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시사IN 조남진

‘고기 전도사’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의 대표 저서는 〈고기 수첩〉이다. 그는 매일, 매끼 소량의 고기를 꾸준히 먹는 것이 건강 비결이라고 말한다. 육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는 채식 급식을 반대한다. 주 교수의 딸은 채식주의자다. 딸과 채식 식당에 가본 적이 있다. 그는 콩 냄새를 숨기기 위해 소스를 잔뜩 바른 대체육을 도대체 왜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먹느냐’는 질문은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육식주의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메탄 저감’ 마스크를 씌우면서까지 대량으로 소를 사육하는 영국 사례를 기후위기 시대의 아이러니한 풍경으로 보았다. ‘전 국민 채식화’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육식이 채식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기후위기 시대의 먹거리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는 축산업계와 기후운동 단체 사이 ‘싸움만 붙이고 쏙 빠진’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와 수치를 내놓지 못한 채 갈등을 방기하기 때문이다. 축산업계가 달라지길 바란다면 쉽고 단순한 해법이 아니라 농촌 현장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기 예찬론자, 채식 지향 기후위기 활동가, 농촌 현장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2시간 동안 진행자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만큼 뜨거운 토론이 오갔다. ‘육식’에 관한 이야기는 기후정의 문제로, 지속 가능한 삶의 문제로, 노동과 생존권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이 자리가 불편하지는 않나?

주선태(주):동물권이나 채식운동 하는 분들과의 자리는 피하지 않는다. 싸우는 대신 계속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믿고 있는 분들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한다. 오늘 휴강을 하고 이 자리에 왔다. 우리 축산학과 학생들은 꼭 대담에 참석해 진실을 말해주고 오라고 응원했다.

정은정(정):고기 먹는 사회에 대한 반성은 많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나 자료는 없다. 그런 상태에서 축산업계와 비거니즘(채식 지향) 기후운동 활동가들이 뜨겁게 반목하고 있다. 축산업계도 이런 분위기에 민감하다. 현재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농특위) 축산분과에서 활동 중인데, 탄소 저감 이슈가 나오면 회의가 중단될 정도다. 각각의 위치에서 강대강으로 부딪치고 있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이다.

이윤희(이):필요하고 반가운 자리다. 누가 얼마나 고기를 먹고 있는지,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명확한 자료가 없다. 출처에 따라 상반된 내용의 자료도 나온다. 빈약한 정보들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눠야 한다.

2020년 4월6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공급식 채식 선택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에서 채식 급식이 육식 혐오를 조장한다는 성명을 냈다.

:학교는 굉장히 큰 소비자다. 축산업계가 충격을 받았을 거다. 2014년부터 서울시청에서는 매주 1회 채식 식단을 구내식당에서 제공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급식소를 포함해 800여 개 기관에서도 채식을 제공한다. 축산업 종사자분들이 시청 앞에 와서 시위도 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두 번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거다. 축산업계가 위협을 느낄 만한 수준의 변화인지는 모르겠다. 채식 문화가 일종의 트렌드로 조명받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담론이 나올 정도의 먹거리 전환은 아니다. 오히려 채식에 대한 관심이 유행으로만 그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그게 왜 우려할 일인가?

:육류 소비는 줄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고기를 많이 먹는다. 채식 급식을 시행할 때 ‘한창 크는 10대들에게 고기가 더 필요하다’라는 반발이 많았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살펴야 할 다른 식품이 더 많다. 2021년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중고등학생은 채소와 과일을 거의 먹지 않았다. 영양적 관점에서 보면 채소를 더 먹여야 한다.

:육류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맞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육류 소비량이 1980년 11.3㎏에서 2018년 53.9㎏까지 늘었다. 그런데 53.9㎏이라는 건 평균값이다.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고기를 잘 먹고 있지 않다. 그러니 단순히 ‘고기를 덜 먹어야 한다’는 주장은 위험하다. 또 우리가 고기를 과도하게 먹으면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채식주의자들이 있는데 다 외국 자료를 갖고 하는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 농촌, 축산업 현장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외국 책을 보고 마치 우리가 미국처럼 가축을 키우고 먹는다고 착각한다.

:고기에 대한 접근권은 분명 경제적인 문제와 연결돼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중위소득 29% 이하 가구의 식료품 지출 중 육류 지출 비중(73.5%)이 중위소득 가구(84.3%)보다 11%포인트 낮다. 육류 가공품의 경우는 24%나 낮다. 비만과 영양결핍, 현실엔 이 두 가지가 공존한다. 지금처럼 ‘과육식’ 시대에도 영양결핍을 겪는 계층이 있다는 데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기에 대한 접근권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이 적정량의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공공(公共)의 루트를 짜야 한다.

채식운동이 놓치고 있는 지점이 있나?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여유 있는 소상공인은 지원금으로 소고기를 사 먹더라”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기를 먹는다는 건 굉장히 복잡한 문화적 문맥을 갖고 있다.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어도 돈 생기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고기 사 먹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 마음을 폄훼해선 안 된다. 그런데 채식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 마음을 폄훼하고, 고기를 선택하는 것을 힐난하며 죄책감에 기대는 운동을 했다. 설득력 있는 전략이 아니었다.

물론 ‘채식급식제’처럼, 학교에서 건강한 육식과 채식 먹을 기회를 늘리는 건 중요하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하는 걸로 지구를 구할 수 있나? 서사가 과하다는 거다. 한편으론 축산업계와 소통이 필요했다고도 본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유통부터 판매·폐기까지 이어지는 축산의 전후방 산업들이 있다. 육식에 대한 비하나 폄하는 이 산업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까지 매도하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생계에 대해 폄훼할 권리는 없다. 갑작스럽게 공격받는 처지가 되니 축산업계가 더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반응을 했다고도 본다.

:동의한다. 기후위기 시대엔 축산업뿐만 아니라 고탄소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기후운동가들이 석탄화력발전소나 제철소 앞에 가서 ‘기후 악당’이라고 시위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시위를 하는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1980년 11.3㎏에서 2018년 53.9㎏으로 늘었다. 사진은 한 육가공 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육식은 정말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행위인가?

:육식 식단을 채식 식단으로 바꿀 때 탄소 배출량 변화를 조사한 적이 있다. 소불고기덮밥에 들어가는 소고기 등심 120g을 두부 120g으로 바꿨다. 그랬더니 탄소 배출량이 5.365㎏ CO₂eq(1㎏당 발생하는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에서 0.47㎏ CO₂eq로 줄었다. 11배 차이다. 특히 소고기가 탄소 배출량이 높다는 건 불변의 사실이다.

:그 계산법이 정확한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서는 운송업 전체보다 축산업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상당히 논란이 된 내용이다. 축산업계와 채식운동가 사이에 계산 수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범위로 잡느냐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달라진다. 트림, 방귀, 분뇨에 의한 ‘직접 배출량’만 측정할 수도 있고 동물이 먹는 사료의 재배 단계부터 고려해 측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입육들도 탄소 배출량에 차이가 있다. 특히 남미에서 사육된 소는 탄소 흡수원인 열대우림을 개간해 사육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대단히 높다. 소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0~60㎏ CO₂eq까지 오차범위가 넓다.

:그런 점에서 국내 축산업에 대한 비판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를 약 330만 마리 키운다. 전 세계 축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과도하다면 미국처럼 소를 1억 마리씩 키우는 국가에서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별로 자기들이 먹을 만큼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농특위 축산분과뿐만 아니라 축산업 종사자들도 도대체 어떻게 탄소 배출량을 산정할지 여전히 합의가 안 된다. 각자 유리한 수치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니 평행선을 달린다. 신뢰할 만한 정부기관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배출량을 계산할지 정리해야 한다. 너무나 시급한 일이다.

정부는 이미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축산업계 역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축산학과 교수로서 장담하는데, 축산 하는 분들이 무조건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려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해다. 나는 배양육을 ‘미래의 축산’이라 생각하고 연구 중이다. 옆방 교수님은 반추동물의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대안을 찾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런데 그것도 축종별로 다르다(웃음). 교수님은 축우(소) 쪽인데, 다른 축종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 육계(닭) 쪽은 탄소 저감에 대해 정부가 손쓸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하림 같은 축산 계열화 업체가 이미 시장을 90% 이상 쥐고 있다. 육계는 농특위에 들어와 있지도 않다. 그나마 산란계(달걀)는 아직 독립 양계하는 분들이 있어 조금 이야기해볼 수 있는 정도다. 반면 양돈업계는 지금의 변화에 가장 저항이 심하다. 사육 두수 제한 같은 이슈는 폭탄이다. 말이 나오면 회의 석상이 뒤집어진다. 이렇게 상황이 다 달라서 축종별로 섬세하게 사정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잘 기르고 있는 농장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런 노력들을 인정해주고 장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각각의 입장을 다 덮어놓고 ‘기후 악당 축산업’이라고 퉁쳐버린다. 더 발전적인 논의를 할 기회를 잃는 거다.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

:기업 계열화 이야기를 했는데, 독립 농가들이 유지되지 않으면 농민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되고 만다. 정성스럽고 깨끗하게 가축을 기르는 농가들이 살아남게 하려면 기업화는 답이 아니다. 사육 두수를 제한하자는 말도 하는데, 현실을 보면 그렇게 무제한적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농장주들의 고령화가 심한 데다 사룟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감당을 못한다. 국제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값이니 우리가 조절할 수도 없다. 가장 최신의, 현장성에 기반한 주장을 하지 않으면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저메탄 사료를 확대 보급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저메탄 사료의 탄소 저감 효과가 실질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나마 가축분뇨의 정화처리를 강화하는 정책은 현실성이 있는 방안이다. 그 외에 경축순환농법(친환경 농식품 부산물과 가축분뇨를 사료와 비료로 재활용하는 농법)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본다. 이미 기업이 축산 현장에 많이 들어와 있어 ‘순환’의 구조를 깨뜨렸다. 농축산 분야가 각각 분절돼 있다.

:이전에 채식주의자분과 토론한 적이 있다. 비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무조건 반대하며 싸우려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분들을 ‘신념의 채식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분들은 우리 같은 사람을 무슨 식인종 보듯 증오의 눈빛으로 대한다. 그러니 서로 감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축산업자 중에도 과격한 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력하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모습도 충분히 알려지고 고려되면 좋겠다.

:기후위기 운동을 할 때 싸울 대상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축산업 종사자도 똑같이 기후위기를 겪는 피해자다. 계속 생계를 위해 노동하며 살아남아야 한다. 양측이 서로에 대한 적대적인 말만 쏟을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짜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는 결국 기후정의 문제다. 취약계층, 좌초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어떻게 미래에도 안전하게 안착하며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궁리해야 한다. 연구소에서 2050년 우리가 살아갈 모습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아빠가 석탄화력발전소에 다니는데 실직하고 우리 집이 몰락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유사한 답변이 많았다. 두려운 거다.

:정부가 간단하고 단순한 해결책만 찾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만큼 줄여야 한다’라고 목표만 설정해놓고 현장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방법을 찾는다. 단 한 번도 농민들을 파트너로 여긴 적이 없다. 무책임하게 진영 간 싸움을 붙여놓고 쏙 빠진다.

:현장을 아는 사람들이 결정권자가 돼야 한다. 관료들이 아는 진실은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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