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 ‘독일 대 일본’ 경기를 누군가 ‘전범국끼리의 대결’이라고 말한 걸 듣고 이 책이 떠올랐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인 독일의 과거사 청산은 곧잘 일본과 비교된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의 유대인박물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이래 독일은 거듭해 과거사를 참회했다. 반면 일본은 유력 정치인이 나서서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독일에서도 나치 청산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소련에 맞서 독일을 재건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국가 운영에 필요한 행정 전문가와 기업가들 대다수가 나치 세력이었다. 결국 독일의 나치 청산 작업도 일본의 전범 재판처럼 지지부진했다. 헤센주의 경우 공공기관 근무자 34%가 나치 경력을 이유로 해고됐는데, 1948년에 전원 복직됐다.
독일 과거 청산의 결정적 계기라고 알려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은 오히려 실패한 역사였다. 그보다는 68학생운동, 1980년대 역사수정주의 논쟁, 통일 후 동독 과거사 청산 논의 등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과정을 통해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지난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 부지에 2023년 들어설 인권기념관 조성을 추진해온 저자는 독일과 폴란드 곳곳에 있는 국가폭력 관련 유적과 기념관을 둘러보고 답사기를 썼다.
우리가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나치 청산이 진보 진영만의 의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독일의 시민사회 운동은 과거 청산을 여야, 진보·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국민 전체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른바 ‘적폐 청산’ 의제는 혹시 점점 정파적 이데올로기로 전락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책을 덮고 나면 나치에 저항했던 여성 정치범이 붙잡혀 있던 라벤스브뤼크 수용소 인근에 세워진 ‘피에타’ 조각상이 보고 싶어진다. 이 조각상은 호수 건너 평화로운 마을을 애타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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