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8일 서울 여의도 인근을 지나다 불꽃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펑’ 하고 터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어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전쟁 난 줄 알았다고 한 일화가 문득 떠올랐다. 전쟁을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0월10일 월요일 아침 속보가 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미사일 공습으로 추정되는 큰 폭발음이 들렸다는 소식이다. 우크라이나 곳곳에 미사일 수십 발이 떨어졌다.
국제 뉴스는 종종 ‘이미지’로 기억된다. 사람들이 울부짖고, 피 흘리고, 불타고, 황폐해진 거리의 모습. 처음에는 슬픔과 분노가 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감각해진다. “전쟁은 모든 것을 시들게 만든다고 하는데 그 점에서 시간은 전쟁보다 더 유능하다.” 한동안 헤드라인에서 밀려나 있던 우크라이나 소식은 ‘무차별 미사일 폭격’ ‘수많은 사상자’ ‘통신 두절’ 같은 단어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반복되는 국제 뉴스가 때론 잔인하다고 느껴진다.
보통 사람들이 치르고 있는 전쟁이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는 전쟁으로 붕괴된 일상과 식어가는 감정을 연결하기 위해 쓰였다. 영국 런던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과 전장에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전직 기자,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시를 여는 예술가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이 바뀐 전 세계 여성 17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쟁의 경험은 단일하지 않다. 음식도, 물도, 통신수단도 없는 비참함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고 연대하는 순간들이 공존했다.
저자는 전쟁의 감정이 생각처럼 뻔하지 않다고 말한다. 폭격당하는 도시를 빠져나와 영국 런던에 도착한 한 우크라이나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러시아 군이 20㎞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을 때 그녀가 가장 바란 것은 초조함 없이 커피를 마시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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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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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장 생생한 이야기, 여성들의 모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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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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