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배송노동자 김태원씨가 그의 차 안에 있는 온도기록계를 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편집국장 업무 중 하나가 ‘결재’다. 예컨대 기자들이 출장 갈 때마다 ‘띠릉띠릉’ 휴대전화가 울린다. 지역 출장을 마치고 오면 출장비를 정산한다. 그때도 ‘띠릉띠릉’ 울린다. 귀찮지만 회계 처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꾹 참고 ‘승인’ 버튼을 누른다. 최근에는 변진경 기자의 출장 관련 서류가 많았다. 포천, 천안, 김포 등. 이번 커버스토리 때문이다.

6월19일 경기도 하남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카트 관리 업무를 하던 한 노동자가 일하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망 당일 해당 지역 최고기온은 35.2℃에 달했다. 숨지기 이틀 전 그의 만보기 앱에는 ‘4만3712걸음’이 찍혀 있었다. 이 사건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폭염 속 노동’에 대해 취재해야 했다.

우리 주변의 노동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변진경 기자가 ‘현장 취재’를 주로 맡았다. 그는 작업 일과 중 온도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기록계를 여러 개 구입했다.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여러 노동자들에게 온도기록계를 건네주었고, 그들은 조끼 주머니 등에 이것을 넣고 일했다. 폭염에는 야외 노동이 힘들겠거니 언뜻 짐작했는데, 실내 노동도 만만치 않았다. 한 초등학교 급식 노동자의 온도기록계는 오후 작업 때 40.3℃를 가리켰다. 실내 조리실의 뜨거운 스팀 때문이다. 변 기자는 온도를 재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취재 도중, 날씨가 변수였다. 푹푹 찌다가 느닷없이 소나기가 퍼부었다. 온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 배달 노동자는 폭우 속에서 배달하다 오토바이에 탄 채 울어버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폭염과 폭우. 그 ‘극한 기후, 극한 노동’의 기록을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내보낸다.

‘검찰의 영수증’도 주목할 만하다. 3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지출 증빙자료 일부를 받아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소송을 시작해 법원 판결에 따라 3년 5개월 만에 받아낸 것이다. 이 기간 자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썼을 내역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자료가 엉망이란다. 일부 시기의 특수활동비는 증빙자료가 한 쪽도 없고, 업무추진비 영수증의 상당수는 백지와 다를 바 없다. 다른 기관이 이렇게 세금을 사용했다면? 검찰이 바로 수사에 들어갔을 것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노조·시민단체의 회계 불투명성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았나. 작은 회사도 저렇게 자료를 허술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띠릉띠릉’ 휴대전화가 울려 귀찮아도 꼬박꼬박 전자결재를 하는데, 하물며 검찰이. 더욱이 국민 세금을. 이 자료를 받아낸 하승수 변호사는 “국회의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한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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