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기사가 될까?” 〈시사IN〉 제778호 커버스토리(홀로 전신주에 올라 감전되고 떨어지고)를 취재하며 스스로 반복한 질문이었다. 대개 ‘되는’ 기사의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충격적일 만큼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든지, 엄청난 부조리가 숨겨져 있든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든지.
취재 중이었던 승주노동(전신주에 올라가서 하는 작업) 환경은 그 무엇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승주노동은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가 아니었다. 5년간 17명 사망이 결코 적진 않았지만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숫자는 아니었다. 노동자들이 속한 기업들이 저지른 대단한 부조리도 없었다.
노동자들을 죽고 다치게 만든 것들은 누적된 무책임 또는 무관심이었다. 각자 떼어놓고 보면 별것 아닌 듯한 일들이 서로 얽혀 누군가의 일터를 위협하고 있었다.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산정하지 못하는 고용노동부의 무관심이, ‘추진 중’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실행되지 않는 통신사들의 안전대책이, 안전보다 책임 경감을 목표로 하는 듯한 한국전력공사의 방침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해결책 또한 다른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익숙해져버린 것들이기도 했다. 2인1조 작업 환경을 지켜줄 것, 적절한 작업시간과 임금을 보장할 것, 과로를 유발하는 하도급 구조를 없앨 것 등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발견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그리 대단하지 않기에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지기 쉬웠고,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기사를 마무리하며 ‘되는 기사’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팔리는 사건’에는 공해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사를 쏟아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외면해버리고 마는 일들이, 대형 사고가 벌어지고 나서야 만시지탄하곤 했던 기억들이, 그 사이에서 잊을 만하면 반복되던 비극들이 떠올랐다.
입사한 지 1년 남짓, 그동안 쓴 기사들을 다시금 찬찬히 되짚어봤다. 그리고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흘려보낸 것들이 무엇이었나 곰곰이 돌이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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