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무소속)의 가상자산 투자는 어째서 문제일까. 김 의원은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다음 날인 5월15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정을 전부 이 이슈로 덮어버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사기관에서 흘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투자를 살핀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 투자는 이상하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잘못이 있다. 의정활동 도중 거래를 했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 지갑(일종의 계좌) 거래 내역에는 특히 눈에 띄는 기록이 있다. 지난해 11월7일이다. 이날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현안 보고가 진행됐다. 당시 회의에 참석 중이던 김 의원은 마지막 발언을 마치고 7분 뒤 보유하고 있던 코인을 매도했다. 같은 해 5월9일, 김남국 의원은 15차례 코인 거래를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날이었다. ‘이미지 조작’ 논란도 있다. 김남국 의원은 평소 구멍 난 신발을 신는 등 궁핍에 가까울 만큼 검소한 인상을 내세웠다. 김 의원이 보유한 가상자산은 한때 80억원대까지 가치가 올랐다.

업무 태만과 이미지 조작은 김 의원만의 허물이 아니다. 국회에서 의정과 무관한 일을 하다 포착된 정치인은 적지 않다. 개중에는 ‘투자’보다 더 부도덕해 보이는 행위도 있다. 특정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정치인의 업에 가깝다. 그게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진다고 해서 일파만파 논란이 퍼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코인 투자라서 잘못이란 말인가’라는 항변이 나올 법하다.

5월14일 국회 의원실 앞 김남국 의원의 모습. 이날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연합뉴스
5월14일 국회 의원실 앞 김남국 의원의 모습. 이날 김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연합뉴스

업계 종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김남국 의원의 행위’가 아니라도, 의정활동 도중에 이뤄진 거래가 아니라도, 이 투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김남국 의원이 매입한 코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내부 정보 없이는 쉽게 투자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그건 코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 의원이 가상자산 지갑에 80만 개 보유했다고 알려진 위믹스 코인은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만든 것이다. 위메이드는 2000년 설립된 중견기업으로, 〈미르4〉라는 히트작을 냈다.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어서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라는 김남국 의원의 해명은 이치에 닿는다(다만 결과적으로 위믹스는 유통량 신뢰 문제로 상장 폐지됐다). 김 의원의 또 다른 투자 대상인 마브렉스, 비트토렌트 역시 유명 기업이 발행사다. ‘코인 상납’ 의혹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김남국 의원이 일부 암호화폐를 ‘에어드롭’ 방식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논란이 됐으나 그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촉을 위해 투자자에게 코인 소량을 지급하는 게 에어드롭이다. 김남국 의원 1인이나 특정 고위 인사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이상 ‘사은품’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의문의 여지는 있다. 김남국 의원은 각 종목이 저점일 때 거액을 들여 샀다. 2021년 약 10억원을 비트토렌트에 투자했다. 당시 비트토렌트는 빠르게 가격이 올랐고, 그는 이 코인의 매매 차익 40억원을 위믹스에 투자했다. 김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의 가치는 한때 80억원대까지 뛰었다. 은행 계좌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 기록은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 ‘변창호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씨는 김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거래 내역을 토대로 김 의원의 코인 지갑을 특정한 인물이다. 김남국 의원의 전체 투자 내역을 들여다본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김 의원은 매번 거액을, 몹시 과감하게 베팅했다. 이게 그때마다 ‘떡상’을 한다. ‘무조건 오른다’는 확실한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뉜다. 단순히 김남국 의원이 과감했고, 운 좋게 투자가 성공했을 수도 있다. 김동환 대표는 “평상시라면 이 투자만으로 검찰 수사까지 들어갈 만한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 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의심을 더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싼값에 물건을 산 게 곧 범죄 정황은 아니다. 김동환 대표가 기이하게 여기는 것은 오히려 ‘실패한 투자’다.

“‘실패한 투자’가 더 의심스럽다”

김남국 의원은 지난해 2월께 ‘클레이페이’라는 코인에 투자한다. 클레이페이는 현재 발행사가 종적을 감춰, 김 의원이 투자한 원금의 100분의 1가량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위믹스와 달리 클레이페이는 출시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생 코인이었다. 여타 투자보다 더 위험한 종목이었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33억원어치 위믹스를 들여 클레이페이 59만 개를 샀다. LP(Liquidity Provider) 투자 방식을 썼다.

LP 투자는 탈중앙화거래소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다. 탈중앙화거래소에서는 주요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에 상장되지 않는 종목이 거래된다. 이곳은 거래 종목이 다양한 대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LP 투자자는 탈중앙화거래소에 코인을 ‘공급’하고, 거래 수수료를 암호화폐로 받는다. 김동환 대표는 이 투자 방식이 일반적인 코인 매매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고 말했다. “‘코인 지식’만 쌓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변동성 큰 코인이 개입된 LP 투자는 생활이자 업이 될 수밖에 없다. 실시간으로 다음 투자 대응책을 생각해야 한다. (김 의원과) 비슷한 투자를 한 업계 지인은 ‘스스로 자산운용사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위험한 투자 방식을 택하면서도 김남국 의원은 과감했다. 투자 액수만 컸던 게 아니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웃돈을 얹어 급하게 샀다. 그는 클레이페이 전체 유통량의 약 10%를 한 번에 매수했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쉽게 말해 ‘시가’ 이상의 비싼 코인까지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33억원어치 위믹스로 그가 얻은 클레이페이 가치는 33억원이 아니라 약 25억원에 그쳤다. 김동환 대표의 말이다. “실수일까? 김남국 의원은 전세에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거래 과정에서 벌어진 이 ‘실수’로만 날린 금액(8억원)이 서울 아파트 전세액과 맞먹는다. 이전까지는 김 의원의 투자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봤는데, 이 내역을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업계에서는 ‘내부자 정보’를 얻어 급히 사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김남국 의원은 “미공개 정보는 얻을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말하지만, 급한 매수의 원인은 아직 해명하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과정에 따라 수십억 원어치 가상자산이 오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남국 의원 개인의 논란거리로 매듭지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창호씨는 “김 의원만 비난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코인판'에는 시세 등락에 따른 피해자가 수없이 많다. 정치권 인사들이 유착되어 있다는 풍문이 끊이질 않는다. 고위공직자가 얽힌 가상자산 의혹을 전부 캐내 공론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경실련 등이 참여한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는 지난 5월16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위공직자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가상자산도 재산으로 등록하라고 요구했다. 최재혁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현행법상으로도 실태조사는 할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들의 개인정보 동의를 받으면 된다. 가상자산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기 위해서 공직자윤리법 개정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5월16일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고위공직자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전수조사,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조남진
5월16일 재산공개와 정보공개 제도개선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고위공직자 가상자산 보유 현황 전수조사,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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