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전방위적 감사에 나섰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가 전하는 내용이다. 해경·국방부·선관위·방통위 등 감사 대상도 다양하다. 감사원은 6월22일 ‘김의철 KBS 사장 임명 절차’에 대해 국민감사 청구가 접수되었다며 KBS에도 자료를 요청했다. 최근 홍장표 KDI 원장도 한덕수 총리의 사퇴 압박에 이어 감사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사퇴한 바 있다.
기시감이 든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초기, 정연주 KBS 사장 때가 대표적이다. 그해 6월, 감사원이 KBS를 특별감사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국민감사를 청구했다는 게 명분이었다. 부실경영 책임이 있다며 감사원이 해임 요구를 했고, KBS 이사회가 해임 제청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2008년 해임했다. 검찰도 나섰다. 정연주 사장은 2005년 당시 KBS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을 하고 있었는데, 법원의 조정 권고에 따라 556억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검찰이 이 소송 취하로 KBS에 189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2008년에 정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결론은? 2012년 1월과 2월에 대법원에서 무죄와 해임 취소가 확정되었다.
국정 책임자의 선호에 맞는 인물을 임명하는 걸 엽관제(spoils system)라고 한다. 1832년 미국 제7대 잭슨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공무원은 대선 결과에 따라 순환하는 것이 좋다’고 선언했고, 한 상원의원이 이를 방어하는 연설에서 이름이 유래했다(‘전리품은 승자에게 속한다’, to the victor belong the spoils). 당시 미국 동부의 엘리트들이 정치행정 분야를 독식해 다른 지역의 원성이 컸고, 이런 불만을 정치적 임명으로 해소하려는 시도였다. 공직 점유를 민주화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부정부패, 행정의 비능률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권 전환기마다 ‘코드 인사’니 ‘낙하산 인사’니 하며 ‘엽관제’가 논란이 되었다. 정권교체기에는 여야가 공수를 교대하는 꼴이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등이 제안한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일치법’은 논의해봄직하다. 정권과 관계없이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할 곳을 국회에서 가리고 그 대상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이런 논의 없이 검찰·감사원 등을 내세워 ‘전 정부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특히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받는 윤석열 정부라면 더더욱. 혹시나 여기에 더해 지지율 돌파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그건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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