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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가운데) 용인술의 특징은 주류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고 비주류에게 실무를 맡긴다는 것이다.

이회창 출마와 당내 갈등, BBK 김경준 송환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이명박 대세론을 만들어내고 이명박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TK(대구·경북)나 고려대 출신일까? 한나라당의 주류 혹은 비주류일까? 기독교 신자가 많을까?

이 기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이명박 후보의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인물 100명을 분석해보았다. 이들의 출신이 어떻게 되고, 과거에 어떤 일을 했으며, 현재 캠프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100명은 선대위 명단 등 노출된 명단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이 중에서도 특보 등 역할이 모호한 사람보다 팀장을 맡고 있는 등 구체적으로 활동하는 사람 위주로 선정했다. 명단 중에서는 이 후보가 직접 고른 실무자들이 포함된 대선준비팀 명단을 중요하게 반영했다. 노출되지 않은 사람 가운데 언론을 통해서 역할이 확인된 사람을 포함시켰다.

양병기 한국정치학회 회장, 원세훈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허병기 현대리서치 회장 등 후반 선대위에 결합한 사람은 분석 대상에서 빠져 있다. 네거티브 대응팀의 고승덕 변호사처럼 역할이 큰 사람이 빠진 대목은 좀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전반적인 이명박 후보의 용인술을 확인하는 데는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이다.

100명 분석 작업을 통해 이 후보 캠프에 대한 몇 가지 통념은 확인되었다. 고향인 포항 출신을 비롯해 TK 출신(27명)이 많을 것이다, 이 후보의 고려대 동문(18명)이 많을 것이다, 서울시 참모 출신(12명)이 주축을 이룰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주류일 것이다. 모두 증명되었다.

최시중 이병석 박대원 등 포항 출신이 제법 있었고, 인근 영덕군(조원철)이나 영천시(이춘식) 출신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고려대 출신(18명) 역시 많은 편이었다. 타 대학 출신 중 고려대에서 최고위 과정(언론대학원, 정책대학원)을 수료한 7명을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서울대 법대 출신 12명을 비롯해 서울대 출신(37명)이 가장 많았다.

캠프에서 ‘하이서울팀’으로 불리는 서울시 참모 출신은 여전히 캠프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안국포럼과 경선캠프, 대선준비팀을 거치면서 낙오된 그룹도 생겼다. 선대위에는 포함되었지만 새로운 스태프에게 역할을 빼앗긴 참모도 제법 눈에 띄었다. 캠프에는 전반적으로 기독교 신자가 많은 편이었다. 특히 추부길 목사나 기독교TV 부사장을 지낸 구본홍씨처럼 기독교 단체 관련 이력을 가진 참모가 적지 않았다.

100명 분석 작업을 통해 새롭게 밝혀낸 이명박 용인술 코드는 크게 10가지였다. “대부분 함께 일한 지 10년 이내다” “현대맨은 없고 삼성맨이 많다” “TK는 원로로 대접하고, PK에게는 실무를 부여한다” “전라도 출신도 중용한다” “중앙대·부산대·영남대가 약진했다” “운동권 출신이 실무를 장악하고 있다” “재능이 있으면 과거는 문제 삼지 않는다” “싱크탱크 출신이 많다” “올드라이트보다는 뉴라이트와 소장파를 선호한다” “재무부 출신이 많다”라는 것이 그것이다.

“대부분 함께 일한 지 10년 이내다”

분석 내용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캠프 스태프 대다수가 이명박 후보와 인연을 맺은 지 10년 이내라는 사실이었다. 10년 이상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은 10명 안팎이었다. 6·3 한·일회담 반대 운동을 함께했던 김덕룡·이재오 의원을 빼고는 인연이 오래된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친구로 포항 선배인 최시중 고문이 1992년 정계 입문 후부터 조언을 해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백용호 교수는 1996년부터, 김희중 수행비서관은 1997년 인연을 맺었는데 오랜 축으로 분류된다. 선거기획사를 하며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플랜(President Lee Plan)’ 보고서를 김유찬씨와 함께 만들었던 추부길 목사도 인연이 오래된 사람 축에 든다.

인연이 짧음에도 역할이 큰 사람이 많은 것을 캠프 관계자들은 이 후보의 ‘현장소장 리더십’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후보의 스타일은 그때 그때 필요한 사람을 쓰므로 이전의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실용주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맨은 없고 삼성맨이 많다”

이명박 캠프의 특징은 기업인 출신(8명)이 많다는 점이다. 이상득(전 코오롱 사장) 이방호(영일수산 대표) 최시중(전 한국갤럽 회장) 김백준(전 삼양파이낸스 대표이사) 등 기업 이력이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현대 출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현대건설에서 27년간 근무했던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대신 삼성 출신은 많다. 황영기(전 삼성증권 사장)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 지승림(전 회장 비서실 상무) 홍보정책팀장, 이우찬(전 제일기획 근무) 홍보팀장 등이 캠프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황영기씨의 경우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꼽히기도 한다.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삼성 출신이 정권 수뇌부에 편입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고흥길(언론위원회 위원장) 의원의 역할도 새삼 주목된다.

“TK는 원로로 대접하고, PK에게는 실무를 부여한다”

100인을 분석해보면 절대 숫자에서는 TK(대구 경북) 출신(27명)이 가장 많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PK(부산 경남) 출신(24명)이 훨씬 실속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로 그룹에는 TK 출신이 많은 반면, 실제 캠프에서 역할을 맡고 있는 실무 스태프 중에서는 PK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캠프 내에서 ‘부산파’로 불리는 이들 PK 출신 참모는 막강한 세를 이루고 있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권철현 박형준 이성권 김희정 등이 부산 출신이고, 캠프 실무진 가운데는 경윤호 김성식 박재성 등이 부산 출신으로 중역을 담당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시 출신 참모는 TK 출신이 많은 반면, 비서울시 출신 참모 중에서는 PK 출신이 많다는 점도 비교된다.

“전라도 출신도 중용한다”

출신 지역과 관련해서는 호남 출신(8명)이 중용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 숫자에서는 충청 출신(11명)에 뒤지지만 맡고 있는 역할이 큰 사람이 많다(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도 광주에서 성장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 호남 인맥이 극히 미미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덕룡(남성중) 김백준(남성고) 백용호(남성고) 등 익산시 출신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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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가운데)가 선대위 참가자들과 대선 필승을 결의하고 있다.

 
“중앙대·부산대·영남대가 약진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말고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학은 중앙대(4명)·부산대(4명)·영남대(3명)다. 특히 이재오 의원이 좌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앙대는 박범훈 총장이 문화예술위원장에서 사퇴했지만 윤석원 교수가 농업 분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백용호 유인촌씨 등이 캠프에서 중역을 맡고 있다.

중앙대의 부상은 ‘좌동영 우형우’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형우, 김동영 전 의원이 동국대를 졸업한 것 때문에 동국대 출신의 정치 활동이 많았던 것과 비견된다. 캠프에서는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중앙대 출신이 문화예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에도 중앙대 출신을 문화예술 분야에서 중용했었다.

부산대 출신(이성권·경윤호·박재성)은 캠프 실무진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부산 출신 중에서 권철현, 박형준 의원은 모두 동아대 교수 출신이다. 영남대 출신 가운데는 주호영 의원이 불교계와 이 후보의 관계를 조율하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에는 전재희, 임인배, 이명규 등 4명의 영남대 법대 출신 의원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이명박 후보를 도왔다.

“운동권 출신이 실무를 장악하고 있다”

김덕룡, 이재오 의원 등과 한·일회담 반대 운동을 벌이다 구속돼 6·3 세대로 불리는 이명박 후보는 학생운동권 출신을 캠프에서 중용하고 있다. 정태근(전 연세대 총학생회장) 이성권(전 부산대 총학생회장) 이태규(전 항공대 총학생회장) 윤석대(전 충남대 총학생회장, 전 전대협 부의장) 등 총학생회장 출신이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김성식 조직기획팀장은 서울대 ‘제헌의회그룹(CA)’으로 두 차례 구속된 전력이 있다. 경윤호(부산대) 박재성(부산대)씨도 학생운동 전력이 있고, 김해수 비서실 부실장은 노동운동을 오래 했다. 〈말〉지 편집위원 출신인 박형준 의원은 대표적 좌파 교수로 꼽혔다.

          
“재능이 있으면 과거는 문제 삼지 않는다”

학생운동 경력을 문제 삼지 않는 이명박 후보는 과거의 정치 이력도 개의치 않는다. ‘코드 인사’를 하지 않는 이 후보는 실무 능력만 있다면 과거에 누구를 주군으로 모셨느냐를 불문하고 불러온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던 이철영 교수나 추부길 목사도 기용했고, 노무현 후보시절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김정수 시인도 영입했다.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던 정치인도 실무 능력만 있다면 따지지 않고 영입했다. 대표적 경우가 바로 최경환 의원이다. 박 전 대표의 정책 브레인을 영입해 이 후보는 경제살리기 특위 총괄간사라는 중책을 맡겼다.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언론인도 적극 영입했다. 그런데 이영덕 조선일보 부국장은 언론위원회 자문단장을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사하고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자 공보팀장으로 갔다.

“싱크탱크 출신이 많다”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이 후보는 싱크탱크 출신을 선호한다. 특히 선호하는 싱크탱크는 크게 네 곳인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국제정책연구원 바른정책연구원 여의도연구소가 이에 속한다. 청계천 복원 등 서울시 주요 사업을 기획했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백용호·강만수·제타룡 전 원장과 안병만 전 이사장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유우익, 곽승준 교수가 이끈 국제정책연구원은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 이 후보의 주요 공약을 다듬었다. 국제정책연구원이 정책의 소프트웨어를 맡았다면 백용호 교수가 이끈 바른정책연구원은 하드웨어 구성 작업을 맡았다. 바른정책연구원은 주로 자문단을 엮어내는 구실을 주도했다.

앞서 세 곳 출신이 이명박 후보에게 정책 조언을 한다면 여의도연구소 출신은 주로 정무 조언을 한다. 소장 출신인 임태희 의원과 윤여준 전 의원, 부소장 출신인 백용호 교수와 최경환 의원이 캠프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책연구실장 출신인 김도종 교수와 연구원 출신 이태규 팀장은 이 후보의 대표 정무참모로 꼽힌다.

“올드라이트보다는 뉴라이트와 소장파를 선호한다”

이명박 후보의 캠프 구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 ‘올드라이트’ 그룹에 속한 인물이 주요 보직을 받거나 실질 역할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신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를 했던 김성이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뉴라이트 그룹은 약진했다.

뉴라이트 그룹과 함께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도 개혁 성향의 소장파 그룹이다. 정태근씨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미래연대 출신이 캠프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데 권택기·송태영(전 운영위원)씨가 대표적이다. 박형준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수요모임 역시 원희룡·이성권·김희정 의원을 비롯해 사무국장을 맡았던 윤석대씨와 남경필 의원 보좌관으로 실무를 맡았던 경윤호씨 등이 캠프에서 주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재무부 출신을 중용한다”

이명박 후보의 용인술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재무부 출신을 중용한다는 점이다.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강만수(재무부 국제금융국장) 윤진식(국제금융국 국장) 등 재무부 출신이 눈에 띄게 많다. 윤진식씨는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경제부총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당 출신으로는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임태희 비서실장도 재무부 출신이다(최경환 의원은 경제기획원 출신임). 경제기획원 출신보다 재무부 출신이 캠프에 많은 것은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어떤 경제정책을 펼지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관이 주도하는 방식보다는 민이 주도하게 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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