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좋아한다. 어제 고기를 못 먹었다면 오늘 저녁쯤엔 삼겹살이나 구울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축산업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서도 고기를 끊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 나 하나쯤 끊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화석연료 발전소와 자동차 산업 같은 ‘거대 악’을 질타하며 적극적으로 고기를 뜯었다. 이런 사람 나 말고도 꽤 있을 것이다.
〈탄소로운 식탁〉은 선악과 같은 책이다. 나 말고 세상이 먼저 뚝딱 바뀌어야 한다며 타노스처럼 분개하던 ‘관성’에 깨달음을 준다. 비단 고기만이 아니다. 실은 채식도 마찬가지다.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갈아엎는 행위는 땅속에 묻혀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킨다. 비닐하우스 농사를 위해 방출되는 탄소는 또 어떤가. 결국 식탁에서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건 우리의 먹을거리 문화 전반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앉아서 터치 한 번만 해도 눈앞에 삼겹살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함께) 배달되고, 곳곳에 ‘먹방’이 넘쳐나는 시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책은 어쩌면 기후위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알면 불편한 사실, 돌아서서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 전반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일간지 환경 전문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준엄하게 우리의 일상을 꾸짖는 대신 친구에게 말을 걸듯 자신의 ‘깨달음’ 과정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모두 고기를 끊자’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살던 대로 살자’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나침’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아예 모르고 살면 모르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순간 자신의 생활 속 ‘지나침’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부터가 고기를 끊지는 못하더라도 좀 줄여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노력하는 만큼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전보다 더 떳떳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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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올해의 사진〉 고기 될 생각 없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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