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초 독일 건설 현장은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독일 건설 분야 기능공들은 ‘마이스터’라고 불린다. 80% 이상이 정규직으로 사회적 명성과 고소득을 누리고 있다. 직업 전망도 밝아서 현장 교육으로 숙련된 인력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사회 정책적 차원 또는 초기업 단위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건설산업 특유의 약점을 극복했다. 법적 재하도급 금지 규정은 없었지만 실제로는 공사 수행 과정에서 원수급자의 책임이 강조되어 재하도급을 허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정규직 고용관계를 촉진시킨 데 이어, 노무비 삭감을 억제하기 위해 단체협약의 효력도 확장시켰다.
현재 한국 건설산업의 대표적 취약점은 노동조건 악화에 따른 고령화와 숙련 인력 기반 붕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건설업 종사자는 167만1398명이다. 이 가운데 사무직이 11.9%, 상용직이 34.6%(기술자가 많고 기능공은 10% 미만), 생산 일용직이 53.2%에 달한다. 결국 건설 종사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일용직 노동자인 셈이다. 건설 노동자의 40대 이상 비율도 82.4%, 전체 산업 평균 66.5%보다 훨씬 높다. 반면 최근 5년간 청년층 취업자 비중은 농림어업에 이어 건설 분야가 가장 낮다. 통계로만 보자면 한국 건설 분야 노동자는 고령의 일용직이 일하는,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인 셈이다.
비정규직 신분인 일용직으로서 처하는 불안정성·저임금·임금체불을 개선하기 위해 전체 건설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직종별 전문건설협회와 단체협약을 맺어 임금수준 등을 정해왔다. 건설노동조합은 단체협약에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이라는 추상적 문구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용자와 기관은 단체협약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국 ‘채용’과 관련한 추상적인 문구조차 단체협약에 들어가지 못했다.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이 되나
최근 윤석열 정부는 이런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한국 건설 현장의 가장 큰 불법 비리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연일 압수수색을 하고, 노동자들을 구속하고 있다. 언론은 건설노조를 ‘슈퍼 갑’으로, 건설사들을 ‘슈퍼 을’로 보도한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슈퍼 갑’이라는 프레임은 건설 현장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결과다. 실제로 노동자들이나 노조는 채용을 요구할 권한이나 힘이 없다. 단체교섭을 통해 채용 가능성을 타진할 뿐이다. 채용은 사용자가 결정한다. 단체협약을 체결한 수십 개 건설사 대표들이 노조로부터 일방적으로 ‘강요’당했다는 것은 ‘사장님’들을 너무 무시한 주장이 아닐까.
물론 건설 현장마다 구체적인 사정이 달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앞으로 건설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소속 기능공 노동자들만 쫓아내면, 건설 현장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면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안전망만 사라지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안전 외면 현장, 부족한 기능 인력 문제는 그대로 남을 것이다. 고급 아파트와 각종 기간시설이 아무리 화려하게 지어져도, 우리 건설 현장은 앞으로도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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