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다 보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홈페이지를 들락거릴 때가 있다. 인권위는 인권위법에 따르면, 정한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다. 어떤 사건이 인권위까지 향했는지, 또 각 진정 사건에 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한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이나 권고가 해당 사안이 인권침해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참조 지점이 되어서다.
최근 한 인권위원이 군 두발 규제 관련 권고안(결정문) 초안에 썼다가 삭제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 관련해 이충상 상임위원은 〈시사IN〉에 “게이 중에 기저귀를 차고 사는 경우가 있는 것은 객관적 진실인데도 이를 허위 주장이라고 한 보도는 허위 보도이다. 나의 표현은 혐오 표현도 아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것이다”라고 추가로 해명했다(〈시사IN〉 제822호 ‘인권위 시계 거꾸로 흐르나’ 기사 참조).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책 〈말이 칼이 될 때〉에 혐오는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라고 썼다. 시민단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와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며 “남성 동성애자가 기저귀를 차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떠한 근거도 없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을 선동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같은 책에서 혐오 표현으로 인한 해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고 확산된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발화되면 그 자체로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정상적인 사회적 삶을 영위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구나 인권위원은 인권위법에 따라 ‘인권 문제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구받는 자리다. 인권위원 후보자추천위원회는 인권위원이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등 인권 취약계층 및 시민사회와 소통 역량이 뛰어나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적은 건, 해당 발언의 주인공이 인권에 관해 우리 사회의 ‘참조 지점’을 만들어가야 할 인권위원이기 때문이다.
인권위 인권교육 전문위원들은 이충상 상임위원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당신은 열악한 처지의 사회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종교·젠더·성적 지향·인종·계급 등이 다르더라도 동료 시민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자신이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으로서 내리는 판단과 결정이 타인의 삶,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과 권리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할 능력이 있습니까? 지배적인 권력과 정치인들을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까?’ 전문위원 중 한 명인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는 〈시사IN〉에 이후 이충상 위원에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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