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스무스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원더박스 펴냄


“이성은 기다릴 줄 알며 견딜 줄 안다.”


20세기 최고의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에라스무스의 평전. 중세 유럽의 대표적 인문주의 지식인인 에라스무스는 세계사 교과서에 그의 대표작인 ‘우신 예찬’과 함께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다.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데 능숙한 츠바이크에 기대어 에라스무스의 삶과 사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특히 ‘종교개혁 동지’였던 에라스무스와 마르틴 루터 사이의 친분과 불화에 주목하기 바란다. 함께 종교개혁이라는 ‘대변혁’의 “알을 낳고 부화”시켰지만, 이에 따른 “세계 분열의 끔찍한 순간”을 맞아 두 사람은 첨예하게 갈라서고 만다. 

 

 

 

 

 

 

 

 

웹툰 내비게이션
조경숙 외 지음, 냉수 펴냄

“생활 툰은 웹툰의 시작에 큰 영향을 준 장르다.”


K웹툰이 세계적 인기를 끈다. 웹툰 산업의 성공담은 쌓여가는데, 정작 대중문화로서 웹툰이 어떻게 시대를 담아내고 있는지 조명한 이야기는 적다. 우울증, 가정폭력, 청년 세대의 주거와 빈곤 문제를 다루는 일상 툰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메이크오버를 통해 단숨에 ‘강자’로 탈바꿈하는 ‘사이다 서사’가 두드러진다. 〈뷰티풀 군바리〉나 〈복학왕〉에서의 차별적 재현이 비판을 받은 후로, 재현 윤리를 고민하고 탐구하는 웹툰들이 나타난 것도 변화의 지점이다. 웹툰의 다양한 세계에 발 들이고 싶은 독자를 위해 쉽게 풀어쓴 대중서. 만화평론가 4인이 다양성과 질적 성취 등을 기준으로 엄선한 ‘웹툰 100선’은 책의 묘미다.

 

 

 

 

 

 

 

 

나에게 거짓을 말하지 마라
존 필저 엮음, 송요한 옮김, 히스토리아 펴냄


“진정 객관적인 저널리즘은 사건의 의미를 옳게 이해해야 한다.”

1945년부터 2004년까지 전 세계 저널리즘의 지표가 된 주요 보도를 모았다. 전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와 매카시즘, 테러, 정치적 부패에 대한 빛나는 탐사보도 사례를 모았다. 우리가 어렴풋이 ‘들어본 적 있는’ 사건의 이면을 되짚어보게 한다. 챕터를 넘길 때마다 저널리스트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되새기게 된다. 영국 빈티지 출판사가 2004년에 출간한 책이다. 18년이나 지난 저작이라 21세기 각종 저널리즘 트렌드(소셜미디어 활용, 웹 활용, 각종 협업 등)와는 동떨어졌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의 힘은 강하다. ‘정통 탐사보도’를 참고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다시, 평화
임동원 지음, 폴리티쿠스 펴냄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인 햇볕정책 설계자. 한국전쟁 때 월남, 육군사관학교 졸업, 28년간 군복을 입고 평화를 지킨 ‘피스키퍼’. 이후 남북기본합의서(1992년)와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 등 평화를 만든 ‘피스메이커’. 전작 〈피스메이커〉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등을 추가한 자서전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김대중과의 만남’에 한 챕터를 할애했다. 서거 전 김 전 대통령과의 마지막 대화도 담았다. 북한 미사일 발사, 윤석열 정부의 9·19 군사합의 파기 고려 등 한반도 위기가 다시 불거진 현재, 저자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혹은 가까이 머물면서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부계는 호칭만 남겼다. 모계는 이름을 적어둔다. 소설의 주인공인 슬아와 그의 모부인 복희와 웅이를 비롯해 이름이 나오는 가족은 외가 쪽뿐이다. 마치 이것이 ‘역사’임을 선언하는 듯이. 이름은 내가 정할 수 없었지만, 역사는 내가 쓸 수 있다고 다짐하듯이.
저자는 ‘아비 부(父)의 자리에 계집 녀(女)를 넣자 생긴 흥미로운 질서들’을 소설에 주고 싶었다고 적는다. 가부장에서 가녀장으로 글자 하나 비틀었을 뿐인데 낯선 리듬이 생긴다. 이야기는 언제나 창작자의 짐작보다 더 멀리 간다. 특히 ‘계집아이들’이었던 독자들이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새롭게 빚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돌고래 펴냄


“마치 강 전체가 숨을 고르며 노래를 하는 듯했다.”


어떤 돌고래는 바다가 아니라 강에 산다. 분홍색의 미끈한 배를 드러내며 햇빛을 즐긴다. “진주로 엮은 황홀한 그물”처럼 강물 사이로 미끄러지는 모습에 사람들은 그를 아름다운 환영으로 기억한다. 아마존 분홍돌고래 ‘보투’ 이야기다. 이 책은 ‘절반은 인디애나 존스, 절반은 에밀리 디킨슨’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물학자 사이 몽고메리의 보투에 대한 사랑이야기다. 그를 찾기 위한 모험담은 아마존 설화와 탄탄한 생태학, 인류학 지식과 함께 엮이며 독자를 낯선 야생의 세계로 이끈다. 목격자인 저자는 원주민 학살과 착취, 산림파괴와 동물의 떼죽음도 성실히 기록한다. 왜 야생은 우리를 서글프게 하는가? 이 질문의 답이 되는 책이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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