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기념해 모처럼 호텔에서 묵은 날,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습니다. 큰맘 먹고 빌린, 하루 방값이 저의 보증금 대출이자보다 비싼 공간에서, 열한 평 반지하 저희 집이 무사할지만을 밤새 걱정했습니다. 그날 누군가가 실제로 반지하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외박하며 제 집을 염려하던 그 시각에.
저는 바로 그달 말에 이사할 예정이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새 집의 첫째 조건은 ‘지상에 있을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 집이 빠지기는 할까, 과연 나 말고 누가 이런 곳에 살고 싶어 할까 전전긍긍했습니다. 누군가 이사를 와야 제가 그 집을 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새 계약자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 주었습니다. 그런 집이나마 누군가는 여전히 필요로 하더군요. 제가 그랬듯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특권입니다. 채광 좋고 물 안 새고 외풍 적은, 집의 기본적인 조건조차 어떤 사람들에게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치니까요. 대통령님도 이사 축하드립니다. 진짜 몹시 부럽습니다. 저는 대통령이야말로 마음대로 거처를 바꿀 수 없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
대통령의 ‘출퇴근길’에 따라붙는 세 가지 문제
대통령의 ‘출퇴근길’에 따라붙는 세 가지 문제
나경희 기자
3월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집무실은 국방부 청사,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들어설 예정이다...
-
[포토IN] “집무실·관저 이전, 왜 이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
[포토IN] “집무실·관저 이전, 왜 이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
조남진 기자
그냥 청와대로 갔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면서 국론은 분열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
[단독] 3시간 만에 이뤄진 ‘대통령 관저 공사’ 계약
[단독] 3시간 만에 이뤄진 ‘대통령 관저 공사’ 계약
문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수의계약이 입찰공고부터 낙찰자 결정까지 불과 3시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테리어 공사를 발주한 행정안전부(행안부...
-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2022 올해의 사진]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김흥구·글 정지돈(소설가)
친구가 말했다. 있잖아, 어느 날 골목을 지나는데 전기 노동자 한 분이 가로등에 매달려서 작업 중이잖아. 그때 길을 걷던 모녀가 있었거든. 애가 여섯 살 정도 됐나 봐. 위를 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