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요즘 SNS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한 ‘짤’을 보면, 이게 사실인지 합성인지 확인하게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던 6월27일 밤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하기 전 기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했다는 장면도 그중 하나였다. 자막처럼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토 동맹국에다가 초청받은 파트너 회담만 한 두 시간 반 되고, 나머지는 다자회담이 짧게 짧게 있어 가지고 (회담을) 길게는 못합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 가지고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좀 서로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정도 아니겠나 싶은데요, 만나봐야지 뭐.”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거대한 안보 지형의 변화 속에 열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나토가 출범한 이래 73년 만에 중국 견제에 나선 ‘전환기적 정상회의’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한 것도 ‘사건’이고, 한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처음이니 그 또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 같은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저런 말을 했으려나, 찾아보았는데… 사실이었다. 기자가 회담 준비에 대해 묻자 내놓은 대답이었다.

정말 대통령의 발언이 맞나 싶었던 적이 또 있다. 6월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이었다. 한 기자가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많이 올리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데 대책이 있는지’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발언은 이랬다. “통화량이 많이 풀린 데다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거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도는 없습니다.” 물론 그 뒤에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 타깃은 우리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생 물가를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잡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지만,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가 없다’는 말이 국정 최고 책임자의 것인지, 의아했다.

김동인 기자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빚을 내 자산시장에 뛰어든 2030 세대를 취재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기 전에 잘 대처해야 할 텐데, 대통령의 말은 제3자적 평론가의 것과 비슷하다. 하긴 대통령만 그런가? 포털에 “나토서 주목받은 김건희 여사 ‘배우자 외교’, 지지율 반전 계기 될까” 같은 기사가 보인다. 대통령의 ‘워딩’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참 한가하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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