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오른쪽) 대표와 유튜버들이 8월17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 및 비대위원장 효력정지 가처분심사에 출석하기로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시사IN 신선영

지난 3년간 〈시사IN〉 신뢰도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유튜브가 올해 사라졌다. 유튜브 신뢰도는 전체 언론매체 중 12위(1.6%)로 지난해(4.7%)보다 3.1%포인트 하락했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도 순위권에서 종적을 감췄다. 〈시사IN〉은 2020년까지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포털사이트, 유튜브, SNS 등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매체 중에’ 가장 신뢰하는 매체를 뽑아달라고 했다. 그 결과 2020년에 유튜브가 1위(13%), 네이버가 2위(11.4%)에 올랐다. 언론 신뢰도 조사인 만큼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사이트, 유튜브 등을 같은 범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해부터는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매체 중에서’ 신뢰하는 곳을 꼽아달라고 질문을 바꿨다. 답변 대상을 언론매체로 전제했음에도 작년 조사에서는 유튜브와 네이버가 각각 6위와 8위에 오를 정도로 신뢰도가 높았다. 올해도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신뢰도를 회복한 결과로 봐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전반적으로 언론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KBS를 꼽았다(〈그림 1〉 참조). KBS는 2020년 이후 계속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대비 5.4%포인트 하락했다. MBC(7.5%)와 JTBC(6.7%), YTN(6.0%), TV조선(5.1%)이 그 뒤를 이었다. MBC(+0.1%포인트)를 제외하곤 모두 전년 대비 신뢰도가 하락했다. 현저하게 수치가 오른 건 ‘없음/모름/무응답’ 비율이었다. 응답자 28.1%가 신뢰하는 언론매체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하거나 혹은 응답하지 않았다. 2018년 조사(13.4%) 때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그림 2〉 참조).

ⓒ시사IN 최예린

레거시 미디어뿐만 아니라 ‘대안 미디어’로 여겨졌던 유튜브까지도 불신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같은 정치적 국면을 거치면서, 편향을 강화하는 정보와 가짜뉴스로 점철된 유튜브 환경이 피로감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공론장은 더욱 양극화되었다. 그 결과 언론매체에 대한 무관심이 올해 신뢰도 조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나타났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연구한 ‘2022 디지털 뉴스 리포트’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선택적 뉴스 회피 현상이 증가했다. 한국 이용자 3명 중 2명(67%)이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했다고 응답했다. 2017년보다 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46개국 평균은 69%로 한국은 33번째에 해당했다. 뉴스 회피의 이유로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42%)”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39%)” “뉴스가 내 기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28%)” 등이 거론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을 넘어 이용자들이 뉴스 매체를 ‘이탈’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개별 유튜브 채널에 대한 신뢰도는 작년보다 소폭 상승했다. 〈시사IN〉은 2021년부터 ‘가장 신뢰하는 유튜브 채널’이 무엇인지 주관식으로 물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응답자들이 어떤 채널을 신뢰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올해 결과를 보면, ‘TBS 시민의 방송’(2.7%), ‘신의 한수’(1.3%), ‘배승희 변호사’(1.2%), ‘딴지방송국’(1.1%), ‘이동형TV’(1.0%) 등 모든 채널이 오차범위 내에서 지목됐다. 이것만 놓고 보면 유의미한 수치가 아닐 수 있지만 지난해 결과와 비교해보면 상승세가 포착된다. 2021년에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1.4%)만이 유일하게 응답률 1%를 넘겼기 때문이다. 추후 신뢰도 조사에서 유튜브 채널이나 인플루언서의 소구력이 증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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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매체에선 〈한겨레〉가 다시 1위

언론매체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로 〈조선일보〉(24.7%)를 꼽았다. 그 뒤로 MBC(10.2%), TV조선(9.2%), KBS(6.0%), 〈한겨레〉(2.8%) 순이었다. 지난해와 순서는 동일하지만, 〈조선일보〉의 경우 작년보다 불신한다는 응답률이 7.3%포인트나 상승했다. 조사를 담당한 케이스탯리서치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거나 불신하는 언론매체 조사 결과(1순위 기준), JTBC와 YTN이 신뢰가 높고 불신이 다소 낮은 범주, 〈조선일보〉는 신뢰보다는 불신이 높은 범주로 분석되었다. KBS, MBC, TV조선의 경우 신뢰와 불신이 동시에 높은 편에 속했다.

또 눈여겨볼 변화는 ‘가장 신뢰받는 신문매체’다(〈그림 3〉 참조). 〈한겨레〉는 3년 만에 가장 신뢰하는 신문매체로 꼽혔다. 〈한겨레〉는 40·50대(각각 20.5%·20.3%), 광주·전라(20.4%), 진보층(29.2%)에서 응답률이 높았던 반면, 〈조선일보〉는 60대 이상(60대 22.4%, 70세 이상 23.2%), 국민의힘 지지층(29.8%), 전업주부(24.1%)에게 신뢰를 얻었다.

그간 이 분야는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 2014년부터 흐름을 보면 〈조선일보〉가 1위였다가, 박근혜 정부 4년 차인 2016년에 〈한겨레〉로 1위가 바뀌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3년 차인 2019년부터 〈조선일보〉가 다시 1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탄핵 정국’과 ‘조국 사태’ 등 정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진보지와 보수지에 대한 신뢰도로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읽힌다.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진보지가 다시 1위를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1년 차라는 점이 기존 흐름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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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손석희 전 JTBC 앵커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로 올랐다(11.3%). 2017년 신뢰도 40.5%를 기록했을 때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16년째 신뢰받는 언론인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신뢰하는 언론인 2위로 꼽히며 두각을 나타냈던 방송인 유재석씨는 올해 4위(2.1%)로 내려갔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5.7%)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2.7%)이 각각 2위와 3위로 상승했다. 이러한 ‘대체’는 정치적 양극화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미디어 노출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두 인물 모두 현 정권에 비판적인 ‘진보 논객’으로 꼽힌다. 한편, 10명 중 6명(59.5%)이 신뢰하는 언론인을 묻는 질문에 ‘없다/모름/무응답’이라고 답변했다.

2015년부터 5년간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유지했던 JTBC 〈뉴스룸〉은 5위(1.9%)로 하락했다. 1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8.5%)이다. 최근 몇 년간 TB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중심으로 TBS 설립 및 운영 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제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KBS 뉴스9(3.5%)와 TV조선 뉴스9(2.7%), 〈그것이 알고 싶다〉(2.6%),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1.5%) 등이 거론됐다.

기자명 김영화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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