. 양육자만 병원을 이용하는 게 아닐 텐데, 왜 굳이 ‘육아카페’의 반응만을 취재했는지 말이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에서는 똑닥 유료 전환을 이용자와 플랫폼 사이의 갈등으로만 단순하게 접근했다. 그러나 사실 월 1000원을 내야 하는지 아닌지는 이 사안의 핵심이 아니다. 그보다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내과 등 많고 많은 병원 중에서도 유독 똑닥 유료 전환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다름 아닌 소아청소년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시사IN〉 제817호에서 집중 취재한 것처럼 소아청소년과는 현재 ‘전쟁’ 상태다(‘모두가 피를 말리는 ‘소아과 전쟁’ 기사 참조). 진료 예약을 받기 위해 몇 시간이고 대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전에 나도 아이가 밤에 갑작스러운 고열이 났을 때 진료 예약을 하러 다음 날 새벽같이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아직 병원이 열기도 한참 전인 아침 여섯 시 반이었다. 지역 육아카페에서 ‘새벽 다섯 시쯤에는 가야 오전 일찍 진료가 가능하다’라는 댓글을 보고 반신반의하며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복도 계단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다들 퀭한 눈으로 차가운 계단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병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똑닥은 이런 현실을 비집고 들어간 서비스다. 똑닥을 사용하는 병원은 현장 접수를 하지 않는다. 새벽같이 병원 앞에 가서 몇 시간이고 대기하는 대신 똑닥 앱에 접속하면 원격으로도 ‘병원 줄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대신 진료 예약이 개시되는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모두 ‘미친 듯이’ 클릭해야 한다. 마치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 티케팅을 하듯 말이다.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유독 부족한 지역은 진료 예약이 시작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겨우 몇 초 만에 모두 마감된다고 한다. 그러니 똑닥이 더 편리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새벽부터 대기해야 하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진료 예약이 어려운 점은 여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똑닥은 진료 예약의 편의성을 증대하는, 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서비스라기보다 오히려 필요에 ‘침투’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양육자들은 똑닥이든, 현장 접수든, 여전히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예약할 때만은 매번 전쟁 같은 순간을 지나고 있다.
‘솔루션’이 나와도 문제는 남는다
결국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부족하다는 현실로 되돌아온다.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수많은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폐업했고, 낮아지는 출생률 때문에 소아청소년과를 지망하는 전공의도 희귀해졌다. 지난 6월 〈한겨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5년 전보다 64%가 줄어든 304명에 그쳤다. 작년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모집한 수련병원에서도 대체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개업은 줄어들고, 폐업은 늘어나고, 그나마 남은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는 양육자들끼리 어마어마한 진료 경쟁이 벌어진다.
병원 진료와 관련해 양육자들의 부담은 이미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상황이다. 진료 예약 서비스를 구독하더라도 예약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 장염, 구내염, 수족구병 같은 전염성 질병이 도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맞벌이 문제까지 겹친다. 오전에 일찍 진료받아야 오후에라도 출근할 수 있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엔 오전 진료가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똑닥의 유료 전환은 말 그대로 울고 싶던 아이 뺨 때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기계가 어떤 문제에 대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도록 해놓았지만, 정작 그 문제 자체를 최적화해놓지는 않았어요.” 테크 업계 종사자들을 인터뷰한 책 〈실리콘 밸리의 목소리〉에서 한 데이터 과학자가 한 말이다. 분명 똑닥은 양육자가 새벽에 병원 문 앞에서 대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온라인 예약이라는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가 부족해 양육자들이 저마다 진료난에 시달리는 더 근원적인 문제가 ‘최적화’되지 않는 이상, 이 솔루션은 ‘편의성’을 제공한다기보다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앱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은 진료 대기를 할 수 없거나 하더라도 계속 순서가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슈에서 ‘1000원’은 핵심을 피해 가고 본질을 호도한다. 비용을 떠나 병원 진료 예약이 민간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이 상황이 옳은지는 사회 전체적 측면에서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 초반에 무료로 서비스를 풀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은 플랫폼 기업의 공식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청구서를 받는 이들은 언제나 플랫폼이 개입한 생태계 안에서 가장 절박하고 취약한 사람들이다. 배달의민족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높이고, 똑닥 유료 전환으로 양육자들의 부담이 가중된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저마다 수익 구조를 마치 정당한 듯 외치지만, 사실 그곳은 본래 ‘시장’이 아니었다. 애초에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곳에 진입한 책임을 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떠안아야 하나. 더욱이 똑닥이 선점한 곳이 이미 위태롭게 기울어진 소아청소년과인 만큼, 이 문제는 더 이상 테크 업계만의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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