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월25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참석했다.ⓒ연합뉴스

기업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살림살이도 좀 나아질까요? 이 질문은 무척이나 중요하고 민감해서 세계적으로도 수십 년째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답을 내린 모양입니다.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지금의 25%에서 22%로 낮추겠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사람이 아니면서 법률상 권리와 의무를 갖는 주체를 ‘법인(法人)’이라고 합니다. 주식회사가 대표적이죠. 〈시사IN〉도 ‘㈜참언론’이라는 이름의 법인이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런 법인의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 바로 법인세(법인소득세, corporate income tax)입니다. 연도별 법인소득에서 소득공제 등을 뺀 금액(과세의 표준이 되는 금액이어서 과세표준이라고 합니다)이 2억원 이하면 10%, 2억~200억원이면 20%, 200억~3000억원이면 22%, 3000억원을 넘으면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 중 최고세율인 25%를 22%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다음과 같은 논리입니다.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정부가 떼어가는 세금’이 줄어 법인의 세후 수익이 늘어납니다. 법인으로서는 똑같은 돈을 들여 공장을 짓거나 기계를 사들여도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이를 ‘자본의 사용자 비용’이 감소했다고 표현합니다). 이러면 기업이 투자를 더 많이 합니다. 장비가 고도화되어 생산성이 올라가면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더 뽑을 수도 있을 테고요. 일련의 과정이 지속되면? 심지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시장 메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윤석열 대통령)”라는 논리는 이렇게 도출됩니다.

이런 믿음은 사실 경제학자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세금을 국내총생산(GDP)의 1%만큼 인상할 때마다 실질 GDP가 3%까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대표적입니다(크리스티나 로머 & 데이비드 로머, 2010). 법인세를 1%포인트 인하하면 1년 뒤 GDP가 0.6%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카렐 메르턴스·모텐 라븐, 2013). 물론 법인세와 경제성장은 별로 관계가 없다는 논문도 존재합니다. 법인세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투자, 나아가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적어도 경제학계에서는 ‘다수파’ 견해로 보입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영향이 있더라도 그 정도는 작을 수 있다는 갑론을박이 있긴 하지만요.

법인세 부담이 노동에 전가된다?

많은 경제학자가 보기에, 법인에 높은 세금을 매기면 정작 그 피해는 평범한 사람들이 봅니다. 법인 자체는 사람이 아니므로, 법인인 기업은 ‘자신’의 세금 부담을 ‘법인세가 낮거나 없다면 할 수도 있었던 투자’를 아껴 노동자들의 임금(또는 고용)을 줄이거나, 소비자가격을 올리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을 덜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각 경제주체에게 ‘전가’한다는 것입니다. 아예 해외로 공장을 옮겨버릴지도 모릅니다. 소득세가 높아서 이민을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 몰라도, 법인을 옮기는 것은 그보다는 쉽고 유혹적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최적의 법인세율이 0%라고 보는 경제학자도 드물지 않습니다(대서양에 있는 영국령 섬 버뮤다가 실제로 이런 곳입니다!). OECD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명목)이 2000년 32.3%에서 2021년 23.2%로 떨어진 것은 버뮤다 같은 ‘조세 회피처’가 등장하면서 법인세 인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논리가 힘을 얻은 측면도 있습니다.

정말 법인세를 높이면 투자가 줄어들고 그 결과 노동자들이 빈곤해질까요? 미국의 경제학자 이매뉴얼 사에즈와 게이브리얼 저크먼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2019년에 펴낸 책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에서 두 경제학자는 ‘법인세 부담이 노동에 전가된다’는 주장이 미국 역사 속에서 증명되지 않는다고 씁니다. “자본에 대한 세율이 (35~45%로) 높았던 시절, 즉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야말로 저축과 투자가 역사적으로 가장 잘 이루어졌던 시절에 속한다.… 자본에 대한 세금이 줄어들기 시작한 1980년대 이래 자본축적이 늘어났다는 지표는 찾아볼 수 없다. 실상은 그와 정반대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개인·기업 등의 민간저축과 정부의 저축을 합친 ‘국민저축’은 1950~1980년 국민소득의 10% 이상이었다가 법인세가 낮아지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점차 줄어들어, 2000년대 중반쯤 이르면 0%에 가깝게 떨어집니다. “이념을 앞세워 목청을 높이는 이들의 희망 사항과 달리, 법인소득세의 ‘부담’을 노동자가 대신 짊어지게 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경제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전 세계 모든 노동조합이 앞장서서 법인소득세를 없애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작 현실을 보면 부유한 주주가 아닌 평범한 노동자들이 높은 법인세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가장 큰 소리로 주장하는 이는 결국… 부유한 주주들이다.”

6월2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 방안 공청회가 열렸다.ⓒ연합뉴스

일부 좌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으로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IMF의 경제학자들이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이매뉴얼 코프, 대니얼 리 & 수차난 탐분러차이, 2019).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 정책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 들여다본 겁니다. 2017년 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깎은 ‘감세 및 일자리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연구해보니 이는 법인세를 인하해서 자본의 사용자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소득세가 낮아지고 정부가 돈을 풀어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결과 경제 전체적으로 수요가 커졌고, 이로부터 기업들이 ‘앞으로 매출이 성장하겠구나’ 기대하고 투자를 한 덕이었죠. 개인소득세 인하 등이 경제 전망을 바꿔 그게 기업 활동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뿐이지, 법인세 인하는 기업에 직접적 동기부여를 하지는 못했다는 겁니다. 법인세가 낮아지면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해 투자 행동을 바꾼다는 게 지금까지 논의였는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저자들이 주목한 요인은 다름 아닌 ‘시장지배력’의 증가입니다. 항공사부터 제약사, 거대 기술기업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산업에서 대기업 집중도가 커지며, 기업들은 유의미한 경쟁을 할 때보다 훨씬 큰 이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깎아주면 세후 독점 이익은 늘어날지언정, 기업이 그만큼을 반드시 생산이나 고용 등에 재투자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지난 30년간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상승하면서, 세금 변화에 따른 투자의 민감도가 감소했을 수 있다”라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이들은 또한 감세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지 않은 중요한 이유로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짚었습니다.

결국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는 법인세 인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물론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이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OECD 평균 법인세를 좀 지켜줘야 기업이 경쟁력 있고, 여러 가지 부가가치가 생산되지 않겠나?” 이제 이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OECD 평균(3%)보다 높습니다(2019년 기준).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장을 지낸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법인세가 과도해서가 아니라 과세 대상이 되는 법인소득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소득세율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로 인한 법인의 선호, 높은 제조업 비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의 비율을 뜻합니다. 세율이 같아도 법인소득이 더 많다면 세수는 많아집니다.

법인세 의존도 높은 한국

그럼 세율은 어떨까요? 한국의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은 지방세 포함 27.5%로 OECD 평균 23.3%보다 4.2%포인트 높습니다(11위, 2020년 기준).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모두가 최고세율을 내는 게 아니라 과세표준이 되는 법인소득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만 냅니다. 그마저도 이런저런 공제와 감면이 있지요. 그래서 세율을 비교할 때는 ‘실효세율’을 비교합니다. 각종 공제·감면을 적용받은 뒤 기업이 실제로 낸 세금이 과세 대상이 되는 법인소득 중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뜻합니다.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명목세율보다 낮게 나옵니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실효세율을 비교할 수 있는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가마다 세금제도가 달라 단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OECD는 세금이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 자체 모형을 이용해 ‘법인세 평균 유효세율’이라는 지표를 제공하는데요. 2020년 한국의 법인세 평균 유효세율은 지방세 포함 23.8%로 역시 OECD 평균(20.9%)보다는 2.9%포인트 높습니다(10위). 한국보다 높은 나라로는 일본(28%), 프랑스(27.5%), 독일(26.9%)이 있고 아래로는 캐나다(21.4%), 이탈리아(20.7%), 미국(19.4%), 영국(15.4%)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OECD 평균에 더 가깝게 법인세를 내려야 할까요, 아니면 일본과 프랑스, 독일을 따라 올려야 할까요?

ⓒ시사IN 최예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법인세는 한국의 소득세, 부가가치세에 이어 3대 세목에 해당합니다. 국세 중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24.6%에 이릅니다. 한국은 세수에서 법인세 의존도가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국세 중 법인세수 비중은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19.4%로 떨어졌다가, 코로나19 이후 대기업들이 기대 밖 실적을 내며 지난해 20.5%까지 다시 올라섰습니다. 최근의 ‘초과세수’를 견인하는 세목 중 하나도 바로 법인세입니다. 지난해 걷힌 게 70조4000억원인데 올해는 100조원을 돌파해 세수의 4분의 1 수준을 회복하리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금 상태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할 경우 세수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연 2조~4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3년간 감소한다면 10조원 안팎입니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증세를 한다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주식양도세 폐지 등 다른 감세 계획만 있을 뿐입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 인하의 이론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부정하지 않는 경제학자입니다. 그런 그도 이번 법인세 인하에는 회의적입니다. “법인세를 낮춰 투자나 고용을 유도하는 효과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나타나기 어렵고 효과가 있어도 미미한 편이다. 특히 지금 같은 경기침체기에, 인플레이션 국면이고 금리도 오르는 상황에서 투자나 고용이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적극적 재정정책의 역할은 강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장 전기료를 올린다고 하잖나. 이럴 때 취약계층에 대한 바우처 등 여러 지원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타이밍에서 법인세 인하는 자칫 세수만 감소시켜 재정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과거에도 법인세를 인하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우 교수가 말한 ‘과거’란 이명박 정부 때를 말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과 동시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췄습니다. 2008년 39조2000억원이던 법인세수는 2009년 35조3000억원, 2010년 37조3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2011년이 되어서야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이라고 하기엔 법인세수는 거의 정확히 최고세율을 인하한 만큼 줄었다고 합니다.

ⓒ시사IN 최예린

그렇다면 투자와 고용은 어땠을까요? 우석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소득으로 연결되긴 했는데, 그게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되지 못했습니다.” 30대 기업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소위 ‘사내유보금’은 2008년 305조9000억원에서 2009년 339조6000억원, 2010년 385조원, 2011년 410조원, 2012년 443조4000억원으로 늘어갔습니다(단, 사내유보금이 모두 현금성 자산은 아니며 이미 투자된 금액이 대부분입니다.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15.2%로 줄기는 했지만 액수 자체는 늘어났습니다). 이에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습니다. 늘어난 법인소득의 일정액을 투자·배당·임금 인상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과세하는 제도입니다. 사실상 사내유보금에 법인세를 물리는 건데, 이 역시 투자나 고용보다는 배당의 증대로 이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로 이름이 바뀐 이 제도를 새 정부는 폐지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이슈”

지금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대세’이던 이명박 정부 때와 달라진 게 하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바닥으로의 경쟁’을 멈추기 위해 뭔가를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가을, 전 세계 137개국이 어느 나라든 최저 법인세율을 최소 15%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는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 흐름을 주도한 것은 미국입니다. 자국의 거대 기술기업들로부터 제대로 세금을 거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구글은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에 검색 및 광고기술 담당 자회사를 세우고, 세금을 신고할 때는 기준지를 법인세율이 ‘0%’인 버뮤다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우리 돈으로 수조 원 ‘탈세’해왔습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도 이런 조세 회피처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한국도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구글코리아의 ‘구글플레이’ 수수료는 한국법인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서버가 법인세가 낮은 싱가포르에 있기 때문입니다. OECD는 이번 협정으로 전 세계 정부가 법인세를 연 1500억 달러(약 196조1250억원) 더 거둘 수 있으리라고 추정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최저 법인세(15%) 제정 움직임이 있더라도 한국의 최고세율 25%와는 차이가 납니다. 이 때문에 논쟁은 계속될 듯합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조세개혁의 핵심 의제로 삼아왔습니다. 한국 기업의 비교적 높은 법인세 부담을 이야기하면 ‘다른 나라 기업보다 사회보험료 부담이 낮지 않느냐’는 반박을 내놓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월 소득의 8.33%에 해당하는 퇴직금의 존재를 고려하면 기업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그리 낮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현재는 OECD 등 국제 통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추가로 올릴 여력은 여러모로 많지 않아 보입니다.

2021년 6월 영국 런던에서 G7 재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각국의 법인세율을 최소 15%로 정하기로 합의했다.ⓒAP Photo

학계와 정치권에서 두루 인정받는 복지제도 연구자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이제는 법인세가 조세개혁의 핵심 의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법인세의 경우 최근에 일부 공제·감면제도가 생겨서, 과세표준 5000억원 초과 구간의 평균 실효세율이 1000억~5000억원 구간의 실효세율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다시 관찰되기는 한다. 그러나 2017년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지금의 25%로 올렸고, 대기업 공제·감면도 많이 축소된 결과, 예전보다는 법인세 실효세율이 OECD 중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일부 감면제도를 정비하고 최저한세율을 최고세율에 맞춰 적절히 올릴 필요는 있지만, 핵심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소비세)다. 한국은 소득세 최고세율은 낮지 않은데 각종 공제 때문에 실효세율이 낮다. 부가가치세도 효과적으로 쓰기만 한다면 불평등 축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은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당장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토론해야 할 문제다.”

2021년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적용받는 과세표준 3000억원 이상 기업은 103개에 불과합니다. 이 구간의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부자 감세가 아니다’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자 증세’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진실은 아닙니다. 2020년 전체 법인세의 75.4%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부담했습니다. 한국은 전체 세수 중 개인소득세(17.5%, OECD 평균은 23.5%)와 소비세(25.8%, OECD 평균은 32.6%) 비중이 낮습니다. 법인세에 대한 높은 의존은 다른 세금이 튼튼하지 못한 사실과 쌍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의 탈세를 규제하는 일도, 시민들이 내는 낮은 세금과 그로 인한 미약한 복지를 바꿔가는 것도 결국 정치공동체의 선택입니다. 세계 각국은 변화를 향한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이 답할 차례입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옵시다. 기업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살림살이도 좀 나아질까요? 그게 아니라면, 공동체 개개인의 존엄한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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