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 입구. 사진 우측 상단 쪽에 나무에 가려 살짝 보이는 흰 건물이 외교부 장관 공관이다. ⓒ시사IN 조남진

그냥 청와대로 갔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 입주를 거부(?)하면서 국론은 분열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개월여를 허비했다.

윤 당선자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은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급작스러운 발표에 국가안보의 중심인 국방부는 쫓겨나듯 ‘이사’해야 했고, 안보 위기상황 발생 시 긴급하게 사용될 국방부 영내 헬기장은 대통령 전용 헬기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용산의 군인아파트도 대통령실 직원들을 위해 일부를 비워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하게 관저를 찾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1970년대 중반에 건축된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신축에 가까운 수리를 해야 한다는 것. 당선자 측은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 4월24일에야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관저 쇼핑’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 관저로 예정된 외교부 장관 공관. ⓒ시사IN 조남진
대통령 관저로 예정된 외교부 장관 공관. ⓒ시사IN 조남진

관저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교통을 통제하며 용산 집무실까지 출퇴근해야 한다. 관저 입주 뒤에도 출퇴근을 위한 교통 통제는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남동 관저를 둘러싼 매봉산 자락. 수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공원의 숲길과 대통령 관저 사이의 거리가 50m에 불과해 경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윤 당선자를 지지한다는 한 주민은 “왜 이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라며, 대통령 관저 때문에 숲길을 통제한다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매봉산 자락의 공원 숲길과 대통령 관저 사이의 거리는 50m에 불과하다. ⓒ시사IN 조남진
기자명 조남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nmool@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