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투자자문업체 ‘호안’ 대표) 일당의 주가조작 의혹을 선제적으로 보도한 JTBC 취재팀을 최근 인터뷰했다. 민언련은 매달 ‘좋은 보도’ 두세 개를 꼽아 상을 주고 있는데, 이 좋은 보도들이 묻히는 게 안타까워 수상팀 인터뷰를 시작했다. 상 받은 팀을 다 인터뷰하지는 못하고 비하인드가 궁금한 팀을 고르는 편이다.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첫 타자는 KBS였고, 두 번째는 부산MBC·대구MBC의 ‘예산프로젝트 빅벙커’였다. JTBC 주가조작단 취재팀은 세 번째 순서였다.

인터뷰를 통해 포착한 ‘좋은 보도’ 비법을 몇 가지 공유하려 한다. 먼저 취재부터 보도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이 사건이 처음 대중의 눈에 포착된 것은 지난 4월2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8개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하면서다. 업종이 같지도, 같은 테마주로 묶이지도 않아 금융 당국도 증권업계도 의아해하고 있었다. 다만 SG증권이라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매도 물량이 나왔다는 공통점 때문에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불렸다. 그런데 그날 밤 JTBC가 ‘여기에 주가조작이 있다’고 보도했다.

4월24일 JTBC가 다단계 주가조작단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5월 사건을 보도한 JTBC 취재팀에게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여했다. ⓒJTBC 갈무리

JTBC는 올해 초부터 취재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취재하던 바로 그 종목들이 하한가를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 보도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랬다가 이렇게 되면? 저렇게 되면?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것 같아요.” 보도해서 괜히 더 폭락하는 건 아닌지, 또 다른 리스크는 없는지 고민했던 과정을 들려줬다. 보도 후에도 온갖 루머가 난무해 ‘이걸 다 투명하게 밝혀, 말아?’ 고민했다고도 한다. 심지어 취재 중에도 그러했다. ‘보도를 먼저 할까, 신고를 먼저 할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JTBC는 신고를 택했다.

이 고민들은 팀플레이를 통해 해결됐다. 이 사건은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특이 사건이다. 투자와 투기, 피해와 가담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억대로 투자한 이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심지어 라덕연씨마저). 이 대혼란 속에서 JTBC 취재팀은 “계속 서로에게 물어보았다”라고 했다. “이 사람 피해자 맞는 것 같니, 아닌 것 같니?” “아닌 것 같아.”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눴다는 거다. 보도할 사건의 모호성이 클수록 편집국의 팀플레이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기사에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기억에 남는 답변은 따로 있다. “‘말’은 기사에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말로 들은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을 끌어모았어요. 그리고 확인이 되는 것들만 기사로 내보냈죠.” JTBC는 보도 초반 가수 임창정씨를 포함한 고액 투자자들 이름을 쭉쭉 공개했는데 처음부터 깔끔하게 정리된 투자자 명단 같은 건 없었고 대부분 이래저래 말로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JTBC는 ‘말’을 그대로 기사에 싣지 않았다. ‘확인’했다.

요즘 기사엔 ‘말’뿐인데 ‘말은 기사에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답변은 신선함을 넘어 어딘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돌아보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른 언론사에 적용할 수 없는 특이하고 우연한 비법도 아니다. 매 순간 고민하고, 편집국 동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들은 말을 확인하는 작업. 저널리즘 교과서에 나올 법한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않는 언론이 많고, 그런 언론이 실제보다 더 크게, 더 많이 보이는 것뿐이다. 기본을 지키는 ‘좋은 보도’가 대중을 더 많이 찾아가기를 바라본다.

기자명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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