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물려받으면 15억 세금 내라니’, ‘한국 기업의 상속세 부담은 OECD 1위’, ‘최고세율 60% 상속세 부담’이라는 언론 기사들이 보인다.

그러나 이 기사들은 ‘완벽하게’ 틀렸다.

첫째, 30억원 상속 시 내야 할 세금은 약 9억원이다. 세금 빼고도 21억원이 공으로 생기니 남는 장사다. 30억원의 50%인 15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기사 제목은 누진제도를 오해한 오보다.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과표금액이 30억원인 것은 맞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세액이 50%는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29억9999만원을 남기고 사망했다. 최고세율 50%를 피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데 아버지 주머니에서 5만원짜리가 발견되었다. 그럼 이 5만원을 버려야 할까? 물론 아니다. 상속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은 30억원 초과분에 한한다. 즉, 50% 세율 적용 금액은 30억원 초과분인 4만원일 뿐이다. 그래서 상속가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각종 공제도 많이 존재한다. 특히, 배우자에게 30억원을 물려주면, 세금은 0원이 될 수도 있다.

둘째, 한국 기업의 상속세 부담은 정확히 0원이다. 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있을 수 없다. 상속이란 자연인이 사망할 때 발생한다. 기업의 지분을 지닌 사람이 사망하여 그 지분을 자녀에게 넘겨도 기업은 아무런 부담이 없다. 상속재산을 받은 기업인의 자녀만 상속세 부담이 생긴다. 만약 기업이 자녀의 상속세를 대납한다면 이는 횡령이다. 절대로 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기업인의 자녀가 상속세 낼 돈이 없어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도 기업의 일부를 정부에 내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자본은 줄어들지 않는다. 주주 이름만 변동될 뿐이다. 즉, 지분 소유자의 손바뀜만 발생한다.

2017년 6월2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마련한 상속·증여세 관련 공청회. ⓒ연합뉴스
2017년 6월29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마련한 상속·증여세 관련 공청회. ⓒ연합뉴스

셋째, 상속세 최고세율은 60%가 아니라 50%다. 대단히 많은 언론 기사에서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를 고려하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60%라고 언급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가 무엇일까? 상속세 등 모든 세금은 실질과세 원칙이 기본이다. 형식과 상관없이 경제적 실질에 따라 상속가액이 평가된다는 의미다. 액면가 1만원짜리 주식이 시장에서 100만원에 거래되면 상속가액은 100만원이 되어야 한다. 만약 여기에 50만원의 세금이 붙으면 세율은 50%다. 액면가 1만원 대비 상속세율이 5000%라고 말하면 잘못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이 있다. 낱개로는 100만원에 거래되는 주식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시장에서 12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경영권 분쟁이 붙으면 주가가 20% 올라가는 것은 기본이다. 결국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상속가액 자체가 120만원이 된다.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시장 거래 가격을 고려한 상속가액 120만원에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낱개 가격 100만원 대비 상속세율이 60%라고 말하면 잘못이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말, ‘경영권’

가장 잘못된 논리는 상속세로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일단 ‘경영권’이라는 말은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말이다. 경영을 할 수 있는 권리(management right)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경영 시장에서는 오로지 지배력(control power)만 존재할 뿐이다. 지배력을 획득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50%+1주를 보유하든가, 또는 경영 실력을 입증하면 된다. 상속세로 아무리 지분이 희석되어도 경영 실력만 입증하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경영 실력이 없는 재벌 3세가 지분이 희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에 해가 될 수 있다. 상속세로 지분이 적절히 희석되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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