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월7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재정과 건전성. 국어사전에서 각각 찾아보면 ‘국가 또는 자치단체가 행정 활동이나 공공정책을 시행하기 위하여 자금을 만들어 관리하고 이용하는 경제활동’ ‘온전하고 탈이 없이 튼튼한 상태의 성질’을 뜻한다. 단어를 조합해 ‘나라의 재정이 건전성을 유지해야지’ 하면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런데 이 그럴듯한 말이 항상 정답일까?

7월7일 정부가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다. 올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3% 이내로 개선하겠다는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했다. ‘건전재정’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보수 정부의 ‘긴축’ 기조로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또 2027년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 목표를 ‘50%대 중반’으로 잡았다. 재정준칙 한도를 법률에 명시해 높은 수준의 구속력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말은 그럴듯한데 ‘어떻게?’는 아리송하다. 재정수지를 좋게 하려면 둘 중 하나다. 조세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종부세 등 보유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세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으니 ‘건전재정’을 하려면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떤 지출을 줄일 것인지 하는 ‘지출 구조조정’의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는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어떤 지출 항목을 얼마나 빼는지 꼼꼼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 그만큼 노인이 많아지므로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추가적인 복지 확충이 없어도 2027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이 50%대 중반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답이 마땅치 않다. 재정준칙을 법률로 정해놓으면, 그게 올가미가 되어 정부가 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물가와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가 불안정하다. 이어 경기후퇴도 우려된다. 경기가 나빠지면 경제적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그런데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물가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임금인상 억제를 주문하고 있고,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야 할 정부는 자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고 한다. 감세를 하면서 건전재정을 달성하고, 어떻게 지출을 줄일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재정지출이 필요한) 민생은 챙기겠다고 한다. ‘좋은 말 대잔치’다. 좋은 말을 죄다 모아놓았는데, 어째 ‘미션 임파서블’로 읽힌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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