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송환〉의 주인공은 김영식씨(89·오른쪽)다. 비전향 장기수의 1차 송환을 다룬 다큐멘터리 〈송환〉(2004)의 주인공 조창손씨의 동료였다. 조씨는 평양에 갔고 김씨는 남았다. 그가 김동원 감독(67·왼쪽)이 사는 서울 관악구로 이사온 뒤 두 사람은 자주 보게 되었다. 2000년 ‘1차 송환’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던 비전향 장기수들 이야기를 담은 김 감독의 영화가 9월29일 개봉한다.
“2차 송환이 곧 있을 줄 알았는데 계속 밀리고 밀리는 바람에 타의로 20년 동안 작업을 했다.” 김동원 감독이 말했다. 2000년, 63명의 간첩 출신 장기수가 북한으로 송환됐지만 전향 장기수들은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2001년, 이들은 ‘폭력에 의한 전향 무효선언’을 하고 2차 송환 운동을 전개한다.
156분의 러닝타임. 긴 것 같지만 당사자들이 기다린 세월을 생각하면 너무 짧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 속 화질이 좋아지고 출연자들의 얼굴은 늙는다. 20여 년의 부침과 좌절, 희망이 담겼다. 송환을 신청한 46명 중 37명은 사망했고 남은 이들은 대개 90세가 넘었다. 강원도 이천이 고향인 김영식씨는 1962년 울산 해안에 무전병으로 침투했다가 체포돼 27년을 복역했다. 화면 속 그는 잘 웃고 잘 운다. 김동원 감독의 말대로 “카메라를 전혀 꺼리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다.” 긴 세월 여러 부침을 겪던 김씨는 어느 대목, 눈시울을 붉히며 말한다. 딸은 왜 탈북해서 남쪽으로 안 오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그만큼 보고 싶어서다. 그는 “고향에 가서 내가 심어놓은 나무가 얼마나 컸는지 보고 우리 가족이 어떻게 잘사나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송환을 다룬 두 번째 영화, 비전향 장기수의 곁을 지킨 지 30년이다. 김 감독이 긴 시간을 천착할 수 있었던 동력은 뭘까. 딱 꼬집어서 답할 수는 없지만 당사자들과 만나는 게 감독 본인에게 도움이 되고 재미있었다. “사실 더 찍어도 송환이 안 될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할 거냐는 생각 때문에 끝을 못 내고 끌어온 게 10년이다. 돌아가시는 선생들과 연로한 분들을 볼 때 굉장히 괴로웠다.” 2차 송환 운동은 진행 중이다. 당사자들은 유해 송환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차 송환〉은 봄부터 전주영화제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김 감독은 그때마다 ‘관객이 참 없구나’ 느꼈다. 송환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통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좀 무력하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라는 게 언제 어떻게 방향을 틀지 모르고 우린 거기에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분단된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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