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불신도가 높아도, 정부의 광고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최근 언론 관련 자료 두 건이 공개되었습니다. ‘직업적 흥미’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숫자가 많이 나옵니다만 독자 여러분도 한번 봐주시길. 첫 번째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입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참여했습니다. 46개국 국민의 디지털 뉴스 이용·인식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이용자 3명 가운데 2명(67%)은 뉴스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9년보다 13%포인트 늘어난 수치입니다. 왜 그럴까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42%)”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정치/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39%)”입니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는 30%로 조사되었습니다. 46개국 중 40위입니다. 주요 매체의 신뢰도와 불신도에 대해서도 묻습니다. 신뢰도는 YTN(50.75%), SBS(48.90%), KBS(48.70%), JTBC(48.09%) 순이고, 불신도는 TV조선(40.73%), 조선일보(40.15%), 중앙일보(35.63%), 동아일보(34.97%) 순입니다.

다음은 언론노조와 정보공개센터의 자료입니다. 2016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신문에 집행한 정부 광고료 내역입니다. 이 기간 신문에 집행한 정부 광고료는 연평균 2193억원입니다. 어떤 신문이 정부 광고를 많이 받았을까요? 동아일보가 연평균 기준 95억3000만원으로 1위입니다. 그다음이 중앙일보 85억원, 조선일보 83억6000만원, 매일신문 71억6000만원이었습니다. 불신도가 높아도, 정부의 ‘광고시장’에서는 상위권입니다.

‘언론의 위기, 신뢰의 위기’는 언론이 자초한 일입니다. 이번 호에서 김다은 기자가 ‘김건희 여사 패션 보도’에 대해 썼습니다. ‘대통령 부인 패션 브랜드 완판’ 같은 기사는 조회수 때문에 양산됩니다. 큰 산불이 났는데도, 대통령 부인의 신발에 주목합니다. 클릭 수를 얻고, 신뢰를 잃습니다.

〈시사IN〉은 독립언론입니다. 편집국 구성원이 뽑은 편집국장이 이사가 되고, 사내 직원들이 뽑은 직원 대표가 2년 임기의 이사가 됩니다. 이런 구조를 가진 한국 언론은 드뭅니다. 몰라서 못 쓰는 기사는 있어도, 알고도 안 쓰는 기사는 없습니다. 편집국장이 된 후 경영 관련 자료를 들여다볼 일이 생겼습니다. 요즘 “정치 뉴스를 보기 싫다”라며 구독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맨 앞 보고서의 수치를 체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깊지만 ‘신뢰’를 얻기 위해 더 애쓸밖에요. 독자 여러분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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