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한 장르소설집을 읽었다. 가상의 국가인권기구의 조사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집이다. 한 노조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다. 조사 도중, 이 사건은 뜻밖의 사건으로 튄다. ‘쥐 잡기 게임’을 만든 한 노조원을 (대통령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총리실에서 사찰하고···. 픽션이지만, 여러 설정이 15년 전 MB 정부(이명박 정부) 때 일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래,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이은기 기자가 쓴 이번 호 기사를 보면, ‘그때 그 인권위’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국가인권위원회에 퍼지고 있다. MB 정부 당시 임명된 현병철 인권위원장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인권을 모르는 게 차라리 장점’이라고 말했던 인권위원장 시절. 인권위는 용산 참사, 총리실 민간인 사찰 폭로 등 주요 현안에 침묵했다. 인권침해 상황을 감시해야 할 국가기구가 침묵한다면, 사회는 그만큼 퇴보한다. 인권위 상황이 어떤지, 기사를 읽고 독자 여러분이 판단해보시라.
〈시사IN〉 기사 마감 날인 6월8일 목요일.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에 대한 8쪽짜리 입장문을 냈다. 그 입장문의 마지막 대목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이동관 특보는 2019년 12월 MBC 〈스트레이트〉 보도를 문제 삼으며 이렇게 썼다. “실체가 불분명한 이른바 ‘진술서’를 어떤 동의 과정도 없이 공영방송에서 보도한 무책임한 행태를 개탄하며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하는 계기였음.”
이동관 특보가 누군가? 대통령실이 기이한 형태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시킨 다음에 그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아들의 학폭 문제와 별개로, 방송·통신이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받는 방통위 수장으로 대통령 특보가 적합한가? 방통위는 KBS 이사 추천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권을 가진다. 그런 조직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사가 아들의 학폭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글에서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했다고 썼다(MBC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행사할 ‘사적 보복’을 예고하는 선전포고”라며 공식 입장을 냈다).
〈동아일보〉 출신인 이동관 특보는 MB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 등 요직을 거쳤다. 방송사 낙하산 사장 임명, 그에 맞선 언론인들의 대량 해직 사태 등은 그 시절의 ‘나쁜 기억’이다. 8쪽짜리 입장문의 마지막 문구에서 다시 ‘방송 장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나쁜 예감, 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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