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두 명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처가 초등학교 교사인 고교 친구는 ‘그 사건으로 처가 격분해 토요일 집회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지난 기수의 한 〈시사IN〉 독자위원은 ‘교사인 친구와 밥 약속을 잡았는데,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18일 2년 차 교사가 서울 강남의 한 학교에서 숨진 사건 이후의 일이다.
이 사건은 교사 사회의 무언가를 건드린 듯했다. 7월20일 그 초등학교를 찾아간 신선영 사진기자가 보내온 영상도 그러했다. 근조 화환이 학교를 빙 둘러쌌다. ‘동료 교사 일동’ 명의가 많았다. 그 화환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무척 낯선 풍경이었다.
아직 이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교육부·서울교육청·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 중이다. 동료 교사들의 제보에 따르면, 고인은 학급 내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수십 통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추모 현장에서 〈시사IN〉 기자를 만난 전현직 교사들은, 교사 대다수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된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난데없고 과격하다. ‘학생인권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다. 과거 종북 주사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서 종북 주사파가 왜 나오나. 고인이 분쟁 조정에 어려움을 겪은 게 학생인권조례 때문인가? 대구·대전·경북·강원·전남·충북·세종·부산·울산·경남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없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도 학부모 민원과 문제 학생들의 행동으로 교사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교사노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학생인권조례를 탓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전혜원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 기사를 읽다가 한 조사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2022년 전교조가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9%가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를 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처벌법이 학교 내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가 ‘이거 아동학대 아니냐’고 민원을 제기하면 교장·교감이 교사를 바로 신고하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한 비극적 사건이 그동안 외부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현장의 고통을 드러나게 했다.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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