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에 실리는 요리사 박찬일씨의 글에 같이 들어갈 만한 이미지를 찾다가 근 40여 년 전 학교 난로 사진을 봤다. ‘조개탄’을 넣는 난로. 겨울에, 조개탄 꽤나 날랐다. 그 난로 위에 도시락을 쌓아 올려 데워서 점심시간에 먹었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한 반에 90명 정도였다고 한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는 한 반 60명이 안 되었던 것 같고, 중학교 때는 60명이 확실히 넘었다. 63번 친구와 놀았던 기억이 나니 말이다.
예전에 음식 칼럼 실을 때, ‘요리’ 사진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아무래도 먹음직스럽게 보여야 하니까. 사진기자들이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 촬영하기도 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그럴 일이 거의 없었다. 사실 ‘음식’ 칼럼인데, 떠오르는 음식 종류도 별로 없다. 대신 그가 찾았던 공간,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었던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더 강하다. 어느 시장의 남루한 대폿집, '오함마'에 벽이 부서지고, 그 때문에 시멘트 가루가 소복이 쌓였던 밥 따위. 어떤 독자는 삶의 ‘페이소스(깊은 감정)'가 짙은 글이라고 했다. 그 말에 공감한다. ‘맛집’ 이야기,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을 옆에 둔 어떤 삶의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 침샘이 아니라 마음을 자극하는 글이었다. 그랬던 연재가 이번 호가 마지막이다. 아쉽지만 서로 약속한 대로 끝낸다. 필자에게 다음을 기약하는 문자를 보냈다. 글감이 차올라 뜸 들이는 시간이 지날 때쯤, 다시 〈시사IN〉 독자와 이어질 수 있기를.
그러고 보니 요즘 학교는 난방을 어떻게 하지? 중앙난방 시스템인가. 그나마 학교 교실에 들어가본 게 몇 년 전이다. 학교 문제를 잘 몰라서인가, 변진경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으면서도 ‘아, 이런가’ 싶었다. 서울의 어떤 초등학교가 폐교되었다는 뉴스를 그저 ‘해외 토픽’처럼 얼핏 보았는데, 거기만 그런 게 아니었다. 게다가 한 지자체 안에서도 어떤 학교는 없어지고, 어떤 학교는 교실이 미어터질 정도라니. 2020년에 폐교된 서울 강서구의 한 학교는 전교생 수가 157명이었고, 올해 같은 구의 다른 학교는 전교생이 1937명이다. 저출생이 낳은 불균형이다. 이번 호에 실리는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 관련 기사, ‘방송 장악’ 관련 기사를 읽다가도 ‘폐교 옆 콩나물시루’에 자꾸 눈이 갔다. 과밀·과소 문제로 신규 학교 개설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도 3~4년 뒤를 추계해보면 학령인구가 급감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곳이 많을 거라고 하니, 이럴 때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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